급변 일본 제네릭 정책서도 '기회 있어' ... "양보다 질 승부"

급변하는 일본의 제네릭의약품 정책 변화로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틈새 시장과 함께 원료 공급 안정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일본제약협회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주관한 제5회 한일 의약품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내용이 발표됐다.

 

제네릭 정책 변화에, 국내 기업 슬슬 영향 올 것
위기 탈출 넘버원 방안은

먼저 발표한 박노준 화일약품 상무는 일본에 원료의약품을 수출하는 한국 업체들에게 달라진 일본 상황을 제시했다. 박 상무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수출량은 2018년 2억8700만달러에서 2022년 3억4700억만달러로 늘어났다.

다만 최근 다소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가령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4개 국가(한국, 일본, 중국, 인도)의 등록 품목은 2019년 18개 품목에서, 2020년 18개 품목, 2021년 21개 품목, 2022년 13개 품목으로 줄어들었다. 일본 제품도 2019년 41개 품목에서 2022년 18개 품목으로 더 줄어들었다. 등록회사를 봐도 2019년 13개사에서 2022년 8개사로 줄었고, 일본도 같은 기간 33개사에서 14개사로 줄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증가하거나 크게 줄어들지 않는 등 그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다.

제네릭 관련 상황도 녹록치 않다. 2023년 7월 말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에 '후발의약품 산업정책 검토회(제네릭 검토회)'를 설치하고, 향후 진행 스케줄을 포함한 제안을 정리하기로 했다. 200여개의 제네릭 관련 제약사 중 60%가 연매출 100억엔 이하의 중소 기업인 탓이다. 여기에 2021년 이후 무려 13개 회사의 제네릭 행정처분 사례가 내려지는 등의 문제도 붙어있다. 이 중 2021년 업무 정지가 내려진 제네릭 제약사 니치이코는 총 3회에 걸쳐 채산성 및 개선 불가 등을 이유로 총 574개 품목의 판매를 중지한 바 있다. 이 중 36개 품목은 한국 제조사의 원료의약품(API)이 등재된 품목이다.

이같은 구조를 개선해 기업의 합병 등에서 세제 우대 맟 생산능력 증강 투자 보조 등을 통해 살아날을 수 있는 회사를 남기겠다는 방침이다. 박 상무는 "제네릭 검토회는 품목수의 감소 및 업계 재편 등 제네릭의 안정 공급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10월 중간 정리를 통해 연말 최종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2022년 8월 제네릭의약품 중 약 40%가 출하 정지 또는 한정 출하 상태가 되는 등 공급이 불안해졌고, 전체 품목(2022년 10월 기준) 중 30%가 원가율이 80%를 넘어서는 등 수지타산이 안 남는 품목까지 등장했다.

일본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위 위임형 제네릭(AG)과 넨쇼룰 등도 국내 제네릭에게 아쉬운 상황이다. 오리지널 제약사가 인정한 AG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 제네릭의 원료를 국내사의 것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도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 전문의약품 매출 상위 20개 품목 중 릭시아나, 타케캡, 타그리소, 포시가, 자렐토, 엘리퀴스, 엑스탄디, 자이티가, 자디앙 등이 합성의약품인데, 이들의 위힘형 제네릭 가능성으로 일반 제네릭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2021년 시작된 넨쇼률은 약가 등재 제품을 보유한 회사가 2번의 공급 부족을 발생시킨 경우 신약 등재 신청 기간 2회 즉 1년의 약가 등재를 자발적으로 연기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2020년 12월 리리카의 경우 불과 22개사만이 제네릭을 출시했으며, 2022년 12월 넥시움은 8개사만이 급여를 신청했다고 박 상무는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품목수의 제한과 경쟁 구도, 제네릭을 보는 일본 당국의 시선이 있음에도 대응책이 있다고 봤다. 글로벌 신약이 아닌 일본 오리지널의약품의 제네릭에서는 아직 중국과 인도의 경쟁사가 적은 탓에 한국 제품 진출의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복수 제조국 선택시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한국의 제품을 신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상무는 "그동안 (일본의) 변화에 이제는 우리도 대응을 해야 한다"며 "앞선 일본의 오리지널 제네릭 외 신약 및 신약중간체의 경우 원료를 개발하는 것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 회사의) 재무건전성이나 GMP 수준, 생산설비 등을 검토하기 때문에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의약품(OTC)의 원료의약품은 상대적으로 약가 영향이 없어 상대적으로 좀 자유롭다"며 "일본은 매년 'OTC 스위칭(전문의약품 중 안전 등이 보장된 일부 약제를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것. 대표적으로 몇년 전 등장한 히알루론산 점안제 OTC의 경우 일본에서는 그 전까지 ETC로 분류됐었다)'에서 해당 제품은 약가가 없어지니 상대적으로 좀 더 편하게 원료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일본에 진출시 어떻게 진출할지를 전략화하고 일본 정부기관이나 연구회, 검토회 내 공개되는 자료를 살피면서 가능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노준 화일약품 상무와 일본약업무역협회 후지카와 이치로 회장 / 사진=이우진 기자
(사진 왼쪽부터) 박노준 화일약품 상무와 일본약업무역협회 후지카와 이치로 회장 / 사진=이우진 기자

 

수입 원료 지상과제는 '안정적 공급'
업스트림 경영으로 '공급의 질' 노려라

이어진 발표에서 일본약업무역협회 후지카와 이치로 회장은 최근 일본 정부가 무엇보다 '의약품의 안정 공급'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기업의 선도적인 움직임이 시장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약업무역협회는 1963년 6월 만들어진 총 95개사 규모의 원료 등의 수입업자로 이뤄진 단체다.

일본의 경우 제네릭의약품 중 원료 수입은 60% 수준에 달한다. 공급망에 해외 제조소를 포함한 원료를 합치면 약 70%가 수입산인 셈이다. 실제 2021년 제네릭 중 국내에서 제조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비중은 고작 29.1%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나마 원료의약품의 경우 한국은 중국(40%), 인도(23%)에 이어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품질과 컴플라이언스 수준, 기술력, 경험으로 인한 높은 일본 시장 이해도를 비롯해 커뮤니케이션의 용이성 등이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4년에 가까운 코로나19는 일본 내에서 '예정대로 제품을 만들 수 없는 위험성'을 높였다. 이런 가운데 수입업자의 경우 단순히 품질과 안정적인 조달을 중점적으로  △품질 문화 제조방법 △가격경쟁력 △경여방침 △기술력, 개발력 △구조장비 △관리능력 △GMP 대응 △제조 역량과 품목, 수출국 △재무안정성 △중간체 및 조품의 조달처 △국제정세 등을 면밀히 볼 수밖에 없다고 후지카와 회장은 밝혔다.

후지카와 회장은 이 과정에서 한국이 향후 '업스트림', 즉 문제 해결에 선도적인 모습을 보일 때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 특정 국가의 의존도가 낮아지기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제조판매업자, 수입업자, 국내 관리인 등과의 제휴를 통해 끊임없는 대체 소스를 조사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소스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의약품의 안전 공급 확보를 위해서는 의약품의 공급망을 얼마나 탄력있게 복원(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여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인다"며 "최근 이물질 혼입 등의 문제 등을 감안했을 때 원료는 가급적이면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좋고, 그 재고를 바로 공급받을 수 있는 체인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후지카와 회장은 이와 더불어 단순히 양보다는 질을 노릴 수 있는 제품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그는 행사 이후 히트뉴스의 질문에 "과거의 경우 항생물질 등이 있었다지만, 해당 물질의 경우 중국의 비중이 높다"면서 "향후 가성비가 높은 원료의약품 등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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