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약사 A, 복수 약국 운영에 관여하다 덜미
부산고법, 비약사에게 1심 집유 판정 뒤집고 징역2년형 선고
박정일 변호사 "약국 운영 성과가 누구에 귀속됐는지가 중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비약사 A씨는 오랜 기간 동안 복수의 약국 운영에 관여해오다 덜미가 잡혔다. A씨와 그가 관여한 약국 개설약사 B, C는 재판에 부쳐졌는데, 약사 B와 C는 각각 유죄와 무죄로 결과가 나뉘었다. 게다가 항소심에서는 같은 혐의를 두고 비약사 A의 형이 훨씬 무거워졌다. 

A씨는 약사 면허자가 아님에도 오랜 기간 약국에서 일하며 약국 관리를 해왔다. 그는 B약국 개설약사와는 동업 계약을 맺어 실제 B약국에 매일 출근하며 매장을 관리했고, C약국 개설약사와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일정 임금을 받아 생활했다. 

그러다 A씨는 무자격자가 약국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관련된 모든 약국의 개설 약사도 함께 조사를 받았다. 결국 1심에서 재판부는 A씨와 B약국 약사에게 집행유예를, 약사 C에게는 무죄를 판결했다. 

B와 C의 처분이 갈린 건 '실질적인 약국 운영 주체'가 누구냐에 따른 것이었다. 

B약사의 경우, A와 동업 계약을 맺었지만 약정서 안에는 약국 운영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과 권리금, 도매상 채무를 A가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차 계약서도 B약사 명의로 작성됐지만, B약사는 A에게 전세 보증금 반환 채권을 양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B약사의 계좌에서 A씨 계좌로 자금이 이체된 내역이 다수 발견됐고, 약품 대금 역시 A씨 신용카드로 결제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B약사와 A씨는 약국으로 매일 출근해 영업 시간 내내 근무했는데, A씨는 의약품 주문과 결제, 경리 등 전반적인 약국 업무를 모두 소화한 반면 B약사는 매달 일정한 급여만을 지급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A씨가 작성한 근로계약서가 증거로 제출되었지만, 계약서 내용에 따른 급여 이체 내역은 보이지 않아 실제 일정 급여를 받고 고용된 형태로 일한 건 A씨가 아닌 B약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C약사는 재판부에 매달 약국의 월세를 직접 지급한 내역을 제출했고, 약국 운영에 따른 여러 자금 이동이나 거래 내역이 본인 명의의 계좌에서 오고갔음을 증명했다. 또 C약사는 A에게 돈을 지불할 때 '급여', '가불' 등으로 명시한 증거를 제출해 고용관계였음을 입증했다. A와 C약사 사이에 자금이 오고 간 내역이 다수 발견됐지만 오고간 금액이 비슷해 단순 차용의 일부분이었음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정황들을 통틀어 C약사는 약국의 운영 주체가 약사인 본인이 분명하며, 약국의 운영 수익도 본인이 관리했음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B약사와 A에게 혐의를 인정한 집행유예를 선고한 반면, C약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비약사인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항소심에서도 본인의 혐의가 무죄임을 주장했다. 부산고등법원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자가 자신의 범행을 적법한 행위라고 주장하여 재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며 1심의 선고를 뒤집고 징역 2년 형을 선고하고 A씨를 법정 구속했다. 

C약사 측 변호를 맡은 박정일 변호사(법무법인 정연)는 "약사 B, C는 모두 동일인이 관계된 약국을 운영했지만, 약국과 자금을 누가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졌다"며 "아울러 약국을 운영하면서 생성되는 수익이나 손해를 누가 책임지고 부담했는지도 무자격자의 약국인지, 약사 면허자의 약국인지를 가르는 핵심적인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비약사와 동업 관계에 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약국 운영에 있어 약사와 비약사 둘 중 누가 주도적인 지위에 있는지를 따져 업무와 자금 운영 주체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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