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이러다가 우리 다 죽어, 그만해

처음엔 아직도 이런 제품이 있나 싶었다. 소위 '만병통치약'이라는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해 매출을 올리는 건기식 말이다. 검증되지 않은 개인의 체험기를 앞세워 입소문을 노리고, 그럴듯한 포장을 앞세워 제품을 비싸게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아직도 공공연하다.

최근 대대적인 미디어 광고와 함께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건기식 브랜드 A는 이렇게 성장했다. '약국 전용 건강식품'을 표방하며 유명 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공격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데다 약사 대상은 물론 일반인 대상 제품 강의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제품이 항암효과가 있는 듯한 뉘앙스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뉘앙스는 은근하지만 의도는 명확하다. 신제품 홍보 자료에는 '암에 효과가 있는', '면역요법'이라는 단어를 적지 않게 활용하고, 대중을 상대로 한 공개강의 강사로 암 분야에 저명한 의료진을 초빙한다. '우리 제품이 암에 효과가 있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이지만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홍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소는 체험기다. 이걸 먹고 어떤 암이 어떻게 나았다던가 항암도 소용 없는 말기암 환자가 이 제품만으로 건강을 되찾았다는, 전문가들이 보면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즐비하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현대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한 암이라는 질병을 단순 건강식품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내세우는 이야기는 '신화'에 가깝다.

우리나라 국민 의식이 많이 높아졌고, 무엇보다 미디어의 발달과 미디어기기 보편화로 환자들의 지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이제는 전문가나 관련 업계 종사자가 아니어도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약 중에서도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구분할 수 있고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똑똑한 소비자에게 '건강식품으로 암을 치료한다'는 광고는 허위로 들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비가 있으니 공급도 이루어는지는 것. 체험기에 혹해 고가의 건강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층이 분명 존재한다. 이들에게 이러한 '신화'와 같은 체험기는 마지막 구원이자 희망이 된다. 이들에게 이런 제품은 그것이 약이냐 식품이냐를 떠나 시도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실제 과학적으로 항암 효과가 있다고 증명이 된 건지, 가격이 얼마인지는 이들에게 무의미하다.

도를 넘은 과대 마케팅, 소비자를 현혹하는 제품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단지 허위·과대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 제품의 민낯이 드러났을 때 후폭풍은 판매처와 판매자 집단 전체에 미칠 수 있다.

A제품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국 전용 건강식품'을 표방하고 있어 더욱 우려된다. 이들의 과대광고와 마케팅이 전문가에 의해 지적을 받고 언론의 공격을 받는 순간 '약국 건기식'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 약국 건기식 전체가 도매급으로 매도되고 성실하게 제품을 개발해온 다른 건기식 업체는 물론 상담으로 좋은 제품을 추천, 판매해온 약국이 제2의 피해자가 된다. 더군다나 제품 판매에 일조했다는 이유 만으로 약국과 약사는 비양심적인 전문가 집단으로 매도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백수오 사태를 경험했다. 여성 갱년기 증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제품이 출시돼 한창 떠오른 백수오였다. 그러나 그중 일부가 가짜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홈쇼핑은 물론 약국 시장도 큰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특히 약국은 백수오 뿐만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전반에 걸친 판매 부진을 겪었다. 백수오 파장이 건기식 시장 전체에 불신을 심은 탓이다.

최근 약사회가 주도한 약국 건기식 소분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약국이 판매하는 건기식은 전체 시장 중 이제는 채 10%도 점유하지 못할 정도로 축소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약국 건기식 시장을 되살리고자 기지개를 켜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체험기를 앞세운, 신뢰할 수 없는 효과를 강조하는 건기식이 문제가 되면 약국 건기식 바람에 찬물을 끼얹으리란 우려도 가능하다. 

서울의 한 약사는 말했다. "지금 계속 성장하고 있다지만, 우린 이런 유사 사례를 많이 보아오지 않았나. 무슨무슨 학회를 표방하며 만병통치약인 양 판매하지만 결국 인기가 사그라들거나 갖가지 문제가 불거져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이번 사례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건, 터지면 약국 건기식이 한 방에 다 죽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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