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팜, 처방전 이미지 인식해 정보 읽는 '바코드프리' 출시
월 1만원 사용료로 약정 없이 사용...올해 말까지 무료
"약국 설비, 보증금·위약금 등 불필요한 지출 너무 많아"

최근 일부 약국에서 논란이 된 바코드 사태를 유심히 지켜본 업체가 있다. 처방전 입력 시스템 '바코드프리' 출시를 앞둔 굿팜이었다. 굿팜은 바코드 종류, 유무에 상관 없이 처방전 정보를 읽어들이는 기술을 개발하던 중 바코드 업체들 간 갈등을 접하고 제품 출시를 결정했다. 

스마트폰이나 웹캠, 스캐너로 처방전 사진으로 찍어 그 안의 내용을 데이터로 변환해주는 '바코드프리'를 내놓은 헬스포트 박현순 대표와 황태윤 부사장을 9일 만났다. 

이번 서비스는 '약국이 처방전 처리부터 쉽고 간편하게, 그러면서 저렴하게 해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헬스포트 개발자들이 모여 AI가 이미지를 읽고 그 안의 글자를 구별해 데이터로 전환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지금은 널리 사용되는 '사진에서 글자 읽어내기' 방식인데, 스마트폰이나 웹캠, 스캐너가 처방전 사진을 찍어 굿팜 서버에 전송하면 바코드프리가 처방정보를 인식해 약국 청구 프로그램에 자동으로 전송해주는 원리다. 

처방전 사진에 있는 처방 정보를 인식해 데이터로 변환한 굿팜 서비스(일부)
처방전 사진에 있는 처방 정보를 인식해 데이터로 변환한 굿팜 서비스(일부)

이 서비스를 서두른 건 최근 바코드 업체 간 갈등으로 피해를 입은 약국을 보면서다. 

지난달 23일 바코드 A업체가 처방전에 B업체 바코드 병행 출력을 중단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B업체 바코드를 사용하는 약국들은 졸지에 바코드 인식이 되지 않아 일일이 손으로 처방전 정보를 입력했고, 개중에는 문제된 바코드를 인식할 수 있도록 아예 청구프로그램을 교체한 약국도 생겨났다.

지금은 약국 혼란이 일단락됐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의 후유증은 진행 중이다. 계속 써오던 청구프로그램을 하루아침에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교체한 약국은 낯선 청구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아울러 업체 간 갈등이 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업체의 일방적인 통보에 약국이 대책없이 당할 수 밖에 없다는 패배감도 팽배하다. 

방법은 없을까. 당장 정부가 표준바코드를 법제화해 시행하거나 전자처방전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출구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굿팜은 '하나의 대안이 되고 싶다'며 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바코드프리는 스마트폰(굿팜 어플), 웹캠, 스캐너 중 약국이 선택한 방식으로 처방전 사진을 찍어 사용할 수 있다. 시장에 나온 기존 서비스들과 비교해 차별화되는 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 스캐너 고장으로 4~5일 가량 업무 공백이 생길 때 약사의 스마트폰이나 별도의 공폰으로 스캐닝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헬스포트 임한일 이사가 바코드프리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헬스포트 임한일 이사가 바코드프리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굿팜의 기술 시연에서 스마트폰과 웹캠, 스캐너 모두 5초 안에 처방전을 읽어 청구프로그램으로 전송했다. 출력 상황에 따라 정보가 잘못 인식될 수 있으니, 종이 처방전과 인식된 정보를 검수하는 단계만 거쳐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박현순 헬스포트 대표는 "지금은 서비스 초기이다 보니 스캐닝 후 처방전 정보가 올바르게 인식됐는지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하지만, AI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처방전 사례가 쌓일수록 스캔 후 별도 수정작업을 할 경우도 점점 줄어들 예정"이라며 "정보 인식 정확도는 100%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생길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불식시켰다. 스마트폰은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역할일 뿐, 사진을 촬영하는 디바이스에 환자의 의료정보를 저장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굿팜 관계자들은 바코드프리의 의미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월 사용료 1만원으로 경쟁 서비스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바코드 여부와 무관하게 처방전 이미지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보니 굳이 한 가지 디바이스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다시 말해, 하나의 디바이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다른 디바이스로 대체, 보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현순 대표는 "약국은 현재 불필요한 지출이 너무 많다. 바코드도 그 중 하나로, 기존 서비스들이 갖은 명목의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실제 경쟁사들의 영업 내용을 종합하면, 기계값은 별도로 해도 하나의 바코드 업체 당 적게는 몇 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 만 원의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박 대표는 "결국 약국에 높은 사용료를 받아 그 돈을 병의원 영업에 쏟아부을 뿐, 특별한 기술을 개발해 보유하거나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노력은 없지 않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 마저도 여러 종류의 처방전을 받는 약국은 두세 가지 처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체끼리 바코드 호환을 막아놓고 배타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 그로 인한 약국 불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바코드프리는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제로 고안했다"고 강조했다. 

황태윤 부사장은 "우리 약국도 처방전 정보 입력을 위한 바코드 스캐너에 적지 않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월 사용료를 내고 약정을 맺어 몇년 이상을 의무로 사용해야 하며 중간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해지를 해야 하면 위약금까지 내야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코드프리는 여러명의 약사가 각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이용할 수도 있고, 기존에 사용하던 웹캠이나 스캐너를 그대로 사용하며 월 사용료만 줄일 수 있다. 입력 디바이스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여러 명이 일하는 약국이든 별도 직원이 없는 1인 약국이든 어디서나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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