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배진건(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배진건 박사
배진건 박사

대웅제약은 4월 28일 미국 비탈리 바이오(Vitalli Bio)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DWP213388'의 임상개발과 상업화 권리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4억7700만달러(6391억원)에 달한다. 선급금 1100만달러(147억원)와 임상개발단계 및 매출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 4억6600만달러(6244억원)를 받는 조건이다.
 
필자가 먼저 놀란 것은 타깃이었다. 대웅이 언제부터 카이네이즈(kinase)를 타겟으로 잡았나? 그렇게도 안 들어가고 버티더니. 두번째 놀란 것은 바이오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이다. 빅파마(Big Pharma)에 기술 수출한 것도 아니네. 별로 관심이 없는 눈치다. 그러나 선급금 1100만달러(147억원)는 글로벌 수준이었다. 100만달러가 아니었다.
 
필자가 주목하는 다른 하나가 계약에 존재하는 옵션이다. DWP213388 이외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2개를 기술 이전하는 옵션이 계약에 포함돼 있다. 대웅이 가진 다른 후보물질에도 침을 발라 놓고 진전되면 우선권을 가지고 투자하겠다는 강한 의지이다. 

왜, 올해 1월 11일 설립된 신생기업 비탈리 바이오인가? 비탈리의 모회사 애디텀 바이오(Aditum Bio)는 노바티스 최고경영자(CEO) 출신 조 지메네스(Joe Jimenez)와 노바티스 생물의학연구소(NIBR) 회장 마크 피쉬맨(Mark Fishman)이 2019년 공동 창립한 바이오 전문 VC이다. 애디텀은 지난달 27일 기술도입 계약 체결과 함께 9번째 회사로 비탈리 설립을 공식화했다.
 
애디텀은 노바티스 출신의 '꾼'들이 좋은 후보물질을 발굴하여 자회사를 설립하고 애디텀의 자금을 투자하거나 다른 VC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우리 시장이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좋은 선구안(眼)으로 미래 가능성을 선별하여 개발하는 회사에 기술 수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꾼'들의 경력도 밸런스를 제대로 맞추었다. 조지 메네즈 애디텀 바이오 공동창립자는 노바티스 CEO 직책을 맡기 전에 제약 부문과 소비자건강 사업부문장을 역임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버클리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마크 피쉬맨 공동창립자이며 과학자문위원회 의장은 노바티스 재직 기간 90개 약물에 대해 120건 이상의 임상을 진행한 경력을 지녔다. 예일 대학교와 하버드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현재 하버드 대학교의 줄기세포·재생생물학 교수를 맡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상호작용하여 서로 간에 직접적으로 또는 면역 체계의 다른 세포를 유인하거나 활성화시킨다. 대부분의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특히 B세포와 T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기에 B/T세포의 활성화를 동시에 억제하면 효과적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웅제약이 이런 쾌거를 얻었을까? 먼저 카이네이즈 타깃을 잘 고른 것이다. DWP213388은 일반적으로 B 세포(B cell) 또는 T 세포(T cell) 하나만의 저해에 국한되어 있는 기존 후보물질 (예: Lilly’s poseltinib)과 달리 B세포와 T세포를 동시에 저해한다.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ruton’s Tyrosine Kinase, BTK)와 인터루킨-2-유도성 T-세포 카이네이즈 (Interleukin-2-inducible T-cell Kinase, ITK)를 선택적으로 동시 억제하면서 우수한 약효(IC50: BTK = 1 nM, ITK = 0.4 nM)를 갖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런 기전은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에 적합하다. 초기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T세포의 과도한 활성화가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고, 후기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경우, T세포 및 B세포 활성화에 따라 조직 손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각 4월 27일 기술수출 게약 장면. 사진 왼쪽부터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 마크 피쉬먼 애디텀바이오 공동 설립자, 차순도 보건산업진흥원장 / 사진=대웅제약
미국 시각 4월 27일 기술수출 게약 장면. 사진 왼쪽부터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 마크 피쉬먼 애디텀바이오 공동 설립자, 차순도 보건산업진흥원장 / 사진=대웅제약

둘째로 대웅제약이 DWP213388의 전임상 단계(GLP Toxicology)에서 안전성과 우수한 효능을 확인하자 곧 이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 계획(IND)을 2022년 8월 11일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 단계까지 거침없이 달려왔기에 비탈리는 대웅제약으로 도입한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프로젝트명을 VIT-801로 바꾸고 올해 내 임상 1상 연구를 개시할 방침이다.

필자는 2008년 10월 22일 오후 5시 30분 인천에 도착했다. 그날 인천공항 도착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1975년 8월 7일 부모님, 동생, 무엇보다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김포공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간지 33년만에 고향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것도 고향의 제약회사에서 신약개발을 총괄할 수 있는 직장을 얻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돌아오는 길이었다.

23일 중외에 출근해 이경하 사장님(현 JW중외 회장님)과 면담했고 '연구총괄전무'라는 타이틀을 얻어 중외제약연구소, C&C 연구소, 시애틀의 세리악 연구소를 총괄하고 산하 세포치료제 회사인 크리아젠의 연구도 감독하게 됐다. 24일 8시 화성연구소에 도착해 대강 둘러보고 양지파인리조트 워크숍 1박 2일을 연구원들과 같이 지내게 됐다. 중외제약 연구소와 C&C 연구소 연구원들과 즐거운 만남이었다.

아내와 함께 가방 4개 들고 온 것을 다 풀기도 전 10월 30일 대웅제약 이종욱 사장님이 연구소로 오라고 하신다. 1987년 이종욱 유한 연구소장님이 쉐링플라우(S-P)에 3개월 신약개발 연수 오신 이후 1988년부터 필자가 한국에 들어오면 유한양행부터 대웅까지 무조건 첫 세미나는 신약개발의 미국 현지동향을 연구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번 귀국은 한국에 살려고 왔는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날은 좀 논의가 특별하였다. 제약사들이 카이네이즈에 접근하여야 하는가? 당근 카이네이즈는 현재도 미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앞으로도 활발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카이네이즈에 들어가지 않았다. 2014년 언젠가 이춘호 박사가 연구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용인연구소에서 필자가 다시 세미나를 하였다. 6년 후의 논의도 구체적인 논의였다. 그리고 난 대웅이 카이네이즈를 진행하는지 안 하는지 관심을 끊었다.

4월 28일 혁신신약살롱에 관련 뉴스 하나가 포스팅 되었다. "Kinase 싫어하는 대웅이 어떻게??? 축하드립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박준석 대웅센터장은 "배 박사님, 세상은 변해야 재밌잖아요!"라고 답하였다. 세상은 변해서 재미가 있다. 문제는 너무 빨리 변해서 어지러움을 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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