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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가치 보상에 이어 들이닥친 제네릭 약가제도 개선

올해 초 정부는 '혁신가치 보상'이라는 햇볕정책을 들고 나왔다. 혁신에 합당한 가치를 매겨 적정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달까지 5차례 민관협의체 회의를 통해 제약바이오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여전히 혁신 보상의 범위가 넓고 국내, 글로벌 제약사가 원하는 것이 상이하지만 그 안에서 정부가 적정한 해답을 찾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는 햇살을 채 맛보기도 전 '제네릭 약가 제도' 관련 태풍이 닥칠 모양새다. 알려진 바로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시사평가원 등은 제네릭 약가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어느정도 예상된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혁신 가치를 보상하기 위한 주머니가 따로 마련된 것이 아닌 '건강보험재정'이라는 한 주머니를 이용한다는 이유에서다.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약품비가 25%로 고정된 상황에서 고가 신약의 등장, 항암·희귀질환 치료제 환자 접근성 향상은 물론 혁신신약 가치 보상까지, 이 모두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재정 절감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당장 제네릭 약가 제도 개선 카드를 꺼내든 이유로, 포시가 제네릭 80~90개씩(단일제 기준) 진입하면서 제네릭 약가 구조를 들여다 봤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들린다. 결국 정부는 '20개'라는 제네릭 산정 기준과 53.55% 약가가 적정한지를 따져보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진다. 

과거 복지부는 발사르탄 사태가 야기한 제네릭 난립을 해결하기 위해, 2020년 7월부터 기준요건 충족에 따른 차등보상 제도를 시행했다. △자체 생동성시험 시행 △ DMF 사용 등 기준요건에 따라 약가를 차등하고, 21번째부터는 계단식 약가를 적용하는 것이다. 기준요건을 모두 만족하면 오리지널 상한액의 53.55%, 이후 15%씩 인하된다. 등재순서와 관계없이 53.55%의 약가를 부여하던 '동일성분 동일가' 때와 비교하면 급여를 신청하는 산정약제 수가 많이 줄었다. 

심평원에 따르면 제도 개선 전인 2020년 4월부터 7월까지 월평균 549품목(총 2197품목)의 제네릭이 신규 등재됐으나, 이후 2020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월평균 97품목(총 774품목)이 등재됐다. 2022년에도 10월을 제외하고 11개월 모두 산정약제 수가 두자릿 수에 머물렀다. 

산정약제 급여결정 시점 기준.
산정약제 급여결정 시점 기준.

다만, 시장이 큰 블록버스터 품목에 대한 제네릭 과당 경쟁은 여전히 문제다. 2021년 4월에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아토젯 제네릭 230개, 10월 NOAC 자렐토 제네릭 130개, 작년 10월에는 당뇨약 테텔리아 제네릭들의 급여가 결정됐다. 지난달 말에는 또다른 당뇨약 포시가의 제네릭 89개(단일제)가 급여 결정을 받았다. 오는 9월 자누비아 제네릭도 대거 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도 '공동생동 제한법'에 기대어 해결되기를 바라볼 수 있겠다. 식약처는 생동자료를 3개사에만 허여하는 '공동생동 1+3 제한법'을 2021년 7월부터 시행 중이다. 제네릭 약가를 품질과 연계해 산정하겠다는 계획이었던 만큼 허가와 약가 정책의 출발선이 같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약가 정책이 1년 먼저 시행되면서 적용 시점의 차이가 발생했고, 공동생동 제한법 시행 전 이미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품목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았던 것이 포시가와 자누비아 사례처럼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된다. 

여기에 1+3 제한법의 효과와 더불어 현재 진행 중인 '급여적정성 재평가', 2만여 품목에 대한 '상한금액(기준요건) 재평가', 내년 예정인 '외국약가 비교 재평가' 등 재평가 기전도 줄줄이다. 재평가에 따른 품목 구조조정과 재정절감 등의 효과를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제네릭 약가 제도 개선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제약사들은, 생동비용을 분담하고 기다렸다가 완제 품목을 받는 무임승차보다 R&D 투자 등 신약 개발을 위한 노력에 대해 보상 받을 수 있는 문을 두드려야 한다. 시기와 방법의 문제일 뿐 정부의 방향성이 틀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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