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회 창립이후 12년간 배포한 보도자료 분석

지난 10여년간 국내 환자단체가 제기한 주요한 이슈들은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와 의료사고 예방, 치료제 급여화, 환자 주권 등 4가지로 압축됐다.

서강대학교(유현재 교수)와 엔자임헬스(김동석 대표) 공동연구팀은 국내 8개 환자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2010년 창립 이래 최근까지 12년 동안 배포한 262건의 보도자료를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토픽 모델링(Topic Modelling) 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4개의 핵심 토픽 중 특히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91건) 이슈를 가장 활발히 제기했으며, 그 다음은 △의료사고 예방(61건)이었다. 이어 △환자 주권(58건)과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52건)가 뒤를 이었다.

토픽별 연도별 보도자료 배포 분포
토픽별 연도별 보도자료 배포 분포

실제 연합회의 보도자료에 포함된 키워드 출현 빈도를 분석한 결과에도 이 같은 경향이 드러났다. 출현 키워드들 중 ‘환자단체’, ‘환자단체연합회’와 같이 환자 단체를 상징하는 일반적인 키워드를 제외한 상태에서, 10위 권 내에 가장 빈번하게 출현한 다빈도 키워드는 의사(2위), 건강보험(3위), 의료진(4위), 의료사고(5위), 국회(6위), 수술실(7위), 병원(8위), 정부(10위) 등이었다. 

이는 연합회가 건강보험, 의료사고, 수술실(CCTV 설치) 등의 의제를 집중 거론했으며, 이들 논의에 의사, 병원, 국회, 정부 등의 관계 공중들이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보도자료에는 국회(6위), 개정안(12위), 의료법(16위), 환자안전법(24위) 등 법제화와 관련된 키워드의 빈도가 높았다. 

보도자료 내 다빈도 키워드 순위
보도자료 내 다빈도 키워드 순위

연구팀은 같은 논문에서 연합회의 보도자료와 미디어의 보도기사 사이의 차이점도 분석했다. 

관련 뉴스를 보도한 13개 매체의 210개 보도기사를 분석한 결과 보도자료에서 6위의 출현 빈도를 보이던 '국회'가 보도기사에서는 18위로 내려갔고, '의료사고' 역시 5위에서 20위로 이동했다. 연합회의 보도자료에서 추출한 4개의 핵심 토픽 중에 수술실 CCTV설치 법제화가 있었던 것과는 달리, 미디어 보도기사의 핵심 토픽에는 법제화와 관련된 토픽은 존재하지 않았다. 

서강대 헬스커뮤니케이션센터 유현재 교수는 "환자단체의 희망과는 달리 미디어는 법제화, 의료사고 등의 특정 이슈에 집중하기 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관련 이슈에 접근하거나, 의료사고에 대해 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도기사를 작성했던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국내 의료환경에 대한 연합회의 문제인식과 제약인식에 대한 선행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환자 안전, △환자 인권, △환자 치료 접근권, △환자 중심 의료환경, △의료 공공성 강화 등 총 5개의 대주제와 14개의 하부 주제에 대해 문제인식을 드러냈다. 

또한 △의료의 특수성, △구조적 불평등, △경제적 어려움 등 3개의 대주제와 6개의 하부 주제를 환자들의 행동에 제약요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엔자임헬스 김동석 대표는 "연합회는 국내 의료환경 전반의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이슈를 제기했으며, 흥미로운 사실은 환자단체가 일방적이고 배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보도자료에는 대안적, 수용적 커뮤니케이션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대화와 타협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유현재 교수는 "일련의 연구들은 국내 환자단체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로 환자와 환자단체의 이해를 높여, 국내 의료계가 갈등보다는 조정과 중재의 의료 문화 속에서 환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두 개의 연구 결과는 '국내 의료환경에 대한 환자단체의 문제인식과 제약인식에 대한 연구', '환자단체 보도자료와 미디어 보도기사 사이 주요 의제 차이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PR연구(26권, 4호)>와 <광고PR실학연구(16권, 1호)> 최신호에 각각 게재됐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