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대웅제약 이어 메디블록 패너시어 검증자 합류
데이터 3법 통과 3년, 익명화 데이터로 신약개발·영업 등 '새 판' 보나

제약업계 안팎에서 이른바 '데이터 3법'의 이름으로 의료 분야 빅데이터의 활용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블록체인에 합류하고 있다. 직접 회사에서 기술을 사용하면서 자사와 기술제공사 모두 시너지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신약개발을 비롯해 물류에 이르기까지 향후 기업의 전략을 세부적 데이터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 것인데 이들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한독는 18일 메디블록의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패너시어(Panacea)의 네트워크 탈중앙화 유지 및 관리에 참여하는 기업검증자(Corporate Validator)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기업검증자는 말그대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데, 한독은 패너시어의 기술블록체인에서 자주 쓰이는 하나의 중앙집중된 서버에 데이터를 모으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형태인 노드(개개 참여자)의 역할을 맡는다.

메디블록의 패너시어는 의료정보에 최적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블록체인 기술로 산재돼 있는 의료정보를 취합하는 동시에 안전한 관리와 손쉬운 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독은 지난 13일부터 패너시어의 기업검증자로 합류했다. 두 회사는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 데이터 생태계 구성 논의를 진행하며 한독이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관련 환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 구축 및 비즈니스 협의도 진행한다.

한독 김영진 회장은 "최근 데이터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정보 데이터의 환자 중심 관리와 체계적인 유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메디블록 기업검증자 합류를 통해 메디블록과 건강한 의료데이터 생태계 구성을 위한 다양한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블록 고우균 대표는 "데이터 프로토콜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대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한독의 합류는 큰 의미를 가진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검증자의 참여를 통해 투명하고 건강한 의료데이터 생태계 구성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업계의 패너시어 노드 참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대웅제약이 기업검증자로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대웅제약은 패너시어의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약 물류 시스템 등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고 전한 바 있다.

업계의 움직임은 2020년 국회를 통과한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데이터3법' 시행 이후 그동안 도입을 주저했던 회사들이 참여를 시작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통과된 법 중 보건의료 분야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개인정보 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내 '가명 정보'(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 정보)를 과학적 연구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수집 목적 관련 범위 내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다는 점, 가명처리된 개인신용정보의 이용 및 제공이다.

이는 패너시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거래하기 위한 경로와 관련이 있다. 메디블록은 지난해 12월 데이터 거래 프로토콜(DEP, 데이터 거래를 위한 서버간 규약 혹은 프로그램 등을 뜻함) 테스트넷을 출시하며 노드 사이 안정화를 통해 1분기 이를 정식으로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기업검증자로 참여한 타 기업 등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특히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는 데이터를 신약개발, 제품 판권 계약, 물류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여기에 보험사와 연계를 통해 제품 개발 혹은 신약도입시 경제성을 확인하는 큰 작업부터 영업을 위해 제품을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 등까지 고려 가능하다.

패너시어의 경우만 봐도 교보그룹 내 데이터 분석기업인 디플래닉스, 한화시스템의 자회사인 엔터프라이즈 등이 기업검증자로 참여 중이다. 두 기업 모두 보험사를 보유한 기업의 회사들이다.

아직 남아있는 '의료법' 상 개인정보 기준과의 충돌 가능성, 네트워크 미구축 등으로 빚어진 시스템통합(SI)과의 차별성 문제 속에서도 블록체인 분야에 뛰어드는 업계의 전략이 어떤 결과로 다가올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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