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세탁봉사 참여기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찾는 기사 아이템 중 하나는 '자원봉사'다.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코트나 점퍼를 여미며 찬바람을 피하는 계절,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줄 따뜻한 소식을 바라기 때문일까. 올해 착한 일 하나는 꼭 하겠다는 개인적인 이유가 기자의 발길을 봉사현장으로 이끌었다. 초보 봉사자를 인도해 줄 분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이강이봉사단'. 말이 자원봉사 참여지, 민폐가 되지 않겠다는 결심을 세우고 9월 마지막 날 건보공단이 있는 원주로 향했다. 

오전 9시 30분 시작 시간에 맞춰 도착한 원주 무실동 행정복지센터 앞 공터에는 이동 세탁봉사를 할 수 있는 세탁차량 2대가 대기 중이었다. 이날은 원주시 자원봉사센터와 무실동 새마을회, 그리고 공단 건이강이 봉사단원까지 30여명이 참여하는 연합 봉사활동으로 진행됐다. 

연합 자원봉사를 자주 하다 보니 봉사자들 사이 소소한 안부를 묻는 광경이 곳곳에서 보인다. 무실동 주거 취약계층 50여 세대를 대상으로 이동 세탁봉사를 하고, 침구세트와 마스크도 후원하며, 노후 전등을 LED등으로 교체하는 것이 오늘의 주요 활동이다.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건이강이 봉사단의 자랑인 8.5톤과 2.5톤 2대의 세탁차량. 두 대의 트럭에 설치된 세탁기가 힘차게 돌아가면서 오랫 동안 빨지 못해 꾀죄죄한 이불들이 하얗고 뽀송뽀송하게 변해 간다.

 

민폐만 되지 말자는 결심으로 찾은 원주 자원봉사 현장 
이동 세탁차량 2대. 힘차게 돌아가는 세탁기와 건조기.
뽀송뽀송해지는 빨래들을 보며 아, 좋은 일 정말 하는구나!

1년에 30회 이상 이동세탁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경영지원실 송현석 과장은 "보통 14가구의 빨래가 가능하다"며 "철원 같은 곳은 한 번 지원 나가면 2~3일 정도 있기도 한다"고 말했다. 뽀송해진 이불을 받아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뿌듯하고 기분이 상쾌해 진다는 송 과장. 그가 지속적으로 봉사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세탁기와 함께 건조기가 신혼가전 필수품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건조기를 살 수 없는 분들도 많아요. 날씨와 상관 없이 빨래를 하고, 건조할 수 있어서 어르신들 만족도가 매우 높아요. 그 모습을 보는 저도 물론 기분이 좋아지죠."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세탁기와 건조기 도움으로 깨끗해진 이불은 오후 어르신 댁으로 배달된다. 세탁된 이불도 고맙지만 새 침구세트를 선물 받으면 기분이 한결 더 좋을 터. 이 마음을 잘 아는 봉사단은 침구세트도 선물로 준비했다. 

세탁물을 기다리는 동안 LED 전등교체 봉사에 따라 나섰다. 나이드신 어머니와 거동이 불편한 아들이 사는 집 전등을 교체해주기로 했다. 리모컨으로 끄고 켤 수 있는 LED 전등이다. 

"LED가 불빛이 더 밝고 교체기간도 길기 때문에 교체 봉사를 하고 있어요. 대상 세대는 지역 주민센터로부터 추천을 받았죠.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니고 연합 봉사단분들 지원해드리는 역할이에요." 원주횡성건보공단 소속 김준희 대리는 봉사단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LED 조명 사용설명서를 살펴보느라 분주하다.

자원봉사에 진심인 건이강이 봉사단은 2005년 창단됐다. 본부에 운영위원회와 사업지원국을 두고 있으며 전국 214개 지역본부 및 지사에 단위봉사단을 구성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봉사단 인원은 1만 4880명이다. 이렇게 많은 봉사단을 꾸려가는 경영지원실 이은성 팀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건강보험제도를 관리해오면서 질병, 빈곤 등의 사회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체감했어요. 그리고 그들과 크고 작은 사랑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의 작은 나눔이 어려운 이웃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나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2005년에 이러한 나눔활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공단 건이강이 사회봉사단’을 발족했습니다."

건이강이봉사단은 △취약계층 돌봄‧지원 △국민건강/안전환경 △지역상생/동반성장 △임직원 재능기부 등 총 4가지 주제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취약계층 돌봄 및 지원에서는 건강보험 작은공부방이라고 사회소외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돌봄학습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한부모가족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자격증 취득‧직업훈련‧취업교육비 및 성장앨범 제작비를 지원하는 희망풍선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또 병원비 부담 완화를 위해 공단 일산병원, 전국 병‧의원과 연계해 진료비를 지원하고, 매년 연탄은행에 연탄 2만장과 난방비를 지원해요. 김장김치도 후원하고요."

건강증진과 나눔활동을 연계해 계단을 오르면 기부금이 적립되는 원주역 천사기부계단 프로젝트도 했고, 2005년부터 1만여명의 임직원이 헌혈에 참여해 현혈증을 기부했다. 강원지역 저소득 노인인구 밀집지역에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나눔공간을 설치해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재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은성 팀장
이은성 팀장

"건강보험제도를 관리해오면서 질병, 빈곤 등의 사회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체감했어요. 나눔활동을 체계적으로 하자는 뜻으로 2005년 건이강이 사회봉사단을 발족했어요(이은성 팀장)."

‘이동 빨래왕’ 위용을 자랑하는 빨래봉사단은 2017년 발족됐다. 자체 제작한 이동빨래 봉사차량을 이용해 농어촌, 재난지역을 찾아다닌다. 집수리봉사단은 주거환경개선이 시급한 홀몸 노인 세대, 주거 취약계층 집수리를 하는데 주말에 시간을 내 참여하고 있다. 

경영지원실 강정대 대리는 휴전선 인근 농촌마을 봉사활동이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지난 6월 휴전선 인근 농촌마을인 철원군 마현리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진행한 연합 봉사활동이 기억에 남아요."철원군 마현리 마을은 휴전선 안에 있고 60년전 ‘사라호’ 태풍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경북 울진 수재민과 과거 정부의 식량자급자족 정책 일환으로 제대군인들이 이주해 형성된 마을이다. 

"철원군 마현리 마을은 500여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이 중 노인인구가 150여명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30%에 달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세대도 많았어요. 철원군, 자원봉사센터 등 지역 봉사단체와 함께 마을의 거동이 불편하거나 홀로 계신 어르신, 장애인 분들을 위해 생활물품 후원, 빨래봉사, 이‧미용봉사, 방역활동, 심리치유봉사 등 연합 봉사활동을 진행했어요."

"저는 빨래봉사단으로서 묵은 빨래를 깨끗하게 세탁해서 생활 물품과 함께 집으로 전달해 드리는 역할을 맡았는데, 어르신들께서 너무나 좋아하셨어요. 제 입장에서는 거창한 일을 한 게 아닌데,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을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봉사단은 올해 ‘쾌적한 주거환경 만들기’ 강원지역 연합 봉사활동 계획을 세우고 지난 3월부터 9개월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원주를 비롯해 춘천, 강릉, 속초, 동해, 철원 등 강원 6개 지역을 바쁘게 찾아다녔다. 이동빨래, 방역 및 청소, 이·미용 봉사까지 상황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올해 연합봉사를 통해 6,184세대를 지원했다. 

올해 연말까지 봉사단체와 연합해 집수리 지원 등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인터뷰 당시가 9월이었으니 지금은 2023년 봉사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을까. 당시 취재라는 명목으로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카메라와 수첩을 내려놓고 구슬땀을 흘리는 시간을 다음 기회에는 가져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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