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 로즈 수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교수 간담

"1, 2, 3세대 약물 모두 아시아인서 L858R 변이에 기대 못미쳐"
"이레사보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간값 2배 이상 증가 입증"
"감각이상 이상반응, 용량 줄이면 약효 영향 없이 관리 가능해"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는 3일 렉라자 1차 치료 글로벌 임상 3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는 3일 렉라자 1차 치료 글로벌 임상 3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SMO ASIA 2022 싱가포르 = 황재선 기자]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는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가 EGFR 변이 중 L858R 변이 및 CNS 침투가 발생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확신어린 전망을 했다.

조병철 교수는 3일 ESMO ASIA 행사 가운데 단 3 명의 연구자만 발표 기회를 가졌던 'Presidential Symposium' 세션에서 렉라자 1차 치료 글로벌 임상 3상(LASER 301)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연구진은 렉라자가 대조약물인 1세대 EGFR-TKI(인산화효소 억제제) 치료제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보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간값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L858R 변이에서 PFS 17.8개월(대조군 9.6개월)의 데이터를 공개하며, 기존 약물들로 효과를 볼 수 없던 아시아 L858R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새 옵션이 나타났음을 시사했다.

L858R 변이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50% 가량 가지고 있는 변이인데다, EGFR 변이 환자 약 80%가 아시아인이어서 유한양행의 이번 발표 결과는 의미가 한층 깊다.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와 로스 수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교수가 지난 3일 ESMO ASIA 프레스룸에서 국내 전문언론 간담 자리를 가졌다.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와 로스 수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교수가 지난 3일 ESMO ASIA 프레스룸에서 국내 전문언론 간담 자리를 가졌다.

조 교수는 발표를 마치고 곧바로 로스 수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교수와 함께 ESMO ASIA 프레스룸으로 찾아 히트뉴스 등 전문언론과 발표 내용을 두고 간담을 가졌다.  그는 15분 짧은 발표 때 다 하지 못했던 렉라자의 가능성과 그 의의를 상세히 풀어냈다. 

 

L858R 변이와 뇌전이 환자에 개선된 옵션 제공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
조병철 연세암센터 교수

조 교수는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대조약물인 게피티닙보다 통계적으로 L858R 변이 및 뇌전이 환자에서 유의미한 PFS 향상을 보였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1~2세대 치료제들과 더불어, 같은 3세대 제품인 타그리소까지도 아시아인에서 L858R 변이에 대한 데이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기본적으로 같은 3세대 제품끼리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단일 약제만 존재하던 임상 현장에 특정 변이 혹은 상태에 대한 개선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301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는 전체 ITT(전체 치료 환자)군 데이터와 아시아 및 한국인 환자 데이터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아시아 환자 소그룹에서는 20.6개월, 한국인 환자 소그룹에서는 20.8로, 전체적으로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조병철 교수는 이 점을 타그리소와 주 차이점으로 들었다. 타그리소는 전체 ITT 환자군에서 약 19개월 정도 PFS 중간값을 보였지만, 아시아인 및 한국인에서는 그렇지 못한 결과들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변이 중 하나인 Exon19Del PFS HR(위험비)에 준하는 데이터를 L858R 변이에서도 보여줬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적 기간 부족, 18개월 시점 OS 공개...원인은 크로스오버 40% 

LASER 301 연구 OS 데이터는 29% 수준의 완료율을 보였으며, 18개월 시점 데이터를 공개했다. 
LASER 301 연구 OS 데이터는 29% 수준의 완료율을 보였으며, 18개월 시점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추적 기간이 만족 되지 못한 18개월 시점 OS(전체 생존기간) 데이터만 공개됐다. 현재 OS 데이터 완료율은 약 29% 수준이다. 공개 데이터에 의하면, OS에 해당하는 HR은 0.74로 이레사보다 안정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조 교수는 이 원인을 40%에 달하는 크로스오버 비율에서 찾았다. 크로스오버는 대조 약물을 투여받고 있는 환자들이 내성 등으로 적절한 치료가 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약물 종류를 바꿔 투약하도록 하는 절차다. "연구 내에서 이레사 투약 중 렉라자로 전환한 환자와 연구에서 이탈해 렉라자나 타그리소 등으로 치료를 이어간 크로스오버 환자가 거의 40%에 달한다. 이렇게 크로스오버가 일어나고 있는 환경에서 전체생존율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타그리소의 글로벌 임상 'FLAURA 연구'가 진행 중이던 당시 임상 환경과 현재는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렉라자와 타그리소의 임상 시작 시점에 따른 환경은 명확하게 차이가 있다"며 "예를 들어, 현재는 액체생검(혈액생검)이 일반적인 관행(Common Practice)이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FLAURA 연구 때는 T790m 변이조차 굉장히 생소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변이들을 고려해 그에 맞는 약제를 치료에 활용하는 등 임상 환경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타그리소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허가 및 급여된 상태로, 다른 3세대 EGFR-TKI 치료제가 이용가능하도록 세팅된 상황이라 다르다"며 "40% 가까운 크로스오버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적 기간을 충족한 OS 데이터를 확보하는 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OS 데이터가 분석될 시점은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 쯤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수는 "IPCW(Inverse Probability Censoring Weighting) 분석이라고 하는 서브시퀀스 테라피(Subsequence Therapy)를 받은 환자들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분석법을 활용해 기존 EGFR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데이터를 중도절단(Censoring)한 결과에서는 극단치(Outlier)를 벗어나지 않는 OS 이점을 보였다"며 "이런 상황들에 있어 렉라자가 타그리소에 비해 분명한 허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로스 수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교수도 L858R 변이를 표적으로 한 렉라자의 PFS 데이터는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로즈 수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교수
로즈 수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교수

로스 교수는 "EGFR 변이 환자 중 약 50%가 L858R 변이를 가지고 있다"며 "특히, 이 변이는 공동으로 다양한 내성 유전자를 함께 발현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효과를 내기 힘들었는데, 렉라자가 타 EGFR-TKI 치료제들이 보여주지 못한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뇌전이에 대한 연구 세팅도, 타그리소 FLAURA 연구 이후 세계에서 세팅된 유일한 임상 3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타그리소에 없던 감각이상 보고, 약물 용량 감량하면 해결

렉라자는 대조군인 게피티닙에 비해 감각이상(Paraesthesia)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렉라자는 대조군인 게피티닙에 비해 감각이상(Paraesthesia)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렉라자는 이상 사례(Adverse Event) 보고에서 감각이상(paraesthesia)이 보고됐다. 이는 타그리소에서는 보고되지 않던 사례로, 행사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들은 그 원인과 관리 방법에 궁금증을 가졌었다.

조병철 교수는 "우리나라 연구진들은 LASER201 연구를 통해, 감각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상태"라며 "외국 연구진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보고를 많이한 점에서 시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감각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 사례를 발견할 수 있는 역치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서양에서 보고되는 감각이상 사례는 우리나라 절반 수준인 약 20%다. 아직 생물학적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추후 서브시퀀스 분석을 통해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그는 "키 메시지는 보고된 이상사례들이 용량 의존적(dependent)이라는 점"이라며 "감각이상 또는 다른 이상사례를 가진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렉라자의 혈장 내 농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 환자들은 160mg로 용량을 감량해도 체내 약물 약동학(PK)이 기존 투여(240mg) 환자 혈장 농도와 동일했다. 즉, 이 환자들은 용량 감량에도 약효에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감각이상을 가졌던 환자들은 대부분 용량 감량에 의해 증상 정도가 감소하거나, 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약 60%의 환자가 관리 가능하다고 표현했다. "대부분 환자들이 보존적 관리를 위한 추가 투약이 필요 없었다. 대부분 1기(Grade 1) 수준이었으며, 약물 감량으로 충분히 관리가능해 영구 중단 환자는 매우 드물었다." 

대조 약물인 이레사와 전체 ITT 내 영구적으로 약물을 중단하는 환자 비율은 비슷했기 때문에, 감각이상이 환자가 약물 치료를 중단하게 만드는 주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QTc 간격 연장(Prolongation)이 일어나 급사하는 등과 다르게 생명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아니라 관리 가능하다는 점에서 타 약제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약제에 이상 사례가 보고되더라도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가 약을 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효과가 없어서 약을 끊는 것이 아닌, 부작용 때문에 약을 끊는 것은 환자에게 보험 미적용이라는 재난(disaster)이 발생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미국 임상이 진행되지 않은 점, 추후 규제적 허들로 작용할까?

조병철 교수가 Presidential Symposium 세션 발표를 마치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조병철 교수가 Presidential Symposium 세션 발표를 마치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글로벌 시장으로, 미국을 배제한 임상은 추후 규제적 허들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조 교수는 "레이저티닙은 마리포사 연구, 크리살리스 연구 등에서 렉라자와 아마반타맙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데이터들은 FDA에 1차 치료제 허가 신청 시 충분한 근거 자료로 인정돼 글로벌 규제기관 승인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확신했다.

그는 "병용요법 연구들을 통해 렉라자는 L858R 변이를 가진 환자 대상 3세대 EGFR-TKI 병용요법 플랫폼으로 골격(BACK BONE)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 EGFR 환자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8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이 지역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