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 정혜진 기자가 밥을 지어 아기와 함께 먹어보니

"입 까다로운 아기도 잘 먹어, 환자들에게 강점 될 수도"

'혈당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밥'이라니, 이건 다이어터를 혹하게 하는 저칼로리 식품과 완전히 다른 차원 아닌가. 게다가 밥으로는 국내 최초로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흰쌀밥과 뭐가 다를까. 맛은 어떨까. 직접 먹어보자.

24시간 약국들로 유명한 강남역 부근 온누리약국에서 혈당조절밥을 살 수 있었다. 판매대는 '국내 최초', '가격 할인' 안내가 가득했다. 마트와 편의점 매대에서 보던 햇반을 약국 진열장에서 만나다니. 생소한 느낌으로 제품 설명을 살폈다. '국내 최초의 상품밥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안내가 눈에 띄었다. 

약국의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밥' 진열대
약국의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밥' 진열대

여섯개 들이 번들 가격은 1만2900원. 정가 1만5000원에서 2100원 할인한 가격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다. 개당 가격은 2000원 남짓. 약국에서 일반 햇반을 판매하지 않으니 직접 가격 비교는 불가하다. A 인터넷 쇼핑몰에서 기존 일반 햇반(백미)을 1만3250원에 12개 살 수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혈당조절밥은 두 배 남짓 비싼 가격이다.

카운터에서 계산하며 분위기를 살폈다. 약사는 "당뇨 환자들이 많이 사간다. 이건 보통 밥과 차원이 다르다"며 "약국 중에는 온누리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J와 온누리H&C 협업으로 일부 온누리약국이 혈당조절밥을 팔고 있으니, 오프라인 구매처 중에는 온누리약국이 유일한 건 사실이다.

 

"그냥 쌀밥이랑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는데요?"

저녁 시간이 되어 전기밥솥 대신 혈당조절밥을 꺼내 전자렌지에 넣었다. 2개에 3분, 간편하게 식사준비가 끝났다. 계란말이에 소고기뭇국, 오이 반찬과 김, 장조림으로 24개월 아기 식판을 채우고 김치에 장아찌를 더해 어른 식탁을 차렸다. 집에서 햇반을 먹는 건 처음인듯하다. 

"그냥 쌀밥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색깔이 좀 누런 거 말곤."

같이 산 3년 간 내가 해준 음식에 부정적인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혈압이나 혈당이 걱정되는 중년에 들어선 남편은 '건강기능식품 밥'이라며 떠주자 관심을 보였다. 

"현미밥 보다 덜 거칠어 좋아요. 건강 때문에 현미밥 먹으려 해도 껄끄러워 안 먹게 되는데, 이건 거친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들한테 아주 좋을 것 같아요. 먹을 때 거부감이 없어요." 

남편은 한 공기를 금세 비웠다. 그리고는 '그런데 우리 먹던 이천쌀밥이 너무 맛있어서 맛은 비교가 되긴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집은 얼마전부터 '임금님표 이천쌀'을 먹는다. 남편이나 나나 입맛이 무뎌 쌀 살 땐 가장 싼 걸 사곤 했는데, 굳이 10kg에 만원이나 더 비싼 이천쌀을 산 이유는 밥을 먹기 시작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24개월 아기 때문이다.

아이는 원체 입이 짧다. 애써 만들어놓은 반찬도 한두번 먹고는 의자를 기어내려가버렸다. 그러니 끼니마다 매번 밥 먹이는 게 전쟁인데, 밥이 맛있으면 좀 잘 먹으려나 싶어 비싼 이천쌀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천쌀로 지은 밥은 이전보다 더 잘 먹는게 아닌가. 쌀에 투자를 하면서 '밥 먹이기 전쟁' 조금은 수월해진 터다.

먹던 이천쌀이 아니라 또 안 먹으려나 싶었는데, 웬일인가. 아이가 떠준 한 끼를 투정 없이 다 먹는다. 내가 의아해하는 사이, 혈당조절밥 한 그릇을 다 먹은 24개월 아이는 식탁을 내려가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맛이 아니라 가격인가. 비싸야 잘 먹는건가. 혼잣말을 하며 나도 한 술 떴다. 일반 백미밥과 크게 다른 걸 모르겠다는 남편 말에 공감이 갔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빛깔과 식감. 누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엷은 베이지빛에, 밥알들은 혀에서 매끄럽게 굴러다니며 쉽게 씹힌다. 일반 백미밥이 좀 더 밀도있고 쫀득하다면 혈당조절밥은 가볍고 가뿐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질감 조차도, 집에서 밥솥에 지은 밥과 비교해 즉석밥이 가지는 특유의 매끄럽고 가벼운 식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혈당조절밥은 '그냥 밥'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시피 한 셈이다.

 

혈당조절에 도움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밥'

혈당조절에 좋다는 대표적인 탄수화물 식품으로 사람들은 통밀빵, 잡곡밥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이 식품들의 혈당 조절 효과는 우리가 기대한 만큼, 가격을 훨씬 더 많이 지불한 만큼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통밀빵의 배신'이라 했나. 그럴 바에야 차라리 하얀 밀빵을 야채와 함께 잘 씹어먹는 게 낫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다.

그런 점에서 혈당조절밥에는 혈당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원료인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이 3.1% 가량 함유됐고 '혈당 관련 의약품과 함께 섭취할 때 주의하라'는 문구까지 명시하고 있으니, 당뇨 환자들에게는 적확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반적이지 않은 식사를 해야 하는 환자에게 '그냥 밥과 크게 다른 게 없다'는 특징이 가장 큰 장점이나 강점이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건강 관련 제품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판매하려는 약국에도 식품으로서 좋은 아이템이 될 거란 기대가 가능하다. 

온누리H&C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에게 약국은 아직도 조제 받거나 약을 구매할 때만 가는 곳이란 인식이 있지 않나. 온누리는 이 인식을 벗어나 약국이 건강과 관련된 것이라면 양질의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국 밖에 있는 기업, 브랜드, 제품과 협업을 늘려갈 것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큰 푸닥꺼리 없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하루를 정리하고, 혈당조절밥 체험기를 쓰는 지금도 궁금한 건 아이의 입맛이다. 혈당조절밥이 좋았던 걸까. 계란말이에 장조림, 김은 평소 먹던 것과 비슷한 맛인데. 혈당조절밥 맛이 이천쌀 밥을 이길리는 없고. 역시 비싼 걸 알아채는 건 본능인가. 오늘따라 배가 고팠던 걸까.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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