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oNECT 국제 콘퍼런스 기조세션

"임상개발 담당자 부족...의사과학자 양성해야"
"디스커버리 단계서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연구 중요"
"임상개발 통해 밸류 창출...커머셜에서 두각 나타내야"
"국내 신약개발 성공사례는 케이캡·렉라자·렉키로나"
"제약사, CMC 전문성 필요...매출 대비 R&D 비중 늘려야"

(사진 왼쪽부터)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백승재 한미약품 상무, 송근석 HK이노엔 전무(R&D 총괄), 박재휘 셀트리온 상무, 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사진 왼쪽부터)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백승재 한미약품 상무, 송근석 HK이노엔 전무(R&D 총괄), 박재휘 셀트리온 상무, 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국내 신약개발 환경을 살펴보고, 신약개발 성공사례와 성공 요인을 알아보는 담론의 장에서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다.

12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동 주최하는 '2022 KoNECT 국제 콘퍼런스' 기조세션에서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의 핵심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국내 신약개발 성공요인과 경험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조세션(신약개발 성공사례 토크쇼)은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를 좌장으로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백승재 한미약품 상무 △송근석 HK이노엔 전무(R&D 총괄) △박재휘 셀트리온 상무 △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등이 패널로 나섰다.

기조세션은 △한국의 신약개발 환경 △신약개발 성공의 개념 △성공사례 및 성공의 주요 요인 △신약개발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 △신약개발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중심으로 패널들의 논의가 이뤄졌다. 토의는 문한림 대표의 질문을 패널들이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국내 신약개발 R&D(연구개발) 환경, 성숙했나.

아니면, 좀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나.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이 국내 신약개발 R&D 환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이 국내 신약개발 R&D 환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현재 한국은 신약개발에 있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많은 논문들과 탄탄한 기초과학을 토대로 신약개발 능력이 향상됐다. 다양한 기초과학들이 실제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단계서 특히 대학의 원천기술이나 새로운 타깃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산업계에서 흡수하는 것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임상개발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다. 현재 국내 제약산업에서 의사(MD)들의 포지션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한 편이다.

 

우리의 신약개발, R&D 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과거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생산에 몰두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관심을 기울여 (신약개발) 역사가 짧은 데, 현재 굉장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서도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국정과제로 삼았고,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치했다. 지난 5월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됐다. 바이오헬스 글로벌 강화, 신약개발 메가펀드 조성,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7월부터 위원회 인력의 60~70%를 줄이면서 위원회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배병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서울대학교 의과대학생 99%의 목표가 임상의라고 생각한다. 의사과학자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1%도 채 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진료의에 비해 의사과학자가 되었을 때 경제적 보상이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과학자가 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영국의 옥스포드,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은 7년이 소요돼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1년이 걸린다.

무엇보다 국내서 커리어 개발 패스가 불투명하다. 미국은 의사과학자의 인건비를 미국 국립보건원(NIH)서 가져온다. 반면 우리나라는 출발선에서 경쟁력이 너무 뒤떨어진다. 주니어 의사과학자, 중견 의사과학자에게 지불되는 연구비 등이 정확하게 공표돼야 한다. 이런 부분들이 좀 더 확장되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 의사들이 늘어날 것 같다.

 

디스커버리 단계서 신약개발 성공의 정의는 뭔가.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는 공동연구,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 등이 디스커버리 단계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는 공동연구,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 등이 디스커버리 단계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글로벌 빅파마가 저희의 기술을 인정하고, 소정의 연구비를 받아 공동연구개발을 하는 것이 디스커버리(Discovery) 단계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디스커버리 단계서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한 언멧 니즈, 바이오마커를 찾아내고, 제대로 된 데이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개발 중인 기술들이 환자들에게 최대한 빨리 접근할 수 있게끔 하는 모든 노력들이 신약개발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연구,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 등이 디스커버리 단계서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임상개발 단계서 성공의 정의는 뭔가.

임상개발을 통해 적절한 밸류를 창출하고, 제품이 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임상개발을 통해 적절한 밸류를 창출하고, 제품이 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백승재 한미약품 상무=전임상에서 임상으로 진입할 때 p-value 값이 0.05 이하로 떨어지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신약개발은 이과에서 시작해 문과로 끝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이언스를 아무리 잘해도 커머셜(Commercial)에서 효과를 나타내야 한다. 사이언스가 사이언스로 끝나면 안 된다. 임상개발을 통해 적절한 밸류를 창출하고, 제품이 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기업 파트너링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차별화 포인트다. TPP(Target Product Profile, 목표제품특성)를 세우는 것, 임상단계서 PoC(Proof of concept, 개념증명)를 입증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과 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더 큰 기회를 만드는 것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신약개발 성공사례가 있나.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디스커버리 단계서 소셜 밸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바이오오케스트라 CMO(최고의학책임자)로 재직 중인 루이스 오데아 박사는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추구하는 소셜 밸류에 만족하고 있다. 이 부분이 임상시험 엔드포인트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스커버리 단계부터 이 관점이 적용돼야 한다. 저희는 퇴행성뇌질환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악화되어 있는 상태를 되돌린다'는 콘셉트의 약물을 개발 중이다. 회사의 소셜 밸류를 빅파마들이 인정해서 현재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하고있다. 빅파마와 지속적인 공동연구가 저희의 성공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송근석 HK이노엔 전무(R&D 총괄)=HK이노엔의 국산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최단 기간 내에 단일품목 부문 매출 1300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 1987년 우리나라에 물질특허가 도입되면서 그때부터 국내서 신약개발을 해야겠다는 인식을 가졌다. 1995년 연구원으로 회사에 입사해 비임상시험, IND(임상시험계획) 업무를 했다. 당시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토대로 스미스클라인에 1억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도 진행한 바 있다. 케이캡의 경우에는 특허기간이 2030년에서 2036년까지 늘어났다. 국내서 성공해야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2013년부터 제노스코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을 개발했고, 2015년 유한양행이 라이선스 인(License in)을 했다. 최종 물질은 뇌전이 동반 폐암 환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TPP상의 증명, 중개연구가 굉장히 중요하다. 실제 비임상의 효능이 임상시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 특히 임상의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언멧 니즈를 파악해 약물을 찾고, PoC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즈니스 과정에서 파트너를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재휘 셀트리온 상무=신약개발에 있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 승인을 받았다.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환자들에게 약이 쓰일 수 있었던 이유로 셀트리온이 가지고 있는 내재화된 통합 절차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비용 부문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직접 임상시험 내재화를 통해 글로벌 허가까지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상업화 측면에서 기존의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현재 직판 단계로 넘어갔다.

 

신약개발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나.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글로벌 빅파마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할 때 투자자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기술개발도 진행해야 한다. 내부 리소스를 생각하지 않은 채 (글로벌 빅파마와) 협력을 진행하는 판단을 내렸을 때 내부 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경험을 했다. 좋은 회사들의 협력 오퍼 제의가 있더라도 투자자들과의 내부 프로그램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스커버리 관점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나.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신약개발 실패 여부보다 디스커버리 단계서 어떤 사이언스를 통해 게이트를 설정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스커버리 단계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리학 기반 약물동태(PBPK, 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모델링이 임상시험에서 큰 도움이 된다. 임상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느 정도 수준의 바이오마커 테스트를 적용할 것인 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신약개발 전주기 수행을 더 잘할 수 있나.

백승재 한미약품 상무=작은 차이에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이언스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단순히 신약이 좋다는 것보다 시장에서 신약이 잘 팔릴 수 있는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내서 CMC(제조품질관리)를 더 신경써야 하고, 적극적인 미국 시장 리서치도 필요하다.

송근석 HK이노엔 전무(R&D 총괄)=(국내 기업들이) CMC가 확립된 이후에 임상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 되는 걸 빨리 중단하는 것도 신약개발에 있어 효율적인 방법이다. 계속 늘어지게 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데, 글로벌 빅파마에 비해 그 비용이 많이 못 미치는 것 같다. 국내서 매출 대비 R&D 비중이 가장 높다는 대웅제약의 경우에는 매출의 15% 정도를 R&D에 투자한다. 글로벌 빅파마 중 R&D 비용이 가장 높은 곳은 로슈(Roche)다. 지난해 로슈는 161억 달러(약 23조700억 원)를 R&D 비용으로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약 22.5%다. 국내 제약사들이 앞으로 신약개발 투자 비중을 매출 대비 20%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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