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위기라는 K바이오 신약개발만 바라보고 나가자

올해 30주년을 맞은 K바이오는 지난 몇 년 간 호황을 뒤로한 채 IPO(기업공개) 문이 좁아지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얼마간 지리멸렬한 상태를 견뎌내야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어김없이 봄은 오고야 말것이다. 언제 30년이 좋기만 했었나.

뚜렷한 매출이 없는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임상 연구개발(R&D)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다양한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가 있었지만, 앞으로 특정 분야의 기업에 투자금이 쏠릴 것"이라며 "후속 투자를 못 받는 일도 빈번해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혹독한 겨울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 돈을 절약해야 한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편"이라며 "일부 바이오 기업의 경우에는 직원들 급여가 밀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이오 투자 시장이 호황기였던 2020년~2021년 바이오 기업이 대량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총 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 대다수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1~2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났고, 주가가 고점 대비 80% 이상 빠진 기업도 있다.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바이오 기업들은 대규모 현금 상환을 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이오 기업 줄도산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005년 기술특례상장을 도입해 매출이 없는 바이오 벤처들의 IPO 문을 열어줬다. 이후 약 100여개 바이오 벤처들이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지만, 꽤 많은 기업들이 IPO 당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일부 기업들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매출 요건 미충족 등으로 인해 거래정지 처분을 받았다.

수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임상에서 실패했으며, 임상 실패 또는 임상 조기종료에 대해 제대로 된 공시를 하지 않은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이는 주식 시장에서 바이오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일부 바이오 기업은 투자금을 신약개발이 아닌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기도 했다.

현재 국내 바이오 벤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좋은 퍼포먼스를 꾸준히 보여주는 바이오 기업들도 있다. 올해 초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와 계약금(Upfront)만 900억 원에 달하는 빅딜을 체결하며, K바이오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ADC(항체약물접합체) 항암제와 합성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수출 누적 계약금 규모만 5조원 이상에 달한다.

국내 바이오 벤처 1호인 바이오니아 설립을 시작으로 K바이오는 30년 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최근 국내 바이오 업계는 백척간두라지만, 이럴 때일수록 신약개발에 대한 열망을 놓쳐서는 안된다. IPO는 바이오 벤처기업에게 수단이지 목표일 수 없다. 목표는 혁신 신약개발이다. 목표를 바라보며 한발 두발 나아가다 보면, 다시 봄이 올 것이다. K바이오여, 두려움을 앞당겨서 매일매일 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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