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종교계 모두 조력존엄사 법안에 의구심 표현
"사회적 합의가 우선, 이를 바탕으로 의료와 법 준비해야"
안락사·의사조력자살 네덜란드 벨기에, 미성년까지 가능

최근 발의된 조력존엄사 법안과 관련, 임종 방식과 시기를 선택할 환자의 권리가 중요하다면 새로운 법안이 아닌 기존 시행 중인 연명의료결정법의 보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의료윤리학회 전 회장인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과 고윤석 교수는 24일 열린 '조력존엄사' 법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과 함께 "연명의료 중단이나 의사조력 자의임종과 같은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와 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윤석 교수는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하고 6년 째인 지금까지도 호스피스 돌봄 이용이 가능한 질환은 5개로 국한돼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의료계가 조력존엄사 법안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로 환자가 누릴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기간만을 연장하는 행위에 대한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만성호흡부전 등의 말기환자 만이 해당된다.

고윤석 교수는 "사망이 초래될 수 있는 의료 상황에서 내린 환자의 자율 결정은 실로 당사자가 가진 가치관의 총체적 반영으로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며 "회복이 되지 않는 질병을 가진 환자의 감내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해결 방안도 있어야 한다"고 자의임종 권리에 대한 과제의 중요성은 공감했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 발생하는 제약과 함께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기반시설 및 국가지원의 부족으로 결국 말기 환자들이 임종 돌봄에서 소외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임종 돌봄도 의료현장에서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더구나 조력존엄사에 대한 교육이나 접근 방식에 대한 준비는 의료인들조차 매우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국가가 과연 개인에게 '죽을 권리'를 줄 수 있는가

의료계에서는 조력존엄사 법안 시행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면 종교계는 법안이 말하는 권리 자체에 주목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 박은호 신부는 "죽을 권리에 대한 자기결정권 보장이 안락사나 의사조력 자살(자의임종)에 대한 합법화의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며 "그러나 과연 한 사회 혹은 국가가 국민에게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죽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엄사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존엄사법은 1997년 세계에서 첫 번째로 의사조력자살을 합법화했던 법의 이름이다.

박은호 신부는 "존엄사는 자살을 포장하는 용어다. 조력존엄사법이라는 이름으로 의사조력자살을 합법화하는 것 역시 자살을 포장하는 것"이라며 "의사조력자살은 생명의 봉사자인 의료인의 본분을 침해하고 의학적 판단을 배제해 의사의 전문성을 소외시킨다. 나아가 의사가 단지 환자의 요구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로봇처럼 전락시킬 것"이라고 첨언했다.

의료계와 종교계는 결국 현행 제도의 보완 및 발전을 통해서 조력존엄사 법안이 외친 웰다잉, 임종 방식과 시기에 대한 권리를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신부는 안락사와 의자조력자살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네달란드와 벨기에의 경우 안락사 적용 범위가 미성년자에게까지 확대됐다는 점을 소개하며 우리 공동체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고려해야 한다고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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