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 단장, "회사 매출·R&D투자비용에 맞는 글로벌 진출 전략 필요" 
오준병 교수, 자동차·IT·게임 산업 정책 사례를 통해, 정책적 개선점 도출

19일 한국바이오경제학회가 주최한 '한국바이오경제학회 여름 워크숍'이 서울시 소재 '롯데호텔서울'에서 개최됐다.
19일 한국바이오경제학회가 주최한 '한국바이오경제학회 여름 워크숍'이 서울시 소재 '롯데호텔서울'에서 개최됐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으로 합작투자, 자회사 설립을 통한 투자금 유치, 중남미 등 파머징(Pharmerging) 마켓 진출 등 3가지 모델이 소개됐다.

한국바이오경제학회(학회장 최윤희)는 19일 롯데호텔서울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성장 경로는?'이라는 주제로 여름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이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진출전략'을 주제로, 오준병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우리나라 주력산업정책 역사와 바이오산업에의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

"회사 매출·R&D투자비용에 맞는 글로벌 진출 전략 필요"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은 국내 제약기업에 적용 가능한 △선진시장 진출모델 △연구개발 자금 유입 모델 △파머징 마켓 진출 모델 등 3가지 진출 전략을 소개하며, R&D 투자 비용과 매출을 기반으로 대상 전략과 국내 기업을 매칭해 소개했다.

글로벌 진출에 가장 이상적인 제약사는 R&D 투자비용과 매출액이 비례선상에 있는 기업이다. 이 지표가 모두 높은 제약사는 '선진시장 진출모델'을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R&D 투자비용이 약 1500억 원, 매출액이 1조를 넘는 회사가 해당되며, 2020년 기준 △유한양행 △한미약품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등이 해당된다. 

국내 제약사 매출액과 연구개발비용에 따른 글로벌 진출 전략 모델
국내 제약사 매출액과 연구개발비용에 따른 글로벌 진출 전략 모델

묵 단장은 "이 그룹에 해당하는 회사들은 세계 선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할 수 있는 회사"라며 "합작투자, Co-development(공동개발), 국내외 바이오벤처 물질 기술도입 후 추가 개발 등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회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6000억원 대 R&D투자비용, 5000억원 대 매출을 가진 △동아ST △JW중외 △일동제약 등 제약사는 '연구개발 자금 유입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며, 파이프라인 별로 자회사를 설립해 벤처캐피탈 자금을 유치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묵 단장은 "제약사가 직접 채권 발행이 힘들 경우, 임상 진입을 위한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주로 생겨나고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예로, 일동제약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 아이디언스'를 설립해 고형암 표적치료 후보물질인 '베나다파립' 등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한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묵 단장에 따르면, 이 회사들과 매출 규모는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R&D 투자비용은 적은 기업은 '파머징 마켓 진출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제일약품 △동국제약 △보령 △한독 등이 이 모델 적용 범위에 해당된다. 

파머징 마켓은 아시아·중동·중남미 등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의약품 산업 신흥시장'을 말한다.

그는 "이 그룹 기업들은 7~8위 정도 글로벌 매출을 가진 고혈압, 제2형당뇨병 치료제 등을 개량신약으로 개발해 파머징 마켓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대상국가 제약사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공동 연구·개발 환경을 구축할 수 있으며, 개량신약 외에도 API(원료의약품), DDS(약물 전달 시스템) 기반의 진출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제약사들과 별개로 바이오벤처들은 IPO가 유일한 EXIT의 유일한 방안으로 여겨지며,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왔다는 분석이다. 

그는 "대부분의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IPO 후 시가 총액을 정당화할 수 있는 영업이익 창출전략이 부재한 상태"라며 "자사만의 특화된 플랫폼을 확보해 연속적인 라이센싱 아웃을 성사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바이오벤처 기업이 글로벌 성장을 하기 위해선 글로벌 임상 추진 능력 보유 기업과 공동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며 "오스코텍이 유한양행과 손 잡고 레이저티닙을 개발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글로벌 빅파마·스폐셜티(Specialty)파마와 공동연구·개발,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 기업끼리 합병도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소개됐다.

 

오준병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자동차·IT·게임 산업 정책 사례를 통해, 정책적 개선점 도출

오준병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오준병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오준병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바이오산업과 비슷한 환경 속에서 개발된 자동차·IT·게임 산업 정책 사례를 소개하며, 민간 바이오 투자를 촉진하고, 정부·공공 에이전시 통합 기관을 만드는 등 정책적 개선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오준병 교수는 "과거 산업정책으로 미뤄볼 때 바이오산업은 △M&A를 통한 시장의 확장과 규모의 경제 형성 △더 빠르고, 길고, 많은 투자를 위한 민간-정부 공동 바이오 펀드 조성 △연구인력 시장의 확장을 위한 정부 전담부서 내 민간 기업 전문가 기용 등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과거 자동차·IT·게임 산업정책으로부터 얻은 교훈
과거 자동차·IT·게임 산업정책으로부터 얻은 교훈

오 교수는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성공원인을 지속적인 국산화 및 부품산업 육성정책으로 봤다. 자동차 고유모델 개발 및 부품생산에 있어 수평적·수직적계열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와 품질향상을 이룬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정부는 1974년 '장기자동차공업진흥계획'을 시작해, 외국기업과의 자본제휴를 막고, 국제경쟁력이 가능한 규모의 경제달성을 원칙으로 자동차 산업을 육성했다"며 "시장 수요 확대를 위해 각종 세금인하 정책을 실시하고, 완성차의 수입은 전면 규제 하는 등 우리나라 독자모델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부품사가 수평적 계열화를 통해 국내 최종 자동차 조립업체에 공급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M&A를 장려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품질향상을 꿰하기 위해 조립사와 부품사를 묶는 수직적계열화 또한 장려됐다. 

이 외에도 유효시장경쟁정책을 펴, 특정 기업의 독점을 막기 위해 3사 경쟁 체제를 구축하도록했다. 

오 교수는 "바이오 산업도 자동차 산업과 유사한 성격을 가졌다"며 "우리나라도 위탁 생산의 비율이 높아, 다국적 사에 주문생산하고 있다"며 "주문생산 측면에서 자동차가 조립산업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IT 산업의 경우, 정부는 정보화촉진기금을 설치 및 운영해 정보통신부문 투자로 인한 이익을 다시 이 부문에 재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게 했다. 

그는 "펀드의 조성에 관계 기업과 정부가 참여해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혼란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재원 조달의 안정성, 유연성, 지속성을 담보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게임 산업의 경우 산업진흥정책과 병행해 선진 대기업 전문가를 강사진으로 포진한 게임아카데미를 설립·운영했다. 이를 통해 업계에 전문 인력을 양성해 수급한 것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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