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멧니즈 높은 희귀질환·항암제는 연구개발 중
세분화된 질환 사용 약제 개발비용 실패 리스크 비싼 약가로 보상
킴리아·졸겐스마 시작으로 초고가약제 급여시대 도래

 청구서가 따라붙은 선물, 초고가약 치료제... 그리고 과제 

연간 1000만원이 투입되는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망설일 때가 있었다. 면역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재고 또 재던 때가 불과 3~4년 전이다. 이제는 억대 치료제가 등장했다. 백혈병치료제 킴리아는 '평생 한 번만 투약하면 된다'는 점을 내세워 닫혀 있던 건강보험 재정의 문을 열었다. 킴리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 접근성을 호소하며 급여화를 주장하는 신약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한정된 재정 안에서 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① 고가에 초고가, 신약 약값 왜 치솟나 
② 초고속 등재 킴리아에 묻힌 급여 이슈들
③ 급여밖에서 고통받는 환자들
④ 지출구조 합리화 갈림길 선 건보재정
⑤ 효과 좋은 신약을 급여검토에서 마냥 방치할 수는...

[끝까지HIT 3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가 보험급여권에 진입하면서 보건의료계가 떠들썩했던 시기는 2017년, 불과 5년 전이다. 

1000억 건보재정 투입에 ‘헉’ 했는데… 5년 만에 바뀐 스케일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개념의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치료와 달리 구역과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이 적고 치료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표적항암제의 내성문제가 어느 정도 한계를 보인 시점에서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의료계와 환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급여적용을 받기 시작한 것은 허가 이후 2년여가 지나고 부터다. 이들 약제가 건강보험 재정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진통이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두 약제에 대한 민원이 2년 새 약 300건 접수됐고 환자단체 요구도 높았지만 재정부담으로 급여를 결정하기 쉽지는 않았다. 

환자 기준 설정부터 치료효과의 불확실성, 비용효과성 등의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가 야기한 것이었다. 이에 정부는 PD-L1(암세포 표면이나 조혈세포에 있는 단백질로 T세포의 PD-1 수용체에 달라붙어 암세포의 회피 기능을 억제한다.) 발현율 기준을 설정하고, 정부에서 정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전국 90여개 의료기관에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정리하면서 2017년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급여를 결정했다.

구체적인 과정을 살펴보면 사실 몇 차례 보험급여권 진입에 실패했던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위험분담제(RSA)로 급여 문턱을 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간 예상 청구액은 옵디보 567억원, 키트루다 544억원으로 총 1111억원에 달했다. 당시 등재된 RSA 약제 중 단연 최고액이었다.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의 연간예상 청구액 320억원, 전이성 직결장암 등에 쓰이는 ‘얼비툭스’ 예상 청구액 480억원이 가장 큰 규모였으나,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급여권에 들어오면서 최고 재정액을 경신했다.

또한, 키트루다는 2022년 2월, 4년만에 폐암 1차 치료까지 급여기준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키트루다 급여기준 확대를 위해 MSD는 키트루다 약값을 25% 인하 뿐만 아니라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패밀리' 등의 약가도 내리는 강수를 동원했다. 키트루다가 폐암 1차 치료까지 확대됨으로써 발생하는 추가 재정 규모는 1760억원에 달한다.

 

희귀질환-항암 치료제는 앞으로도 블루오션 

신약개발의 블루오션은 단연 희귀질환과 항암분야다. 희귀질환은 소수의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높다. 또한 희귀질환 발굴로 환자 수가 증가한데다 정부의 혜택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분위기 형성에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독점권 부여와 개발 과정에서의 부가적인 혜택 등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항암 역시 질환의 발병 기전과 증상이 세분화되고 있어 치료제 개발 니즈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 현황만 봐도 이 같은 추세는 금방 알 수 있다. 

FDA의 신약 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CDER(약물 평가 및 연구 센터, Center for Drug 
Evaluation and Research)는 2021년 50개 의약품을 허가했다. 백신 및 유전자 치료제와 EUA(긴급사용승인) 품목은 포함하지 않았다. 글로벌 학술지인 Nature지가 운영하는 의약품 R&D 월간 저널 ‘Nature Reviews’의 Drug Discovery 포트폴리오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허가 받은 품목 중 1위는 항암제로 전체의 약 30%(15건)를 차지했다. 신경과 약물 약 10%(5건), 감염성 질환 및 심혈관 질환 각 8%(각 4건)로 뒤를 이었다. 

FDA는 20만명 당 1명의 유병율을 가지는 질병을 희귀질환(Orphan disease)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작년 희귀질환 치료제는 26건이 허가돼 전체 중 52%를 차지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허가를 받은 신약은 총 53개였고, 18개의 항암제, 31개 희귀질환 치료제가 승인됐다.[표1]

글로벌 A제약사 약가팀 임원은 "만성질환 분야에서는 기존 약제들 대비 우월성이나 비열등성을 입증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시장성을 확보하면서 연구 개발의 성공률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희귀질환과 항암제와 같이 세분화된 영역의 R&D에 중점을 두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희귀의약품 개발에 대한 정책 지원이 많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세분화된 적응증으로 약물을 개발한 후에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는 것도 희귀질환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성화되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B제약사 의학부 전무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획기적인 결과를 나타내기 어렵기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똘똘한 약이 없거나, 미충족 수요가 있는 영역이 희귀질환과 종양 분야인 것은 사실이고 연구개발 수도 많다"고 밝혔다.

실제 빅파마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면 MSD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CTLA4 quavonlimab, TIGIT vibostolimab, LAG3 favezelimab 등을 병용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PD-L1 임핀지 병용 CTLA4 항체 tremelimumab(항암), 임상 3상 아이템으로 AKT capivasertib(항암), TROP2 ADC Dato-DXd(항암), ATTR lontersen(아밀로이드증), IL23 brazikumab(크론병) 등 항암분야가 있다. 
 
얀센은 CAR-T 카빅티(다발성골수종)를 허가받은데 이어, 리브리반트+EGFR TKI lazertinib(비소세포폐암), FcRn IgG1 nipocalimab(면역질환) 등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애브비는 BCL-2 inhibitor Navitoclax(골수섬유증), CD3xCD20 이중항체 epcoritamab(DLBCL)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작년 9월 발표한 ‘신약 파이프라인 현황’을 보면 193개 제약바이오기업이 1477개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항암제가 317개(21.5%)로 가장 활발하다.

고부가가치+실패 리스크+소수 환자=비싼 약값?

업계가 주목하는 희귀질환과 항암 분야는 회사에 장밋빛 미래를 제시할 수 있지만, 반대로 비싼 약값은 건보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약값이 수용되는 이유는 미충족 수요가 높지만 세분화된 질환에 사용되는 약제에 투자되는 기술개발 비용이 크고, 실패 리스크를 포함하며, 환자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C제약사 임원은 "희귀질환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약은 바이오약이 대부분이다. 연구개발이 쉽지 않고, 생산하는 것도 화학의약품과 달리 어렵다”며 “여러 차례 실패도 경험하기때문에 이를 다 감안하면 비용이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A제약사 임원은 "기술발달로 유전자치료제나 세포치료제, 첨단바이오의약품 같은 타깃 약물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약값은 올라간다"며 "특히 언멧니즈가 높은 세분화된 질환에 치료제가 사용되고, 소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희귀질환치료제의 경우 고가가 수용된다"고 말했다.

D제약사 관계자는 “만성 질환 영역에 대한 치료제의 개발은 이미 포화 상태다. 회사는 점점 세분화된 영역(niche area)에 R&D 투자를 하게 되고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서는 고가 정책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초고가 약제는 줄줄이 대기중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집중하는 유전자 치료제 등 초고가 신약개발은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몰고 올 예정이다. 그리고 이들 신약의 환자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여 해결이 급선무다.

심평원 변지혜 부장은 2021년 11월 의약품 급여관리를 위한 실제임상자료(RWD) 수집체계 구축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급여등재를 기다리는 고가의 신약이 7품목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공개된 가격으로 총 49억원에 달한다.

2022년 5월부터 급여 적용된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도 이들 중 하나였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25억원짜리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는 이르면 내달 급여적용이 예상된다.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급여권에 들어오려는 약제가 더 남았다. 킴리아를 예고편으로, 이미 초고가 신약 급여시대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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