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채용 플랫폼도 등장... 남은 인력 퇴사 부추겨 악순환
성장해야 할 중소제약, 인재 빼앗기고 동력 잃어 결국 제자리
처우·근무환경·발전가능성에 따른 자유 의사선택이지만 '갑갑'

A중견기업은 상반기 10여명의 인력이 줄줄이 퇴사했다. 인력 공백은 3명의 경력직과 5명의 신입으로 채웠지만 채용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추가 3~5명의 채용 계획도 있다. 저마다 이직 또는 퇴사 사유가 있겠지만 A사 입장에서는 '일을 할 만한 시기'가 되자 이탈하는 상황이다. 해당 회사 임원은 "실무 년차에서 일을 잘한다는 평판이 있어 스카우트된 것으로 알고 있다. 채용시장은 스카우트시장이다"라고 푸념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구인구직난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경력직 선호 현상이 강해져 스카우트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력직 채용 플랫폼도 등장했다. 히트뉴스는 구인구직난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인재 영입 경쟁'인 스카우트로 야기되는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스카우트→인력공백→남은 인력 퇴사' 구조적인 악순환

코로나로 얼어붙은 채용시장이지만 경력직 채용을 희망하는 회사는 적지 않았다. 특히 한 두명의 TO(Table of Organization)는 대부분 경력직으로 채워진다고 볼 수 있다. 신입 채용자리도 막상 입사자 면면을 보면 1~2년차 중고신입 직원들이 눈에 띈다.

국내 B중견제약사 관계자는 "업무에 바로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경력직을 선호한다"며 "이해도가 빨라 업무부담을 해소하는 시간이 단축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 같은 업무를 하다보면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태도와 인성, 일 처리 등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채용 자리가 있을 때 스카우트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이직으로 퇴사자가 발생한 회사는 업무 연속성이 끊어진다. 또한 실무자들이 이직하게 되면 업무 공백이 채워지기 전까지 남은 인력이 소화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소형 제약사들이 복지와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매출 상승 등의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 같은 변화를 이끄는 요소 중 하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한창 실무를 해야하는 대리, 과장급의 스카우트가 활발하기 때문에 동력은 떨어지고, 매출은 물론 채용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C제약사 팀장은 "퇴사자로 인한 업무공백을 커버하기 쉽지 않다. 인수인계가 이뤄지더라도 자신의 업무에 추가로 얹어지는 일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팀장이 실무를 커버하거나 일의 경중과 시의성을 따져 남은 인력들이 업무를 나눠갖게 되는데, 이는 남은 사람들에게는 불만이 된다"며 "결국 근무환경이 열악해 지면 퇴사하고, 구조적인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데...신입은 누가 키우나 

퇴사(이직)자를 마냥 탓할 수 없다. 처우와 근무환경, 본인 능력에 따라 이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내 중소제약 1년차 과장은 자신의 연봉에서 30% 이상을 제시한 회사로 이직했다. 발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국내 바이오기업으로 이직한 한 실무자는 부서이동 가능성과 연봉을 고려했다. 회사의 평가 시스템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스카우트 기회를 잡은 실무자도 있다. 

바이오벤처의 경우 회사 미래와 금전 등 현실적인 문제가 모두 이직 사유다. D바이오벤처 한 임원은 "HR을 제대로 하는 곳이 드물고, 회사 재정과 파이프라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이직 제의가 오면 돌아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력 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비전을 제시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입직원을 육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내 E제약사 팀장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연차와 직급에 따라 체감은 다르겠지만 성골이 아니라는 느낌이 있다"며 "지금의 회사와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한다면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바이오기업 한 전무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신입을 육성하지만 일을 할만 하면 회사를 옮기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누군가는 신입을 키워야 하고, 단 시간에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해 회사와 직원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기업의 임원은 "안정화 수익단계로 접어든 대형 기업들이 인력개발 투자보다는 중소형 기업의 경력자를 채용하고 있다"며 "성장단계에 따라 사업의 영속성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는 새로운 세대가 유입되는 것이 중요하다. 신입육성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히트뉴스 이현주·황재선·남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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