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배진건(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생존위기의 바이오텍 무엇이 해법인가?"

배진건 박사
배진건 박사

6월 21일은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대한민국 땅에서 우주로 가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세계"를 의미하는 누리호는 성능검증 위성을 목표 궤도에 안착시켰고, 성능검증위성은 발사 42분 후 남극 세종기지와 교신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통하여 미래의 다양한 우주 임무 성공에 대한 문이 열릴 것을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국가의 틀걸이를 '4차 산업혁명 중심국가'로 혁신해 4차 산업혁명의 중심국이 되겠다는 '혁명적인 국가 패러다임'을 천명했다. 지난 6월 7일 윤 대통령의 반도체 강연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강조는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들어 보였다. 이것은 마치 대한민국의 미래도 반도체산업에 달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항공우주산업과 반도체 산업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윤 대통령의 머리 속에 과연 '4차 산업혁명'에 바이오가 들어있는가? 이것이 일생 바이오만 해본 필자뿐만 아니라 바이오에 종사하는 인력들의 가장 큰 질문이다.
 
이에 대답하듯이 "정부는 이제 바이오에 전략적 집중해야" 한다는 기사가 지난 6월 27일 올라왔다. 약관 25세에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를 거쳐 현재 맥킨지코리아 송승헌(52)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 등을 주력 전략 산업으로 선정한 데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말했다.
 
송 대표는 "한국은 더 이상 저비용 국가가 아니어서 공장을 더 지어 경쟁력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며 제조에서 서비스로, 무형자산을 성장시키는 것만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반도체는 세계적으로 큰 산업이고, 성장을 많이 해왔고, 앞으로도 성장할 것임에 틀림없어요. 하지만 이미 승자와 패자 구도가 갈려 있고, 전후방 산업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등 기업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특별히 발목만 잡지 않으면 된다."

송 대표는 "정부의 전략적 관심이 필요한 분야는 바이오, 더 크게 보면 '건강(Health)' 관련 산업"이라고 했다. 의료, 디지털 헬스케어를 넘어서 정신적·사회적 건강까지 확장하면 건강이라는 테마로 새로운 산업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미래지향적인 생각이다.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업체가 된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성공 사례가 있다고 해서 제약/바이오 산업마저 제조업 관점으로 봐선 안 된다고 송 대표는 강조한다. 물론 이런 성공 사례 때문에 롯데가 바이오 CDMO 사업에 뛰어들고 이번 6월에 샌디에고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에서 계획한 청사진을 발표하였다는 것을 참가한 사람들로부터 들었다. 재벌이 제약/바이오에 뛰어들기 전에 이런 사업을 기초로 경험과 자금을 마련하여 신약개발을 하는 제약/바이오로 탈바꿈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생각의 송 대표는 경력이나 출신이 바이오가 아니다.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세계 최고 공과대학인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스물다섯에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연구소에서 6년간 메모리 반도체와 나노 공정을 연구했다.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물리학인 박사가 왜 대한민국의 정부가 전략적으로 바이오를 택해야 하는지 말하는가? 이유는 전공도 배경도 묻지 않는다는 'Why limit yourself? (왜 스스로 제약을 두나)'라는 채용 문구를 가진 맥킨지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바이오의 시스템을 어떻게 4차 산업혁명에 맞추어 윤 정부는 개조 개혁해 나가야 하는가? 윤 정부가 좇아야 할 기사가 떴다. 미국의 ARCH Venture Partners가 6월 29일 열 두번째 벤처기금 조성을 마감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공동창립자이자 기금관리를 맡은 Bob Nelsen은 30억 달러를 초기 바이오텍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 기금을 바탕으로 마켓 상황과는 관계없이 멋진 과학(cool science)을 진행할 것이다. 약세 시장(the bear market) 상황에서는 바이오텍들이 직원을 감축하고 파이프라인을 줄이는 작업을 할 것이 물론 예상된다. 그리고 그런 일이 현장에서 일어난다. 지난 주간에 노바티스가 8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하였다.
 
어떤 바이오 회사들은 그들의 과학을 계속 전진시키기 위하여 과제 합병과 감원을 단행할 것이다. 하지만 ARCH는 과학을 기반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쿨 사이언스'를 계속 발굴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난 11번째 기금보다 무려 10억 달러를 더 조성한 것이다.

대한민국 바이오스타트업의 '고난의 행군'은 이미 시작되었다. 바이오에 투자하는 돈이 좋을 때는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상황이 악화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대상을 비교하고 어느 것이 더 경쟁력이 있는지 판단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투자를 받는 입장인 필자는 더 느낀다. 바이오 투자사들이나 결정권자들은 투자 상황을 우선 판단한다.
 
이런 상황 아래서 스타트업들은 허리띠를 조이면서 물론 생존 전략을 짜고 변화하고 있다. 아니면 '고난의 행군' 중에 스타트업들의 시체가 여기 저기 쌓일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기업의 거품은 아무리 자식 같은 기획투자라도 냉정하게 판단하여 걷어내 져야 한다. 그래서 가능성 높은 것을 골라 아사를 면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현장에서의 바람이다.

미래의 새로운 산업을 개척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계속 개발되어야 하고 묻어버릴 수가 없다. 긴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가 생존해야 대한민국이 미래에 살아남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누가 도와줄 것인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정부뿐이다.

Big Brother! 바이오텍 상장에 대한 '가이드라인' 부터 바꾸어 줘야 오리무중의 시대를 헤쳐갈 수 있다. 메가펀드의 소문이 무성하고 기대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대한민국의 메가라도 빅파마의 기가보다 작기에 메가를 어디에 쓸 것인가? 현명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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