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9개 약국을 경영했던 강남성 약사...약사라면 무릎칠만

 

"잘 되는 약국과 망하는 약국은 무엇이 다른가?"

지금 약국을 경영하고 있거나, 미래를 꿈꾸며 약국을 준비하는 약사들에게 이 같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이는 17년동안 9개 약국을 경영하며 참담한 실패와 달콤한 성공을 함께 거둔 강남성 약사(46).

그는 도전과 모험,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 매일 아침 벤츠와 BMW 중 어느 차를 탈까 고민하고, 오르고 있는 부동산 소식을 체크하며 감사한 하루를 시작한다고 고백한다.

다음 달 경기도 안성에서 10번째 약국을 오픈하는 그가 최근 '나는 약국에서 경영을 배웠다(펴낸 곳, 미다스북스)'라는 제목의 약국경영 실천서를 출판했다.

'프로약사가 알려주는 성공 철학' '내 약국에서 배운 사람과 세상의 모든 것' '어떤 악조건도 이기는 약국 경영 노하우' 같은 책 표지 문구처럼 340쪽엔 성공과 실패에서 건져 올린 '진실한 성찰과 체험적 경영 노하우들'이 알뜰하게 담겨 있다.

"돌 맞을 각오로 책을 썼다"는 강 약사는 '잘 되는 약국=돈 잘 버는 약국'이며 '돈 잘버는 약국=환자에게 더 많은 약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약국'이라고 말한다.

그는 "약국이라는 사업체를 경영하면서도 경영의 본질이랄 수 있는 돈 이야기를 꺼내면 격떨어진다고 외면하는 분위기가 있고, 공부하고 지식을 채우다보면 돈도 벌리고 약국도 저절로 경영되는 것으로 믿으며 안심하는 안이함도 폭넓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약학박사 학위 소유자인 그는 "학술은 약국 경영을 잘 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라며 "경영이 답답하거나 부진할 때 공부가 부족하다고 진단하며 이곳 저곳 강의만 쫓아다는 것으로 심리적 헛헛함을 채우는 것은 정답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그는 돈 버는 것을 약국 경영의 본질로 파악하지만 "눈 앞의 돈에 충실한 장사치가 아니라, 지식을 바탕으로 삼는 약사가 미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으로서 약국 경영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 어쩌란 말인가.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린 2002년 그와 약사 2명은 주위에 병원과 의원 한 곳 없던 장소에 일반의약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며 50평 규모의 약국을 덜컥 인수했다. 인수를 결정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잔고만 3억원에 이르렀다. '매출이 된다'는 소개인의 말을 믿고 있었음으로 그는 일사천리로 인수를 진행했다.

그는 "뭘 할 수 있는지를 모른 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으로 6~7개월 돈 한푼 집으로 못 가져가고 열심히 일을 했다"고 암담했던 그 시절을 돌아봤다. 4개월 만에 동업자 한 명이 이탈했지만 악전고투 끝에 살아 남아 8년 간 약국을 경영했다. 강 약사의 스토리가 여기까지라면 누구에게나 흐믓한 성공 스토리일지 모른다. 그는 이 약국을 토대로 여러 약국을 경영했다. 승승장구처럼 보였다.

실패는 성공의 꼬리를 잡고 함께 찾아 왔다. 첫 약국을 반석에 올리며 어느 정도 약국 경영에 대해 눈을 떴다고 자신만만했던 그였지만 4번째 약국은 사기 사건에 휘말려 문조차 열지 못했다.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검사 앞에 앉아서 울기도 했었어요. 참 비참했어요."      

첫 번째 천상천하유아독존형 약국, 두 번째 세 번째 문전약국, 다섯 번째 마트약국, 유동인구가 많았던 여섯 번째 약국과 이전, 여덟 번째 문전 층약국을 차례로 열었다. 그는 "모든 약국은 새로웠고, 모든 도전은 두려웠다"며 "약국들이 다 비슷해 보여도 약국마다 펼쳐지는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손님 연령대, 직업, 소비성향 등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이를 모두 경험했으니 약국에 관한한 프로약사라 할만하다. 

책은 왜 썼을까. 검사 앞에서 애처롭게 눈물로 하소연했던 자신처럼, 늦은 밤 자신을 찾아온 어느 약사가 계기가 됐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약국을 처음 시작할) 그 때도 알았더라면 생고생을 면하고 성공적으로 이륙했을텐데"라는 생각도 영감을 줬다.

그는 "어떤 사업을 할 때 다른 업계의 경우 관심갖고 살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법적인 문제는 뭔지 등등 가르쳐 주는 곳이 참많은데 약국은 그렇지 못하죠. 저 역시 약국 하기 전에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근무약사로 일하며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약국을 열고 경영을 하는 것은 아주 다른 세상이었다"며 책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자성에서 출발해 자신이 발로 뛰며 체득한 지식과 지혜, 멘토들에게 배워 약국에서 실행해 성공을 거둔 경영의 다양한 포인트들을 그는 이 책에서 다정하게 들려준다. 멘토처럼 말이다. 그는 실제 상황에서 멘토다. 약국 개국 세미나를 여러차례 진행한 결과 수강한 약사들 중 25명이 멋지게 개국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전 상담세미나를 통해서는 수십 명의 약사들이 최고 매출을 기존 두배 이상 높아졌다고도 했다.

"나에게는 눈과 발로 뛴 2년간의 세월보다 멘토들에게 배운 몇 개월의 배움이 진짜 큰 도움이 되었다.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닌 나의 노력은 눈물겹고 처절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농축되고 정제되어 나오는 경험을 전수받는 것에 비하면 질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차이가 났다. 물론 그런 눈물겨운 과정이 있었기에 질적인 차이를 더 통감하는지도 모른다(64쪽).

'나는 약국에서 경영을 배웠다'는...

강남성 약사가 성공과 실패를 통해 습득한 에세이처럼 친숙한 약국경영서로 모두 5장으로 구성돼 있다. 340쪽 책은 ▶1장 선택 : 성공하는 약국과 망하는 약국은 무엇이 다른가 ▶2장 실행 : 매일 처음처럼 도전하라 ▶3장 분석 : 가장 사소한 것도 분석해 경영하라 ▶4장 퍼즐 : 10분 만에 확실한 단골을 만드는 10마디 ▶5장 생존 : 반짝 성공하지 말고 오래오래 성공하라로 구성돼 있다.

각 장마다 실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분 경영 상담 38편은 약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민에 관해 '강남성식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 보너스는 그가 무수히 약국을 열고 옮기고하며 본능적으로, 분석적으로 체득한 약국창업 진단 평가 체크리스트도 들어있다. 만약 이 리스트에서 '예'가 4개 이하라면? 오픈 준비가 안된 상황이다.

저자 이메일 : richpharm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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