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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둔 기업의 투명한 정보 공개는 기본

"상장예비 심사 중에 있습니다. 심사 중에는 언론 접촉을 자제 하라는 요청이 있어서, 심사 승인이 난 이후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보로노이로에게 미팅 및 기업설명(IR) 자료를 요청하자 받은 답변이다. 보로노이(Voronoi)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 지정 기술성 평가기관인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A등급을 받았다. 보로노이는 2번의 기술성 평가 탈락 이후 2년만에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이번 기평은 한국거래소가 시장평가 우수기업의 기술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은 단수기관 평가(평가결과 A이상)를 인정함에 따라, 한 곳에서만 기준 등급을 받고도 기평을 통과했다. 현재 연내 상장을 목표로 회사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재를 진행하며 만난 벤처캐피털리스트(VC)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보로노이 IR 자료를 구할 수 없냐는 요청을 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 물론 보로노이가 성사시킨 두 건의 기술이전 파트너 회사들의 자료를 살펴보면 보로노이가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전임상 데이터 일부와 최근 성사시킨 세부 기술이전 계약 조건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보로노이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오릭(ORIC Pharmaceuticals)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1300만달러(약 154억원)이며, 전체 계약규모는 최대 6억2100만달러(7200억원) 규모다.

올해 9월 보로노이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 '브리켈 바이오테크'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프로그램을 기술수출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500만달러(약 58억원)이며 마일스톤 등을 포함하면 계약 규모가 최대 3억2350만달러(약 3750억원)다.

계약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두 거래 모두 100% 현금이 아닌, 주식 거래임을 알 수 있다. 오릭은 보로노이에 계약금 1300만달러에 대해 500만달러(약 59억원)를 지급하며 800만달러(약94억원) 규모의 오릭 주식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브리켈 역시 이번 계약금을 현금 250만달러와 브리켈의 보통 주식 250만달러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런 주식 교환 거래 방식에 대한 내용은 보로노이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 보로노이는 마일스톤이 모두 달성됐을 때의 거래규모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PR 형식을 취했다. 시장의 관심을 이끌만 한 기술이전 소식에 대한 일부 정보는 배제해 전달하는 것이 비단 보로노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바이오벤처 역시 최종 마일스톤이 달성될 때의 기술이전 거래 규모를 제시하는 업계 관습을 따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앞둔 기업들 중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서 보로노이처럼 연구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기밀(confidential)을 이유로 일부 데이터만 공개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말이다. 보로노이 홈페이지를 살펴봐도, 자신들의 후보물질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만 있을 뿐, 이 물질의 전임상 결과를 뒷받침해 줄 만한 데이터는 홈페이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보로노이가 발굴한 후보물질 발굴 데이터를 들여다 본 신약개발 연구자(의화학자, 임상개발 컨설턴트) 2명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이 회사를 둘러싸고 갖가지 말이 많았지만)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연구(research) 분야에서는 꽤 의미있는 결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제 연구 경험에 비춰보면) 적어도 제가 봤던 그들의 후보물질 데이터가 그리 우수해 보진 않았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해당 후보물질이 우수했다고 판단했다면, 적어도 전임상 연구를 진행해 빅파마들과 기술이전 논의를 이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보로노이 취재를 진행하며 들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과학적 코멘트 였다. 위 의견을 제외하면 하버드 다너파머연구소 기술이전, 조단위 절반으로 하락한 밸류에이션에서부터 장덕수 디에스자산운용 대표를 둘러싼 업계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런 다양한 업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평을 통과해 상장을 앞둔 기술중심 기업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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