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동 약학박사 (전, 식약처 사무관)

작년에 메디톡스가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시중에 판매한 것이 확인되어 품목허가 취소 처분(현재, 효력정지 결정과 함께 본안 소송이 진행중임)을 받은 이후 제약업계는 불법행위로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메디톡스 이전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의 허가 취소 처분도 마찬가지로 허가 자료의 신뢰성이 문제였다. 다른 점이라면 허가 취소 처분을 본안 소송까지 효력 정지해달라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다는 것이다.

올해는 바이넥스, 비보존제약, 동인당제약, 한솔신약, 한올바이오파마, 종근당, 삼성제약, 경진제약, 대웅제약, 한국루베디에스, HK이노엔, 일성신약, 경방신약, 위더스제약 등이 허가사항과 다르게 불법으로 의약품을 제조하거나 관리기록서 등을 허위로 작성하다 적발되면서, 제조·판매 중지 또는 품목허가 취소됐다. (행정처분 대기중인 업체도 있음).

식약처 '의약품 제조·품질 불법행위 클린 신고센터' 홈페이지 발췌.
식약처 '의약품 제조·품질 불법행위 클린 신고센터' 홈페이지 발췌.

현재, 식약처 '의약품 제조·품질 불법행위 클린 신고센터'에는 아래와 같은 불법행위 신고 건이 85건이나 된다.(2021.4.1.~ 8.21. 현재까지). 제약업체가 떨고 있는 이유다.

1. 의약품의 허가(신고)한 사항과 다른 고의적이고 불법적인 제조 및 품질관리
2. 제조지시기록서 또는 품질관리기록서, 시험성적서 등의 고의적인 허위작성 및 미작성
3. 제조관리자 등의 업무외 종사 및 불종사
4. GMP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은폐, 폐기 등 고의적인 위법행위
5. 기타 증거자료 등을 기반으로 한 불법적인 제조 및 품질관리 의심사례 등

의약품뿐만이 아니다. 2020년 메드트로닉코리아 수입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체계 적합성 인정 제출 자료조작, 같은 해 한스바이오메드 실리콘겔인공유방 벨라젤이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사용으로 식약처 보도자료의 대상이 되었다.

필자는 제조·수입관리자 법정교육 이수를 위한 강의(의약품 GMP 사전·사후 관리와 제조·수입관리자 준수사항에 대한 내용)를 하면서, 위의 내용에 대하여 모 기자의 기사와 함께 댓글을 언급한 바 있다.

국내 의약품 제조소 GMP 위반 사태 원인으로 산업-규제당국 간 지나친 유착관계 형성과 약사 카르텔이라고 제약산업계가 자가진단 했다는 기사를 올렸다. 기사 제목 또한 그러하였다. [GMP 연쇄위반...정부-제조업체 책임자 "카르텔"이 원인]

그리고, 식약처는 GMP 위반 원인으로 일부 제약사의 경제적 이윤창출 욕심과 제약사들의 위법 관련 안일한 인식과 낮은 처벌수위 등도 원인이라 했고, 국회는 GMP 연쇄위반 사태가 관행화 된 기획감시 시스템에 있다고 하였다.

댓글에서도 각양각색의 의견들이 있었는데 "진짜 능력이 되는 (제조관리)약사들은 쓴 소리를 하니까 회사에서 좋아라 하지 않고, 면대 사인 기계 주부, 노인을 앉혀 놓고 맘대로 주무르니까 그런거다..."는 댓글이 솔직히 눈길을 끌었다.

기사댓글 일부 발췌.
기사댓글 일부 발췌.

댓글 소개가 마지막 강의 슬라이드였고, 바로 이어서 질의응답 시간이 되어 질의를 몇 개 답하고 나자 마지막으로 누군가가 강사의 GMP 위반 원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교육 마지막 날 마지막 강의라 시간 관계상 급히 마무리 하느라 답변을 못하였고 이번 기회에 생각을 좀 정리하여 답변을 드리고자 한다.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1. 쓴 소리를 말 할 수 없었고, 쓴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듣고도 안들은 것으로 함). (알고도 GMP 위반을 하는 경우에 해당)

'카르텔'이란 단어는 마약(아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 200년 전 영국이 중국에 수출한 인도산 아편이 널리 퍼져 있던 시기에 중국(청나라)이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원인에 대해 중국의 한 역사학자가 정리한 글을 떠올리게 한다.

"아편전쟁 기간의 거짓(보고)말은 청나라(황제를 포함한) 조정을 마비시켰던 지독한 '아편'이었다. 이들은 모두 즐거운 말이나 덕담, 공치사나 아부성 발언만 듣고 싶어했다. 그들의 귀에 들려오는 정보는 대부분 사전에 선별 과정을 거친 왜곡된 것들이었다. 진실이 결여된 정보만 믿고 전쟁을 지휘하는 데 과연 승리할 수 있었을까."

작금의 사태도 마찬가지다. 직원은 경영책임자('오너'가 현실적으로 마음에 와 닿기는 한다)를 설득시키려다 닥칠 재앙(퇴사, 팽, 잘림)이 두려워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기를 꺼리게 되는데, 그런 고충을 대부분의 오너가 이해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차라리 직원의 입장에서 오너의 심중을 헤아리는 게('아부'성 발언과 함께) 현실적으로 맞다.

품질문제가 있는 제품을 오너 앞에서는 '폐기'가 아니라 '잠정출하중지'라고 언급해야 한다는 직장 동료의 조언이 언뜻 생각난다.

다만, 불편한 쓴 소리를 말할 때 갖춰야 할 조건이 있음을 한비자는 세난편에서 서로의 신뢰임을 충고하였다 [智(지) 子(자) 疑(의) 鄰(린) : 아들은 믿을 수 있고, 이웃은 믿을 수 없다] 즉,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직언을 하면 다른 사람의 잘못을 헐뜯는 비열한 자로 취급받거나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다는 것이다.

당연히, 약사법에 따라 제조업자에 의해 지정·임명된 제조관리자이기에 제조업자(경영책임자, 대표이사, 오너)에게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충분한 신뢰의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사 서로의 신뢰성이 결여된 상태일지라도 개인적 신뢰의 관계를 떠나서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에, 제조업자는 제조관리자의 관리 업무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제조관리자가 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요청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의약품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43조, 제48조)

또한, GMP에서도 특히 품질보증부서의 권한과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모두가 Yes 라고 할 때, 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 "Yes도 No도 소신있게"  유오성의 당당한 손짓을 보면서, 저러다가는 바로 잘릴 것이라고 푸념하면서, Yes든 No든 소신있게 말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게 해도 무사한 사내 문화를 가진 회사라면 그 회사야말로 진짜 일할 맛 날 것이다.

 

2. 자격을 갖추지 않은 자라 쓴 소리를 말할 수 없었다.(뭘 몰라서 GMP 위반을 하는 경우에 해당, 심지어 위반인지도 인지하지 못함)

쓴 소리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에 누구보다 높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어야한다. 나 자신이 깨끗하지 않은데 남의 잘못을 지적하기 어렵고, 내용을 잘 모르는데 GMP의 잘잘못을 따질 수 없으며, 사건의 팩트를 잘 파악하지 못한 채로는 나서서 쓴 소리를 할 수가 없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현명한 자를 골라서 그들에게만 쓴 소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에서의 "면대 사인 기계"는 당연히 현명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격을 갖추었다고도 볼 수 없다. 더불어 경영책임자와 신뢰성 있는 관계 또한 없음이 자명하다.

 

3. 기본에 충실하고, 평소에 잘하자.

바이넥스 사건 이후, 식약처는 고의적인 제조‧품질관리기준 위반행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의약품 GMP 특별 기획점검단'을 신설하여 불시 점검 상시적 실시 △위반행위 등에 대한 '신고센터' 설치·운영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고(처벌강화), 식약처 및 제조업체의 GMP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였다.

이전의 메디톡스 사건을 계기로, 의약품 관리체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여 추진한 내용은 △제조·품질관리 서류 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MP) 중 데이터 신뢰성 보증 체계의 강화 △국가출하승인 제도 운영 개선·강화 △서류 조작에 대한 처벌 강화였다.

최근에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약사법 개정안인 일명 '메디톡스 방지법'이 2021년 7월 20일 공포되면서 6개월 후부터 본격 효력이 발생하게 되었다. 거짓,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취득 후 취소된 품목은 5년간 재허가가 제한되고(국가출하승인품목의 경우에는 3년간), 과징금 부과(해당제품 판매액 2배 이내 부과 가능)의 법적 근거 마련이 주요 내용이다.

좀 더 이전의 코오롱생명과학 사건 이후에는 '데이터 완전성 평가지침'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GMP 관련 데이터의 관리 범위를 모든 생성 자료로 확대하고, 허위 자료 제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 허가를 받을 경우 허가를 취소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생동시험조작 사건 때도 그러하였고, 그 이전 한국얀센의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사건도 유사한 경우였다.

종합해 보면, 규제 부재(不在)로, 시스템(사후관리체계) 부재로, 처벌이 약해서 발생한 사건들이 아닌 듯싶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규제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 생각된다. 각종 사건, 사고로 땜질식 규제(특히, 규제 완화로 제약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규제 강화로 일관됨)만 계속 늘어 가니, 그 부담과 책임은 고스란히 제약업체와 식약처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어 서로가 힘든 상황이다.

미국 식품의약품화장품법 501조는 GMP에 적격하지 않은 시설에서, 또는 GMP 적격이 아닌 방법으로 제조한 의약품은 불량의약품으로 본다고 했다. 최종제품에 대한 시험에 의해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조하는 시설과 환경 그리고 그 제조 과정이 올바르지 아니하면 이미 태생부터 불량의약품이라는 것이 GMP의 명언으로 국제적으로 신봉되고 있다.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제조관리자가 평소에 GMP의 기본을 지키고, 경영책임자는 제조관리자가 쓴 소리를 할 수 있도록 회사 문화(환경)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뜬 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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