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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뷰노 상무(CFO) "질문에 답 하는 사람 되길"

"IPO에 비결이랄 것은 없습니다. 단지 기술진들을 붙잡고 물어봐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기술에 대해서는 비전공자입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을정도로 묻고 답을 얻어야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에 있어 IPO는 투자규모를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개발과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매출 등 당장의 성과보다 가능성을 중시하는 기술특례 상장 스타트업에서는 기술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면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뷰노 이상진 상무는 "IPO라는 기업의 외적 성과 창출과 내실 다지기에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있다"고 말했다.

히트뉴스는 RNA 기반신약개발 기업 '올릭스'와 인공지능 기반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뷰노의 IPO를 이끈 이상진 상무와 만나, 그가 그리는 CFO의 역할과 목표를 들어봤다.

뷰노 이상진 상무

 

첫 직업은 회계사였습니다.

통계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생활 중 금융 쪽에 관심이 생겼고 '금융에는 회계사 자격증'이라는 말을 듣고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회계법인에서 일했죠. 7년여 동안 회계감사, 심사, M&A 실사팀에서 일을 해 왔습니다.

 

사모펀드, 바이오의약품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기셨어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회계법인에서 일을 하던 중 사모펀드(PEF)가 파키스탄에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외실사자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실사를 마치고 사모펀드에서 영입제의가 들어왔습니다. PEF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라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이후 3년 반 정도 PEF에 몸담았죠. 그러다보니 이번에는 VC에 대한 동경이 생겼습니다.

 

VC를 동경하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PEF는 규모가 큰 회사에 투자를 주로 담당하게 됩니다. 큰 회사 기준을 특정할 순 없지만 사업 아이템이나 회사 내부 구조 등 어느정도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세팅이 완료되니 회사에서 실무자의 밸류업 영역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VC의 스타트업 투자의 경우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인큐베이팅이나 엑셀러레이팅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결심이 섰고, 한국투자파트너스에 들어가 2년 정도 일하게 됐습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긴 것도 동경 때문이었나요?

VC로 자문과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다보니 어느샌가 '산업에 대한 전문성 없는 금융 전문가'에만 머물러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산업을 따로 공부하거나 기술을 공부하는 것 보다 직접 경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장점은 금융 전문가였는데, 스타트업에는 산업 전문가와 기술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금융 전문가가 필요했고 저는 산업과 기술 전문성이 필요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가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바이오의약품 스타트업 '올릭스'와 만나게 됐습니다.

 

첫 번째 상장 사례군요.

올릭스에 들어가고 나니 회사의 당면 목표가 상장이었습니다. 주관사가 선임된 상황이었고 저는 기술성평가, 거래심사 등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입사부터 상장까지 쉼 없이 달린 24개월이었습니다. 소중한 경험이 생겼죠.

 

바로 뷰노에 합류했는데 어떤 이유였나요?

뷰노를 알게 된 것은 한투파에 있던 당시였습니다. VC는 대부분 리스크가 높은 영역에 투자를 합니다. 때문에 여러 VC들이 함께 투자에 임하죠.

당시 같이 일했던 VC 동료가 뷰노에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던 중 뷰노에 CFO가 필요해 저에게 이직 제안을 했습니다.

제안에 응하면 올릭스 상장 이후 바로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됐지만 헬스케어 영역은 유지하되 디지털헬스케어, 인공지능 쪽으로 영역을 넓혀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던 터라 제안에 응했습니다.

 

뷰노에서도 성공적인 IPO를 이뤘습니다.

뷰노는 상장까지 2년 반 정도 걸렸습니다.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이것은 아마 의료기기 특징인 것 같습니다. 

신약 개발사의 초점이 R&D에 맞춰져 있다면 의료기기는 제품개발을 완료한 뒤에도 마케팅 전략 수립과 활동, 영업과 판매를 해야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치료제와 의료기기 기업 IPO과정은 많이 달랐나요?

기술을 가진 벤처가 거래소를 설득하는 논리는 '우리 기술이 사회에 나갔을 때 어떤 효용가치를 줄 수 있는가'로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방법이 많이 달랐습니다. 의약품은 개발 과정에서 수 많은 근거를 쌓아야 합니다. 기술이 어떻게 설계됐고 기술을 입증하는 과정은 어떻게 설계됐는지에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이와 달리 의료기기는 시장에 풀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진이 채택하기 위한 노력이 포함됩니다. 토탈 아트(Total Art)라고 볼 수 있겠네요. 또한 의료 AI라는 면에서는 알고리즘 설계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의료 영상으로부터 질병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AI를 어떻게 학습시키는 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학습에 따라 AI가 가지는 창의력이 달라집니다. AI가 가지는 창의력은 같은 영상을 해석하더라도 어떤 면에서 접근하고 어떤 부분을 판독할 수 있는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IPO의 비결, 묻지 않을 수 없겠네요.

비결 보다 'IPO를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하는가'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우선 누가 평가하느냐 입니다. 기술성평가에 있어 최근에는 기술성평가를 위한 전문가들이 많이 배치돼 있는 상황입니다. 

평가자가 기본적인 기술 지식은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 우리가 가진 기술이 잘 전달되게하는 프로세스 구성과 전달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명확히 해야합니다.

거래소 심사는 아직 경영 관련 전공자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설명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CFO는 번역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것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비결이랄 것은 없지만 기술진들을 붙잡고 물어봐야 합니다. 다행히 저는 기술에 대해서는 비전공자입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을정도로 묻고 답을 얻어야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올릭스와 뷰노를 통해 기업 내부에서 산업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밖에서 본 기업과 안에서 본 기업은 어떻게 달랐나요?

외부에 알려진 명확한 이슈들이 내부에서는 수 많은 의사결정을 통해 도출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한 스타트업은 자본에 의해 움직이기도 하지만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고, 직원이나 기업 간의 헙업이나 협력, 혹은 갈등을 푸는 역할이 CFO에게 많이 요구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의 유기적 결합으로 갈등은 최소화하고 능률을 높이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으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CFO에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CFO가 가져야 할 역량이 100이라면 50은 된다고 봅니다. 스타트업에서 CFO를 제외한 인력들은 대체로 기술 개발과 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CEO부터 직원까지 대부분 인력들이 기술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사 내부 경영을 규정에 맞게, 건실하게 운영하는 역할은 CFO가 해야 할 몫입니다.

특화된 영역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회사 내부 경영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매주 중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이 단순히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아니겠네요.

CEO는 기술개발과 비즈니스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부경영에는 △인사 △회계 △자금 △준법 등이 필요하죠. 스타트업 CFO의 업무 전문성은 이정도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특히 회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계 감사 면에서 본다면 예전에는 '도출한 숫자들이 올바르게 계산됐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올바른 공식을 세웠는가'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나 준법처럼 내부경영에 대한 역량은 뷰노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올릭스에서는 상장에 집중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 거래소 심사 등에 대한 대응은 올릭스에서 많이 갖출 수 있었습니다. 뷰노에서는 실제 기업 내부 운영에서 내실을 쌓는 역할을 담당해야 했습니다. 특히 뷰노는 조직이 커져가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영입되고 있습니다. 현재 인사 전문가에서 최근 법률 전문가들도 합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회계에서 금투, 산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특별한 목표를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막연하게 꿈꿨던 것은 금융 전문가였고, 통계학과 입학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뚜렷하게 무엇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그것이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뷰노의 상장 이후 '상장 비결을 알려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단지 몇 마디 말이 그들에게는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되고 싶다라고 답하기 보다, 제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 제 스스로가 잘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지금은 뷰노를 성장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주 장기적인 목표로 보면 기업금융 부분에서 전문가가 되길 바랍니다. 최근 기업 성장 측면에서 인큐베이팅이나 엑셀러레이팅 하는 분들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렇게 기술개발 하라' '이렇게 마케팅하라' 식의 조언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스타트업에서는 기업금융이나 회사 내실에 대한 부분 조언에는 아직 부족함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누군가 이 같은 부분이 궁금하고 조언이 필요할 때 이를 잘 알려줄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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