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릴레이 기획 |
실험동물 직접 키우던 조현무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사
한미약품서 BD 경험…"창업가 러닝메이트 되고 싶어요"

"한미약품에서 사업개발(BD) 업무를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글로벌 제약회사를 상대로 신약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을 할 때, 어떤 데이터 패키지를 꾸려야 하는지 직접 부딪히며 배웠어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하려는 회사의 특허, 임상데이터, CMC, 생산 자료 등을 살핍니다."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회사를 상대로 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기술수출.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를 장식한 한 페이지다. 한미약품의 기술이전을 기점으로 국내 회사들의 신약개발 임상 데이터는 한층 더 높은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한미약품 기술이전 주역들은 현재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조현무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사 역시 주역들 가운데 한명이다.

어릴 적 실험동물을 키우고 용돈을 모아 현미경을 사던 소년은 신약개발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첫 사회생활을 한미약품에서 시작했다. 2008년 국내 제약회사 중 글로벌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팔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곳은 한미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미에서 투자 업계로 넘어온 그는 자본을 바탕으로 벤처 창업자의 러닝메이트처럼 험난한 창업 여정을 함께 하겠다고 한다. 창업자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조현무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사를 만나 사업개발 관점서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창업자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조현무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사를 만나 사업개발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창업자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조현무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사를 만나 사업개발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1. 실험동물을 직접 키우던 소년이 한미약품 사업개발 팀으로 가기까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어릴 적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10살 때까지 미국에서 생활을 했어요. 부모님 도움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한국의 교육 환경과 달리 미국에서는 자연에서 뛰어 놀면서 성장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실험동물을 직접 키워보기도 하고, 용돈을 모아 현미경을 사기도 했거든요. 현미경으로 표집한 동물을 관찰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유년시절을 이렇게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물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됐죠. 카이스트에서 학위과정을 거치며,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등 다양한 진로가 있었지만, 한미약품을 가게 된 것은 근본적인(fundemental) 연구 활동을 통해 신약개발을 해 보겠다는 어릴적 꿈이 영향을 미친 것이죠."

 

학계가 아니라 산업계로 나오게 된 이유는 신약개발에 대한 꿈 때문이셨군요.

"석사를 하면서 연구가 매우 어렵고 인내심을 요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몸소 겪었어요. 열심히 하는 연구자들의  연구 활동들이 사회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험실에서 한 연구 내용이 단순히 논문 출판에 그치지 않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죠. 이런 과정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원활한 영어 소통(communication) 능력, 외향적인 성격 등으로 인해 주변에서 비즈니스 감각이 좋다는 말씀을 종종 들었어요. 석사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산업계로 진출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왜 하필 한미약품을 선택했죠?

"산업계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국내 제약회사들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쭉 살펴봤어요. 당시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이면, 글로벌 제약회사를 상대로 팔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물론 세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당시 한미 측에서 설명하는 기술의 차별점에 상식적으로 동의하게 됐거든요. 처음으로 지원한 한미에서 덜컥 합격이 됐어요. (웃음)

면접을 볼 때 이관순 한미약품 부회장님이 '자네는 연구센터로 가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저는 BD 팀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고, 운이 좋게도 회사 측에서 BD 팀으로 배정해 주셨죠."

 

세세하게 분석은 안 하셨다 하셨지만, 결국 이사님 분석이 적중했네요. 한미의 기술들이 글로벌 제약회사에 이전됐으니까요. 어떤 점을 포착하신 거에요?

"정말 대단한 분석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이제 막 석사를 마치고 볼 수 있었던 부분들이 전부였죠. 다만 다른 제약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한미가 가진 기술의 차별성은 명확해 보였어요.

주사제를 경구제로, 바이오의약품 지속기간을 늘린다는 이점은 누가봐도 확실한 기술력이었거든요. 당시 한미는 개량신약 연구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R&D를 주도해 나갔고, 단순히 구호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로 후속 개발 파이프라인도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한미에서 BD 경험, 어땠나요? 

글로벌 제약회사와 접촉,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글로벌 제약회사 쪽에서 원하는 데이터 패키지(임상 데이터뿐만 아니라 생산, CMC, 특허)가 완벽히 꾸려져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미팅을 할 수 있거든요. 물론 한미약품의 글로벌 경험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지만, 기술이전을 염두에 두고 쌓아둔 경험이 풍부한 상태는 아니었어요.

2008년 한미에 입사하고, 한미가 2012년 아테넥스와 오라스커버리 계약을 맺으면서 점점 글로벌 제약회사와 BD 업무를 하는 것이 원활하게 이뤄졌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BD팀과 R&D 연구센터가 한팀(ONE TEAM)으로 움직였어요. 우리가 글로벌 제약회사 BD 임원으로부터 한미 데이터 패키지의 보완 상황을 끊임없이 듣고, 이런 보완 상황을 연구센터에 전달하면 곧바로 반영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한미에 계셨던 R&D 관련 연구자 분들은 연구와 개발 뿐만 아니라, 소통 능력도 뛰어나셨던 분들이었어요. 개발 과정에서 BD 팀이 전달한 수정 사항을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반영해 줬거든요.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한미의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제약회사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게 됐어요."

 

글로벌 제약회사와 첫 기술수출이 이뤄지고 난 뒤 BD 업무가 수월해졌을 것 같아요.

"트랙 레코드가 축적되면서, 글로벌 제약회사들도 첫 기술이전 때처럼 기본적인 자료 요청은 하지 않더라고요. 한미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고 있었고, 이후에는 실사 준비에 초점을 맞춰가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어요.

특히 사노피, 제넨텍 등과 거래했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데요, 경영진을 비롯한 모든 유관부서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갔어요. 지금도 당시 기술이전의 주역들과 만나면 힘들었지만 매우 보람찬 경험이었다고 말해요. 그런 날들이 다시 올까 싶기도 하고, 꼭 다시 한번 만나 큰 일을 도모하자고 하기도 하고요."

 

 

 #2. MBA 학위 후 투자 업계로 자리를 옮기며 만난 한미의 인연들 

한미가 최초로 해외 MBA를 보내 준 직원이라고 들었습니다.

"개인 사정들과 회사의 배려로 해외로 MBA를 갈 수 있게 됐어요. BD 업무를 할 당시부터 보스턴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품고 있었죠. 운이 좋게도 보스턴에서 MBA를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됐어요. 전 세계 바이오 허브답게 보스턴에는 빅파마와 유수의 바이오기업들이 건물마다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업들이 창업되고 있었죠.

그동안 제가 BD 미팅을 하기 위해 어렵게 만났던 분들을 카페, 마트, 식당에서 너무 쉽게 만날 수 있었어요. 딱딱한 회의만으로 할 수 없는 일상적인 소통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MBA 과정 중에 바이오젠 인턴 생활도 하셨던데요.

"바이오젠 마케팅 전략분석팀에서 일하게 됐어요.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을 의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인턴이었지만 직접 컨설턴트를 운영하며 일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 제품화 됐을 때, 어떻게 처방될지 등 마케팅 전략 등을 세우죠.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분석된 내용을 개발 과정 중에 반영하기도 하고요. 허가 이후 국가별로 어떤 메시지로 의약품을 소개할지 정하기도 했답니다."

 

MBA 과정 중에 벤처캐피털(VC) 업계로 넘어올 생각을 했나요?

"사실 MBA 과정에 들어갈 당시만 하더라도 투자 업계에 대한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어요. MBA 수업을 받으며 너무나 흥미로워 유일하게 청강으로 다시 들은 수업이 있었는데요, 바로 미국 유수의 VC 심사역이 강의하는 내용이었어요. 글로벌 제약회사와 바이오텍의 인수합병 뿐만 아니라 직접 창업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지닌 분이셨죠.

그 분의 수업을 들으며 바이오 전문 심사역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어요. 단순히 자본을 제공해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에 '가치'를 더하는 일이 바이오 전문 심사역의 역할이라는 것을 배웠어요.

투자가 단순 돈을 버는 행위만이 아니라, 기업들이 성장하는 데 많은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이 수업을 들으며 제가 투자 업계로 넘어가서 할 수 있는 일이 꽤 있겠구나 싶었어요."

 

한미서 인연을 맺은 김맹섭 대표님과 이번엔 투자 관계로 만나셨네요.

"한미 때부터 김맹섭 대표님(당시 한미 및 북경한미 연구소장 역임)과 오랜시간 일을 같이 했어요. 정말 좋은 경험을 했어요. 김 대표님은 한미에서 일 할때부터 비즈니스에 특화된 연구자셨어요. 단순 연구만 아니라 제품 개발까지 늘 염두에 두시고 임하는 분이셨죠.

한미에 계실 때부터 김 대표님은 빅파마가 관심을 가지는 연구 주제인가를 놓고 BD 팀에게 늘 질문을 던지셨죠. 머스트바이오 투자 배경은 당시 한미에서 제가 직접 겪은 김맹섭 대표님의 다양한 비즈니스 감각을 보고 이뤄졌어요."

 

#3. 바이오의약품 타깃과 기술 보고 투자한 머스트바이오와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 

머스트바이오 투자 배경을 좀더 듣고 싶어요.

사실 항체의약품은 포화 시장으로 보이기도 하거든요.

"항체의약약품을 볼 때 △플랫폼 기술 △타깃의 조합을 봅니다. 이중과 삼중을 넘어 다중으로 갈 수 있는 항체의약품 플랫폼 기술의 차별성은 점점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이중에 있어서는 플랫폼 기술이 어느정도 상향 평준화가 됐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트바이오의 차별점은 어떤 타깃으로 조합하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확보라고 봅니다. 즉, 상업화가 가능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타깃을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것이 머스트바이오 차별점인 것이죠.

머스트바이오가 보유한 항체의약품 플랫폼은 어떤 타깃으로도 작동(working)이 가능하고, 높은 수율로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퍼스트인클래스도 의미가 있지만, 머스트바이오가 보유한 안정적인 항체의약품 플랫폼을 통해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베스트인클래스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항체의약품으로써 충분히 경쟁력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빅파마가 선두에 서서 임상을 끌고가 주면, 비교적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임상설계 등을 용이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앞선 선행 개발자들이 하는 시행착오도 피할 수 있고요."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는 플랫폼 기술에 차별점을 가진 회사입니다.

"원진을 머스트바이오보다 먼저 투자했습니다. 원진의 경우 바이오의약품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플랫폼 기술은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상향 평준화 돼 있어, 차별점을 확보하기 어렵지만 원진의 독보적인 단백질 다중결합 플랫폼 기술이 작동하면 삼중 이상의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제조에 있어 일종의 돌파구(breakthrough)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원진이 보유한 기술이 워낙 새로운 개념이라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원진이 보유한 플랫폼 개념을 쉽게 설명하면 결국 두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만들어서, 각 타깃에 맞는 것을 쉽게 합치겠다는 것이었어요. 관건은 이들이 설명하는 개념이 높은 수율로 합쳐질지 증명하는 것이었죠. 아직도 검증해야 할 것은 많지만 단계적으로 원진 쪽에서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제시했어요.

또 빅파마 쪽에서 원진이 보유한 기술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요. 실제로 제가 빅파마 미팅에 함께 참석해 보면, 빅파마가 단순 호기심이 아니라 원진의 기술에 대해서 꽤 관심을 갖고 듣는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어요.

물론 원진의 현재 기술이 초기 단계라 개념입증(POC)을 해야 할 과정은 남아 있습니다. 빅파마가 원하는 POC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빅파마와 끊임없이 소통하라고 말씀드리기도 합니다."

 

진단과 의료기기 쪽 투자도 활발히 하시던데요?

"프리미어파트너스에 합류하고 자체적으로 소싱한 첫 투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기반으로 유방암 예후를 진단하는 '디시젠'이라는 곳입니다. 창업 초기부터 의사들이 주축이 돼 임상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진단기기를 만들겠다는 목표에 동의해 투자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현장 수요에 맞는 제품을 만든 회사입니다.

또한 지난해 말 투자한 프로테오믹스 기반 진단 기술 개발 기업 '베르티스' 역시 제품화에 빠르게 성공한 기업입니다. 진단의 경우 신약개발 대비 제품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사업화 관점에 맞게 투자를 진행합니다.

이외도 미래에셋, 셀트리온과 함께 항체접합의약품(ADC) 개발 회사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투자하며, 해외 투자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항체의약품 개발 기업 오름테라퓨틱, 역분화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입셀, 제일약품 스핀오프 온코닉 등에도 투자했습니다."

 

어떤 투자자로 남고 싶으신가요?

"창업 하신 대표님들을 뵐 때마다 창업은 정말 험난한 여정이라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 험난한 여정에서 러닝메이트처럼 함께 할 수 있는 심사역이 되고 싶어요. 제 BD 경험으로 도움을 드릴 수도 있고, 비단 투자 행위 뿐만 아니라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드리고 싶어요.

헬스케어 산업은 인류에 도움이 되는 산업이잖아요. 제가 하는 투자 행위가 좋은 기업에 효율적으로 자원이 가도록 돕고,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창업하신 분들과 이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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