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 편집인의 랜선(LAN線) 인터뷰

<릴레이 기획>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글로벌 무대에 선 한국인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 땅을 벗어나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K-제약바이오의 든든한 자산이다.

 

<20> 박상태 코리(Coree) 미국법인장 (로스앤젤레스)

 

박상태 코리 미국법인장.
박상태 코리 미국법인장.

 

스무번째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이는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나왔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여전히 초기 단계인 비즈니스의 특성상 곧바로 디지털 치료제로 달려든 전문가는 드물다. IT를 '부캐'로 삼을 정도로 다능(多能)한 생명공학자 또는 의료진들이 교집합의 영역으로 발을 담궜다 '본캐'가 되거나 본캐 못지 않은 부캐를 유지하며 인연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치료제 사업을 추진하는 한미약품 그룹 계열사 코리(Coree) 미국법인장 박상태 박사도 그랬다. 생물학 전공자이면서 전산학과 조교를 병행한 흔하지 않은 이력을 소유한 그는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진단기업인 소마젠(마크로젠 계열)을 거쳐 코리에 합류하며 디지털 치료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뇨와 비만을 키워드로 디지털 치료제 글로벌 임상을 추진하고 있는 박 법인장을 랜선으로 만났다. 

 

박상태 법인장님, 반갑습니다. 코리(Coree) 미국법인장으로 일하고 계신다고 소개해주셨어요. 코리라고 하면 좀 생소한데, 어떤 회사인지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한미약품은 다들 알고 계시죠? 코리는 한미약품 그룹 계열사에요. 본사는 홍콩에 있고 기본적으로 새로운 바이오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회사이며, 현재 이탈리아, 중국, 한국, 미국에서 디지털 치료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미국 법인은 LA에 등록되어 있고 저는 이곳 법인장으로 여러 나라에서 추진되는 임상시험을 리드하고 새로운 사업개발을 하고 있어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매우 높아요. 코리가 진행하는 임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이탈리아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제멜리(Gemelli) 병원과 당뇨-비만 관련 디지털 치료제 초기임상 디자인을 마쳤고 곧 환자모집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중국 최대 병원인 중국협화병원(Peking Union Medical College Hospital)과도 임신당뇨 관련 디지털 치료제 초기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들 디지털 치료제 임상은 한국과 미국에서도 진행할 예정인데 FDA에서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로 허가받는 것이 목표에요."

 

코리 홈페이지 발췌. 이탈리아, 중국, 미국에 설치된 R&D 등 센터들이 소개되어 있다.
코리 홈페이지 발췌. 이탈리아, 중국, 미국에 설치된 R&D 등 센터들이 소개되어 있다.

 

SaMD, 프로그램 의료기기로 번역하면 될까요? 당뇨, 비만, 임신당뇨 등 질환을 치료하는 코리의 디지털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의약품을 통한 치료 관점과는 조금 달라요. 임상을 통해 확보한 바이오 마커로 life intervention(조정)하는 게 목표에요. 주요 건강 지표를 관리하는 개인 맞춤형 플랫폼 안에서 당뇨비만을 예측, 치료, 관리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개념이에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대중들의 인식에 구체적으로 다가온 건 아직 아니에요. 직설적으로 여쭤볼게요. 디지털 치료제는 정말 각광받는 미래 산업이 될까요?

"넘어야 할 벽은 분명 많지만 가능성과 확장성을 가진 것 만큼은 확실해요. 건강 관리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다양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치료제가 여러 질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엄청난 데이터의 축적과 연구 개발을 통해 헬스케어에 진출하는 것도 미래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해요."

 

디지털 치료제 측면에서 한국은 어느 지점에 와 있나요? 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이나 승인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건강보험관리공단 등이 보유한 공적 데이터들의 사용 폭이 디지털 헬스케어나 치료제 분야로 확대된다면 좋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9년 KAPAL annual conference(KAC) 세션 좌장을 맡은 박상태 법인장.
2019년 KAPAL annual conference(KAC) 세션 좌장을 맡은 박상태 법인장.

 

처음부터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산업계 활동을 하셨나요?

"아니에요. 마크로젠이 미국에서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를 이용한 진단시장 진출을 준비할 때 합류하면서 산업계로 들어왔어요. NGS 관련된 기술은 제가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 매사추세츠 공대와 하버드대학 공동설립)에 있을 때 직접 배우면서 개발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당시 마크로젠은 자회사인 소마젠을 메릴랜드에 설립하면서 미국 연방정부 인증인 CLIA(Clinical Laboratory Improvement Amendments)를 유전체를 통한 진단항목으로 처음 취득했고 이를 50개 넘는 주로 확대하는 전략을 썼어요. 이때 저는 소마젠 CEO로 일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 및 비영리 기관들과의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50억이던 매출이 300억 까지 성장했어요. 이때 경험 덕분에 미국 시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어요."

 

디지털 치료제 비즈니스는 코리에서 본격적으로 하신 거네요.

"소마젠에서 소중한 기회를 많이 얻었는데 코스닥 상장 과정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점은 죄송하고 아쉬워요.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 때문에 코리를 선택하게 됐어요. 컴퓨터를 전공했던 사촌형 덕분에 어릴 때부터 애플II를 접했고 BASIC, turbo-C, 어셈블리어를 배우면서 기기용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도 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 관련 책들을 찾아 읽곤 했어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저의 관심은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해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여전히 디지털 치료제, 헬스케어에 대해서는 배우는 입장이고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도 생물학을 ‘본캐’로 봐야겠죠?

"예, 연세대학교 생물학과에서 박사까지 마쳤어요. 생물학과 대학원생이면서 전산학과 C언어 조교생활을 하기도 했지요. 팔이 길어 농구도 곧 잘 했던, 조금은 특이한 그런 청년이었던 것 같아요."

 

미국으로는 언제 건너 가셨어요?

"2004년 보스턴아동병원(Boston Children’s Hospital)에서 감염질환으로 박사 후 연구과정을 시작하면서 오게 됐어요. 2009년 앞에서 말씀 드린 브로드 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고 2012년 마크로젠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산업계에 들어 왔어요."

 

한미생명과학인협회(KAPAL) 활동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오윤석 KAPAL 회장(FDA 임상약리학과)의 앞선 인터뷰에서도 법인장님 이야기가 잠깐 나옵니다.

"KAPAL 창립 때 부터 함께 했고 지금은 executive director로 일하고 있어요. 연구 보다는 생명과학 분야 비즈니스에 필요한 규제, 법률, 네트워크, 사업 등에 대한 이해와 협력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어요. KAPAL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의 희생 덕분이라 생각해요."

 

KAPAL 2018 송년모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상태, 오윤석, 김선태, 김주은, 이철, 송정근, 이병하 박사.
KAPAL 2018 송년모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상태, 오윤석, 김선태, 김주은, 이철, 송정근, 이병하 박사.

 

관련기사 <1> "아홉 어벤저스가 꾸리는 KAPAL의 긍정 네트워크"

              <2> "로봇보다 T세포" 면역치료제 도전 부른 쥬라기공원

 

미국 생활을 함께 하는 가족들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시면 어떨까요?

"아내와 12살된 아들, 그리고 최근 입양한 1살 짜리 강아지와 함께 살아요. 남편 때문에 타국 생활을 시작한 아내의 고생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우연히 배운 도자기를 열심히 해서 수상도 하고 전시하는 걸 보면 존중하는 마음이 절로 생겨요. 노래와 아이스하키를 취미로 하는 아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건강하게 즐겼으면 좋겠고, 가족이 된 강아지도 건강하게 늘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처가 식구들께 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미국 생활을 함께하는 가족들.
미국 생활을 함께하는 가족들.

 

가족들과의 행복한 삶 속에서 법인장님이 꿈꾸는 비즈니스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기를 히트뉴스도 독자들과 함께 기원할게요. 끝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글로벌 한국인이라는 인터뷰 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사실 제가 나서기 민망했어요. 하지만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중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상태 법인장은 누구?

(2019년~현재) CEO, COREE LLC (2014~2019년) CEO, Psomagen Inc (Macrogen Corp. US) (2012~2013년) Director of Clinical Laboratory Operation, Macrogen Clinical Laboratory (2009~2012년) 연구원. TB Systems Biology Program (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Biomedical Engineering at Boston Univ/ NEIDL(National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Laboratories)) (2004~2009년) 박사후연구원. Harvard Medical School/Boston Children’s Hospital (1992~2004년)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학/석/박사) (1973년) 서울 출생 

 

박상태 법인장이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Nova Biomedical의 John Kim 선배님을 히트뉴스에서 뵙고 싶어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고,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저에게 정말 많은 가르침을 주셨어요. John Kim 선배님이 바이오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는 히트뉴스를 읽는 생명과학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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