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E 매니저 하주화 알보젠코리아 상무

제약회사 영업 활동은 다른 산업과 견줘 다르고 복잡하다. 한정된 시장 안에 경쟁 회사와 경쟁 의약품들이 많은데다, 처방권을 가진 의사 고객은 전문가여서 영업사원(MR)의 일은 아주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 영업 사원은 회사를 대표한 현장의 전사들이다.

전사들이 경쟁에서 승전고를 올리도록, 스마트하게 열심히 뛰어 성과를 내도록, 최고경영자(CEO)를 정점으로 기획부서, 관리부서, 인사부서(HR), 마케팅부서 등 헤드쿼터 겸 지원군들은 온갖 지혜를 짜내느라 여념이 없다.

'SFE(Sales Force Effectiveness) 매니저'라는 타이틀을 가진 하주화 알보젠코리아 상무(46)도 제약회사 커머셜 활동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회사의 목표가 현장에서 구현되는지 체크하고 관리하는 일원이다. SFE 매니저라는 직함으로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 혹은 가치는 능률(efficiency)이다. 그는 '능률 사냥꾼'인 셈이다. 

SFE는 영업사원이 고객을 만날 때(Call) 필요한 제품 지식의 정립, 전달 메시지의 개발, 영업사원 콜 리포트를 비롯해 ▷막연한 시장의 세밀한 분석, 목표 설정과 계획(Segmentation, Targeting and Planning), 이에 맞춘 인적자원 할당과 배치, 고객연계관리체계(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시행과 관리 ▷영업사원 교육 커리큘럼 개발과 시행 ▷영업 지역 관리자(지점장) 코칭 교재 개발과 교육 ▷영업사원 성과지표 개발, 정성·정량적 인센티브 계획 등 다양한 요소들의 패키지로 구성돼 있다. 

영업사원으로 제약회사에 입사했던 하 상무는 관련 경력을 쌓아 이젠 제약산업계 SFE 분야에서 '헤드 헌터 리스트 최상단에 있는 전문가'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게 하 상무는 여러 제약회사에서 SFE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세팅, 운영한 실력자이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가 SFE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할 때 성공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 상무는 "경영진의 강력한 지지, 최고의 CRM 시스템, SFE를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커머셜 관련 부서 매니저들, 그리고 이를 잘 운영할 수 있는 SFE 매니저" 라고 말했다.        

히트뉴스는 지난 달 31일, 그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 커피숍에서 1시간3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할말은 한다"는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고, 어떤 사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드러난 수치'를 체크하고 관리해 '원하는 수치(매출과 이익)'를 실현하고, 투명하고 청렴한 영업활동의 근간이 된다는 SFE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들었다. 

제약바이오산업계 언저리에 있지만 SFE(Sales Force Effectiveness)는 여전히 낮선 용어이고 개념은 흐릿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잘 모르겠는데,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하고 이해하면 좋을까요?

"통상 국내 제약회사에선 영업기획관리부서라고 부르고, 기획부서와 관리부서를 따로 두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시장 분석에 맞춰 영업 활동의 목표를 세우고, 영업 활동 전반이 목표를 향해 순항하는지 수치로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일보젠코리아에서 SFE는 조직상 어느 지점에 있나요?

"대표이사(CEO) 직속의 Commercial Excellence라고 불리는 독립 부서에 있습니다. 회사의 전략(타깃, 인센티브, 영업부조직, 매출, 이익)을 체크하고 5년 혹은 단기간 성과 목표와 방향을 세팅하고,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해요. 영업과 관련된 각 부서를 추적관찰(tracking)하는 업무도 있죠. 트래킹 결과에 대해선 관련 부서 매니저들과 공유하고, 협의해 개선 대책을 세워 CEO에게 보고합니다."

 

왜 SFE 부서와 역할이 제약회사에서 중요한 거죠?

"이렇게 이야기를 해 볼게요. 다국적 제약회사(MNC)에서 일하다 국내 제약회사나 새로 시작하는 회사에 부임하는 총괄관리자(GM)급 인사들이 있다고 쳐봐요. 아마도 이분들이 곧바로 세팅하고 싶은 부서가 SFE 부서일거에요. 왜 그런가하면, 회사 커머셜(Commercial) 활동과 연관된 공통 지표를 모두 한 눈에 파악해 조직과 조직의 활동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 체크를 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미 잘되어 있는 곳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전 MNC부터 보셨던 영역(view)까지 통합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거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현황을 자동차 계기판을 차지하고 있는 dashboard처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문제점에 맞는 대책도 내놓을 수 있을테니까요. 총괄 관리자라면 투명한 영업활동이 이뤄지는지 살피거나 조직이 균형감을 갖추고 있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어떤 면에서 SFE는 커머셜 활동의 견제와 균형(check&balance)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SFE 담당자의 일과와 역할은 뭔가요?

"SFE 담당자는 여러 분야가 있는데 일단 매니저(manager)를 예로 들어 볼게요. 연간으론 영업부와 논의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Right targeting setting)하고 커머셜 활동에 따른 인센티브를 계획(incentive design)하죠. 당연히 회사 전략에 따라 각 채널(channel) 별로 핵심성과지표(KPI)를 마련합니다. 각 디렉터(director)들과 미팅을 통해 해당 부분에 대해 합의점을 이끌어 내고, 완료된 부분에 대해 소통(communication)하고 유관부서인 인사부서(HR)나 재경부(finance) 등 에도 공유해요. 매일, 매주 또는 매월 업데이트(update)된 결과도 공유하죠. 

2월엔 그해 전체 연간 미팅(annual meeting)을 조정(arrange)하고 당해 연도 전략이나 구상을 발표합니다. 지점장(DSM)들이 사장님에게 연간 2회 지역별 비즈니스 계획(District business planning)을 발표하도록 준비시키며, 분기별로 인센티브(incentive)를 계산해 인사부(HR)에 전달해 줍니다. 반기를 마치고 나면 상반기 주요 성과에 대해 격려(cheer)하고, 정례적인 지점장 미팅(DSM meeting) 등에서 교육훈련(training)도 진행한답니다."  

 

SFE 분야에서 능력자로 인정받으시는데, 대체 어떤 일들을 하신거죠?

"회사별로 SFE(CE)가 제시한 미션(mission)이나 업무들이 있어요. 맡은 업무를 잘 이해해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죠. 예를 들어 SFE를 시작했었던 2010년 보령제약에선 교육훈련(training) 커리큘럼에 포커스를 뒀었고, 먼디파마에선 경쟁기업(competitor)에 비해 떨어진 성과지표를 기준점으로 전체적으로 SFE를 설정해 성공 사례를 만들었어요. 이는 아태지역의 전체로 채택되기도 했어요. 

알보젠코리아에선 영업조직(Sales structure)을 전체적으로 재편(restructuring)하면서 드림파마와 통합(integration)을 목표로  SFE를 개발했어요. 국내 기업인 영진약품에서도 SFE를 세팅하고, 다시 알보젠에선 SFE를 개발(develop)하는 업무와 함께 '영업사원 실적평가, 회사 매출 점검(sales operation), 매출 관리(KAM)을 포함하여 SFE까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SFE 직무를 나열해 보면 어떨까요?

"영업사원 실적평가와 회사 매출 점검의 역할이 있고요, 영업사원 KPI 추적 관찰, 목표 설정, 인센티브 계산의 역할도 있죠. 콜 시스템(call system)을 관리하고, 영업사원들이 보고하는 리포트를 대시보드(dashboard)화 해 business intelligence(BI)를 관리하는 CRM 전문가도 있죠. 전, 영업 교육 훈련가(sales trainer)로 SFE를 시작했는데, 이는 8년간 영업 경력이 있었던 덕분입니다. 데이터를 보는 스킬(skill)이 있는 편이라 CRM 시스템도 기성제품이 아닌 수제화처럼 만들어 고객에게 최적화되도록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무님은 어떤 과정을 거쳐 SFE 전문가가 되셨죠?

"대학 4학년 유유에 입사하여 영업사원(MR)을 하던 시기가 1997년 11월 17일이었고 아시다시피 IMF 사태를 맞았어요. 당시 드문 여자 MR이라 운좋게 남아 경력을 쌓던 중 BMS에 들어갔죠. 의원부터 종합병원 영업을 하면서 향후 업무로 영업보다는 영업 교육 훈련가(Sales trainer)를 꿈 꾸게 됐죠. 내부 기회보다 외부 기회를 만나 보령제약으로 갔죠."

 

보령제약서 꿈을 찾았나요?

"네, 세일즈 트레이너를 시작하게 됐죠. 당시 약 400명 가량 종합병원 MR부터 OTC부서까지 인터뷰를 통해 역량을 진단하고, 부서별 특성에 맞춰 커리큘럼을 구분해 교안을 직접 만들었어요. "교육을 했다 하지 말고, 되어졌다"는 성과가 나도록 해야 한다는 당시 김광호 사장님의 말씀을 새기며 공채부터 경력까지 교육을 직접 진행 및 운영하며, 후두염에 걸려가며 일을 했었죠."

 

아, 그런 노력이 SFE로 가는 돌다리가 되었다는 말씀. 

"바닥부터 에이전시와 같이 부대끼며 같이 공부해 쌓았던 스킬(skill)과 노력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더불어 초창기 CRM을 세팅하기 위해 외부 CRM 업체 고위급 임원들로부터 시스템을 많이 배웠어요. 때마침 먼디코리아로 가게 돼 SFE 전체를 세팅하게 됐고, 그 이후 알보젠, 영진도 세팅했어요. 당시 헤드 분들의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어떤 공통점요?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SFE 경험을 통해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아신다는 공통점이에요. 김광호 사장님, 이종호 사장님, 이주형 사장님, 박수준 사장님, 이준수 사장님 등등 모셨던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SFE를 중시하셨죠. 결국 시스템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각각 회사에서 어떤 변화,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아는 리더가 있고 지지(endorse)를 해 줄 수 있는 곳일 때 SFE는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런 점에서 저의 커리어는 저만의 것이 아니라 리더들의 공로 위에서 단단해 진 겁니다. 이 부분은 현재도 진행형이에요." 

 

이야기를 듣고보니 SFE 매니저의 자질은 기획력과 함께 데이터를 읽는 능력, 소통 역량, 회사 목표를 이뤄내려는 신념 등 다양한 것 같습니다. SFE에 잘 맞는 성향이 따로 있을까요?

"옳은 소리는 반드시 해야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전, 영업이랑 잘 안 맞는 것 같아요(하하). 물론 자기 일에 대한 열정, 청렴, 객관성, 강한 공동작업 능력(strong collaboration) 등이 필요해요. 그래야 총괄관리자(GM)의 지시를 이해해 주요 부서와 연결고리로서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할 수 있거든요. 비밀보호를 필요로 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직접 숫자분석하고 보고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도 있어야 합니다."

 

마케터, PM, 처음부터 SFE 직무를 해보고 싶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질과 역량은 따로 없어요. 저는 과장 때부터 사장님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SFE 역할을 이해했었던 것 같고요, 끊임없이 외부 세미나에 참석하고 해당 데이터를 수집하며, 최신 트렌드들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BI등 좋아하는 분야는 독학으로 연구했어요. CRM이나 BI는 재미가 있어 깊게 파고 들었고, 이젠 어느정도 디자인도 가능해 졌어요."

 

SFE 전문가로서 실적은 어떤 게 있을까요?

"세일즈 트레이닝 커리큘럼 개발과 진행, CRM 세팅, 경쟁사에 비해 쳐졌던 역량(competency)을 SFE 세팅 후 모든 지표를 끌어 올렸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후죽순이던 영업조직을 조건에 맞게 재편(restructuring)한 것도 있습니다. 제일 힘든 것은 SFE 세팅과 함께 기존 영업습관 혹은 패턴을 바꾸는 일이에요. 그래서 SFE 세팅은 투명화, 청렴화와 같은 선상으로도 이해됩니다."

 

SFE 전문가는 SFE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직업병이겠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성과를 많이 내려고 하죠. '효과'를 떠올리니 제 아이에게도 같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효율적으로 공부를 하라며 공부 방법, 문제 유형 등을 자꾸 확인하게 됩니다. 무작정 외우게 하기보다요.

다시 업무 이야기인데, 저는 영업사원(MR)에게 Segmentation & targeting을 강조합니다. 한정된 시간, 많은 고객을 만날 수는 없잖아요. 타깃팅해서 차별화된 메시지를 환자에 초점을 맞춰 품목(의약품)이 아닌 환자중심으로 디테일하라고 저는 끊임없이 말합니다. 그래야 의사분들도 많은 제약사 직원 가운데 우리 MR을 기억(Aware)해 주실 수 있으니까요."

 

기억에 남는 보람, 어떤 것일까요?

"이 말을 누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해가 돼 실제로 배운대로 그렇게 했더니 고객의 반응이 다르다고, 어느 MR님이 말해 줬을 때 그게 바로 능률(efficiency)이라고 신나서 장단을 맞춘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깨닫고 느끼게 했다는 점이 짜릿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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