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으로 다가온 글로벌 임상시험과 CRO

숲과 길...
숲과 길...

요정이 짜잔하고 나타나 마술지팡이를 휘둘러 '호박과 생쥐와 큰 쥐'를 '황금마차와 말과 마부'로 탈바꿈시켜주고, 예쁜 옷과 유리 구두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착한 소녀를 가상히 여긴 '두꺼비와 새와 암소'가 전능한 도움을 베풀지 않았다면, 콩쥐가 잔치에 참석해 왕자를 만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동화에서 빠져 나온 현실에는 마술지팡이가 없다. 그런 까닭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왕자 만나러 가는 길은 험난하다. 기술 반환 이슈로 빵빵하게 부풀었던 '희망의 애드벌룬'에선 바람이 조금 빠졌고, 기대에 못미친 일부 글로벌 3상 임상 프로젝트는 실망을 안겼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에게 13척의 배가 있었던 것처럼 풍요로워진 생태계 덕분에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과 이들이 품은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많고, 계속 많아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는 CRO와 협력, CRO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낯선 문제가 출제됐다.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기출 문제가 아니라서 기업들은 당혹스럽다. 어차피 '신약개발이란 게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이니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문제를 풀어내면 기술수출 가격을 높이고, 허가 관문 앞에 서고, 상업화 문고리를 잡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부가가치의 향상이다. 

히트뉴스는 며칠 전 국내 기업들과 임상시험 CRO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 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지동현 커넥트클리니컬사이언스 대표, 이소라 시네오스헬스 대표의 대담을 진행해 두 차례 보도했다. 물론 대담서 나온 이런 저런 의견들이 처음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기업들에게 힌트나 영감을 줄 수는 있어도 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푸는 열쇠는 아니다. 또 기업별 디테일한 사안에 딱 맞아떨어지는 답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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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과 직간접적으로 관계했던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이날 대담에서도 파이프라인을 가진 기업(스폰서)과 임상 CRO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가 이야기 되지는 못했다. 임상시험 자체가 종합예술보다 더 복잡한 까닭에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다양한 방면으로 가지를 뻗은 이야기들은 인간 세상을 작동시키는 기본으로 다 귀결됐다. 지동현 대표의 컨셉트를 차용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는 기업과 CRO 사이의 주체는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건축주(기업)가 명확한 설계도(임상프로토콜)를 넘겨주지 않았는데, 시공사(CRO)가 혜안을 가지고 스스로 건물(임상성과)을 지을 수 없다. 건축주도 분명하게 말 할 수 없는 모호성을 시공사가 무슨 수로 알 수 있겠는가. 능력이 있는 건축주라면 설계도를 직접 작성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지으려 하는 건축물에 특화된 유능한 설계사를 고용하거나, 그런 능력을 가진  설계사와 협력 관계라도 맺어야 한다. 시공사가 설계도에 따라 틀림없이 시공을 하는지도 매의 눈으로 감독할 전문 감리도 붙여야 한다.

둘째는 건축주가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와 끊임없이 다층적으로 소통을 해 사소한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큰 오류로 번지거나 오해를 빚어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목표했던 건축물이 세워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구도에서 왕자를 만나려는 '콩쥐'를 방해하는 '팥쥐'는 다름아닌 모르는 것을 아는척하며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거나 주문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불분명하게 넘겼다가 나중에 딴소리를 하는 자신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혁신신약 도전에서 만난 임상시험 허들을 넘으려면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이 생태계 안에 축적돼야 한다. 예를들어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신약개발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뇌전증 치료신약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의 보석같은 경험들은 생태계의 자산으로 널리 공유돼야 할 것이다. 공리적 가치가 크다해서 SK바이오팜에게 곳곳에서 간증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 이 역할을 해야한다면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라고 말하고 싶다. 재단이 SK바이오팜은 물론 그동안 글로벌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한 기업과 관계자들을 면밀하게 인터뷰해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추출해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전문가들을 키워내야 한다. 국내 임상시험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못지 않게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사다리를 만들어 놓는 일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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