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라이선싱 넘어 협업 단계로

GC녹십자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아웃소싱과 라이선싱 단계를 넘어 협업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신약개발 오픈이노베이션은 개방 범위와 단계에 따라 ▲아웃소싱 ▲라이선싱 ▲협업 ▲오픈소스형 등 4가지로 분류 가능하다. 아직은 아웃소싱과 라이선싱 형이 여전히 주류인데, 몇몇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협업 형태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단계별로 장단점은 있다. 아웃소싱형은 전임상 테스트, 임상시험 모니터링, 환자 모집 등 신약개발의 앞 단계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대학, 임상 대행기업(CRO) 등과 같은 외부 자원을 활용한다. 의약품은 특허 출원 시기를 기준으로 독점판매기간을 정하기 때문에, 소요시간을 줄일수록 시장 출시 후 특허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제약사가 신약개발 일부 과정을 위탁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웃소싱형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한다.

GC녹십자 역시 오픈이노베이션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략인 아웃소싱형 전략을 그동안 활발히 적용해왔다. 실제 GC녹십자랩셀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간세포암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등 6곳과 함께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혈액백 기술이전...바이오벤처 투자확대

라이선싱형은 기술이전, 인수합병, 투자가 이뤄지는 단계다. 국내 제약에서는 한미약품이 라이선싱을 선도적으로 해 나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는 제약사가 많지 않아 인수합병 단계까지는 이뤄지지 못 하고 있다. 국내 매출 상위 제약사들은 인수합병 전략보다는 바이오벤처 투자를 더 활발히 진행하는 추세다. 올해 초 녹십자엠에스는 약 400억 규모로 혈액백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또 바이오리더스, 아르고스 등 바이오벤처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김영필(왼쪽) GC녹십자엠에스 대표와 조인제 PT.MITRA GLOBAL HANINDO 회장이 13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GC녹십자엠에스 본사에서 혈액백 제조 기술 이전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필(왼쪽) GC녹십자엠에스 대표와 조인제 PT.MITRA GLOBAL HANINDO 회장이 13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GC녹십자엠에스 본사에서 혈액백 제조 기술 이전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GC녹십자는 기술이전이나 신약개발 전 단계를 위탁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동개발, 합작회사(joint venture) 설립 등 ‘협업’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제약업계 선두 다투고 있는 GC녹십자와 유한양행의 희귀질환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은 단연 눈에 띄었다. 이번 공동개발 계약을 통해 양사는 복약 편의성을 높인 차세대 경구용 고셔병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허은철(왼쪽) GC녹십자 사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18일 경기도 용인의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서 희귀의약품 연구개발 협력 내용의 MOU를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허은철(왼쪽) GC녹십자 사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18일 경기도 용인의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서 희귀의약품 연구개발 협력 내용의 MOU를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넥신과 지속형 빈혈치료 신약 공동 개발

그러나 이번 협약은 후보물질 도출부터 비임상 단계까지 협력한다는 한계점도 있다. 공동개발이라는 보다 진일보된 오픈이노베이션 형태로 볼 수도 있지만, 결국 신약개발 초기 단계의 협력에 불과하다고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GC 녹십자 측은 “임상 개발과 적응증 확장 등에 대해서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협력 범위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항체결합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앱클론과 CAR-NK 항암면역세포치료제 공동개발 계약 역시 임상개발로 확장될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GC녹십자의 보다 진일보된 오픈이노베이션 형태의 ‘협업’ 모델사례는 2006년부터 제넥신과 공동개발 중인 지속형 빈혈치료제(GX-E2)다. GX-E2는 현재 2상 임상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기술수출까지 성사되면서,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간의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레고켐바이오 공동개발 중인 항응혈제 'GC2107'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1상을 완료했다.

미 CAR-T 개발사 리미나투와 합자사 추진

GC녹십자셀은 지난달 24일 미국 CAR-T 개발업체 리미나투스 파마와 한국 내 합작회사(Joint Venture)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합작 회사를 통해 리미나투스 파마는 CAR-T 생산기술을 제공하고, 녹십자셀은 세포치료제 임상시험과 제품 출시 노하우를 활용해 CAR-T의 국내 임상시험과 시장진입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합작회사의 장점은 위험분산 효과가 크다는 데 있다. 기존에 많이 이뤄져 왔던 바이오벤처에 대한 일방향적인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제약사에게 큰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이 외에 다국적 합작사업은 법인이 설립된 국가의 통제를 쉽게 받을 수 없다는 장점도 있다.

'Open Innovation' 웹 사이트도 운영

GC녹십자 오픈이노베이션 사이트 메인화면
GC녹십자 오픈이노베이션 사이트 메인화면

GC녹십자의 오픈이노베이션 노력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국?내외 외부연구기관과 협력을 위해 ‘Open Innovation(오픈 이노베이션)’ 사이트를 별도 운영하고 있는 것. GC녹십자는 이 사이트를 통해 백신, 희귀질환 치료제, 혈액제제, 항암제 관련 분야 연구과제를 상시 접수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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