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원종화 전무-김종란 전무

'step by step(한 걸음 한 걸음)'. 에이비엘바이오를 보면 떠오르는 문구다. 2018년 이상훈 대표를 인터뷰할 당시만 하더라도, 초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빠른 상장과 라이선스 아웃 등으로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는 듯 했다. 이젠 확보된 자금으로 어엿하게 전임상 연구, 중개연구, 임상개발가지 유기적인 한 팀을 이뤘다. 그렇게 3년동안 지켜봐 온 에이비엘바이오는 '3상 성공'이라는 원대한 '포부'보다는 착실하게 한 걸음씩 신약개발 위해 실행 가능한 '현실'을 만들어 가고 있다.

히트뉴스는 중개의학 연구와 임상개발을 이끄는 원종화 전무와 김종란 전무에게 에이비엘바이오가 신약개발 생태계를 어떻게 그려 나갈지 들어봤다.

원종화 임상중개연구&개발 전무(왼쪽)와 김종란 임상개발본부 전무를 만나 에이비엘바이오의 신약개발 전략을 들어봤다. 

 

이상훈 대표님이 올해 쟁쟁한 임원을 모셔 왔다고 자랑합니다. 에이비엘바이오에서 역할은 뭔가요?

원종화 임상중개연구&개발 전무(원)=간단하게 말하면 초기 개발(early development)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좀 더 복합적인 업무를 맡고 있어요. 신약 디스커버리(discovery) 업무에서 임상시험 진입하기 전 중개연구(translation research)까지 맡고 있거든요.

중개 연구는 도출해 낸 신약 후보물질이 과연 임상 환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 지 예측하는 작업이죠. 여기에 동물모델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김종란 임상개발본부 전무(김)=임상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회사는 신약개발 초기 단계 연구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 적정 용량 설정 등과 관련된 업무를 우리 부서가 맡고 있죠.

원 전무님이 이끄시는 중개연구팀과 협업해 임상시험계획승인(IND) 절차를 밟기 위해, 다양한 동물실험 방법, 생산과 관련된 제조품질관리(CMC) 등을 함께 고려합니다. 다시 말해, 전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임상시험을 어떻게 할지 설계(design)하는 업무를 하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에이비엘바이오에서 두 분이 이끄시는 중개임상팀과 임상개발팀이 어떤 식으로 협업을 한다는 거죠?

김=전임상과 임상은 별개로 진행할 수 없어요. 의학적 미충족 수요(medical unmet 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응증, 환자군을 설정하려면 반드시 전임상 데이터가 필요해요. 이런 부분을 원 전무님이 이끄는 팀과 항상 논의를 하죠.

일례로 현재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데요,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선 기존 면역항암제(키트루다, 옵디보, 티쎈트릭 등)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런 개발을 위해서 어떤 전임상 실험을 할 수 있는지 중개연구팀과 논의를 합니다. 이후 중개연구팀은 참조 논문 등을 토대로 경험과 더불어 전임상 실험 아이디어를 냅니다. 구체적인 전임상 데이터를 설계하는 것이죠.

중개연구팀에서 실험법을 제시해 주면, 우리가 일정 부분 전임상 실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해석하고, 우리가 생각한 이론이 전임상 데이터로 입증되면,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justify)줄 수 있겠죠. 결국 규제당국(FDA, 식약처 등)으로 가기 위해선 과학적 이론(rationale)이 명확해야 하고, 이를 지지할 수 있는 데이터가 명확해야 합니다.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에이비엘바이오에서 두 팀이 협업하는 양상을 보면 다국적 제약회사가 하는 신약개발의 유기적 역할의 모델을 갖춰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김=우리 회사의 장점이에요. 다국적 제약회사는 신약개발에 대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 사례가 축적돼 있어요. 전임상부터 시판까지 프로세스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또 각 팀이 유기적으로 신약개발이라는 한 가지 프로젝트를 위해 움직이죠.

반면 아직 신약개발 역사가 짧은 국내는 자신들의 업무(전임상, 임상)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상호 유기적(cross-functional)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험이 많지 않아요. 에이비엘바이오는 다국적 회사처럼 팀이 유기적으로 함께 일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다른 국내회사도 이런 식으로 업무를 하고 싶어도, 인력이 많지 않은 한계가 있을 거에요.

원=약효가 있다고 모두 약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전임상에서 아무리 결과가 좋다고 해도, 다 약이 될 수는 없잖아요. 중개연구는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는 과정 중 하나에요. 우리 팀과 임상개발팀이 유기적인 토론(discussion)을 해 가면서 서로가 보지 못 하는 부분을 짚어가며, 신약개발의 시행착오를 줄여 나가는 것이죠.

김=많은 사람이 임상시험계획서 작성을 임상개발팀 업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절대 아니거든요. 특히 (국내 바이오벤처가 주력하고 있는) 초기 연구의 경우 임상 계획서는 전임상 연구자와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국내 바이오벤처는 대부분 혁신신약을 개발하는데, 누구도 가지 않은 혁신신약 개발의 길을 가며 어려운 점은 없나요?

김=가령 우리 회사가 명확하게 다른 회사보다 3~4년 정도 앞선 (전임상) 신약개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해보죠. 사실 이 정도 기간으론 개발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출시를 해서 시장에 나오면 비슷한 약물(me too drug)보다 앞설 공간이 별로 없거든요. 또 개발 중간에 임상 지연까지 올 수도 있고요.

결국 누구도 개발하지 않는 혁신신약(first-in-class)를 구사하는 것도 좋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합니다. 임상현장에서 가질 수 있는 우리 후보물질만의 차별화 전략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신약 후보물지만의 가치전달(value proposition)을 만들어야 하죠.

원=혁신신약은 분석법, 적절한 동물실험 모델을 세우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파이프라인에 균형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혁신신약 전략을 구사하는 파이프라인과 이미 입증된 개념이지만, 우리 만이 가지고 있는 '이중항체' 개념을 접목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도 함께 적용하는 것이죠.

 

한국에서 혁신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연구(research)에서 혁신신약은 의미가 크다고 봐요. 다만 현재 국내 역량으로 혁신신약을 개발할 만한 역량이 아직은 준비가 덜 돼 있는 듯 보입니다.

혁신신약이 가지는 '새롭다'라는 이면에는 누구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risk)'이 높다는 의미도 있어요. 국내 기업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경험, 자본 등이 있는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실적으로 표적(target) 자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명확한 미충족 의료수요가 있는 분야에서 차별화 전략과 과학적 가치를 있는 것을 잘 개발해 내는 것이 현실적 단계라고 생각해요.

저는 현재 국내 바이오벤처가 임상 1상만이라도 견고하게(solid) 진행해서 라이선스 아웃을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업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거든요. 이런 기술이전 등을 토대로 재정과 경험이 축적되면, 2상으로 나아갈 수 있겠죠.

 

김 전무께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춰  바이오시밀러 3상 경험도 해 보셨잖아요.

김=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한 것도 '현실적' 이유였다고 봐요.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3상에서 시판까지 해서 상업적 성과까지 낸 것이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도 국내에서 CMC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력이 만들어 졌고요. 시판허가(NDA)까지 해 본 것이죠. IND와 NDA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거든요. 또 두 기업 덕분에 국내 바이오텍이 주목 받을 수 있게 됐고요.

두 기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 물론 한 번에 멋지게 혁신신약을 개발하면야 좋겠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바이오시밀러가 제네릭과 혁신신약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처럼요.

 

두 분은 국내에서 굴지의 기업에서 일하셨잖아요. 그에 비해 규모가 작은 바이오텍으로 옮기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원=녹십자 목암연구소에 있을 당시, 에이비엘바이오가 빠른 속도록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 부러웠어요. 바이오텍 특유의 역동성으로 업무를 진행해 나가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고요. 반면 큰 기업은 그런 역동성을 갖기가 매우 어렵죠. 에이비엘바이오에 오면서 이런 역동적인 분위기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요. 첫 째는 면역항암 파이프라인을 임상시험까지 수행하고 있고,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회사가 하지 못 하는 이중항체 플랫폼을 갖고 있다는 것에 끌렸어요. 또 현실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한데, 이 측면에서도 앞서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상훈 대표님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제가 많은 대표들을 봐 왔지만, 이 대표님만큼 나름 성공한 대표가 겸손하면서, 여전히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고 초심을 잃지 않은 분을 본 적이 없거든요. 이런 분이라면 믿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원=동의해요. 사실 바이오텍 대표님 중에서도 과학적 기반이 탄탄한 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특히 외국에서 이런 경험을 쌓은 분은 더 드문 경우죠. 대표님의 이런 기반 덕택에 우리가 신약개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조언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요. 대표님의 경우 회사의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하려는 비전도 있으시고요. 대표님의 이런 성향이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대표님 칭찬 하신 김에 회사 자랑도 좀 더 해주신다면요.

원=우리 연구원들이 여기는 한국 회사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종종 해요. 일하는 방식이 꽤 효율적이라는 의미인데요, 우리는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가 직접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자체 연구시설을 통해 진행하고, 그렇지 못 한 경우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맡겨 일종의 가상 실험실(virtual laboratory)처럼 업무를 진행하죠. 이런 업무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국내외 업계와 연구소, 학계와 활발하게 협업을 하고 있어요.

김=흔히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국내 기업 문화에서 이를 제대로 실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는 인상을 받아요. 결국 오픈이노베이션의 근간은 '신뢰'거든요. 남이 수행한 것을 믿지 못하고,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해야 한다면 어떻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사하겠어요?

적어도 에이비엘바이오는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를 믿고, 우리가 원하는 생각을 잘 전달해서, 조율하는 능력을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이렇게 활발하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향후 에이비엘바이오의 과제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하는 것이잖아요. 업계 분들과 공유할 만한 글로벌제약사에 기술이전 하는 전략이 있으신가요?

김=무엇보다 글로벌 제약회사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가령 키트루다를 가진 머크는 키트루다의 가치를 높여줄 만한 병용 파이프라인을 원하듯 말이죠. 누군가에게 발표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이에요. 이를 우리 상황에 비춰 말해보면, 우리 임상 데이터를 글로벌 제약회사가 주목할 만한 임상 디자인, 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하겠죠. 즉 임상 데이터도 그들이 원하는 메시지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글로벌에서도 임상 개발을 할 때는 '스토리 라인'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과학적 이론과 입증된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스토리를 만들어야 승인과 시장에서 실제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원=저도 김 전무가 하나의 데이터를 다양한 임상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 굉장히 신기했어요. 신약개발은 무엇보다 과학과 환자를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환자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아요. '약 개발에 기반한 과학(science based drug development)'을 구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연구자로서, 에이비엘바이오 임원으로서, 역할에 관한 미래의 설계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원=앞으로 2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임상 과제도 열리고, 후보물질 도출도 잘 해야 하고요. 향후 제 역할은 여러 파이프라인이 여물게 하는 것입니다. 과학과 환자를 연결하는 일이 제가 맡은 역할이고, 이를 위해서 다양한 협업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김=우리도 회사이다 보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제약회사는 사람을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임상이 때론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그 환자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더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향후 글로벌 기준에 맞게 견고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우리 회사가 다양한 회사들이 보기에 믿을만한 파트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경험이 국내 생태계 전반에 퍼졌으면 좋겠고요. '대한민국' 회사로서, 신약개발에서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곳을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입니다.

원종화 전무 이력[출처=에이비엘바이오 홈페이지]
김종화 전무이력[출처=에이비엘바이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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