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율의 '경쟁 수단화'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돼
유통마진율은 쿼터일 뿐 지키는 것은 도매의 몫

지난 4월 초순,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조마진율(매출액총이익률, 매출총이익÷매출액)'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예년과 거의 비슷한 달갑지 않은 소식을, 전문 언론들이 금년에도 또 전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히트뉴스가 새로운 관점에서 업계 통용의 '유통마진율' 개념을 원용(援用)해 그 현상을 추적해 봤다.

제약사가 도매유통사에 판매하는 매출액은, 도매유통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매입원가(이하 '원가'라 함)가 된다. 그러므로 제약사의 도매유통사에 대한 매출액과, 도매유통사의 원가는 동일한 금액이라 할 수 있다.

제약사는 그 매출액에 거래계약서에 약정된 '일정률'을 곱하여 도매유통사에게 '유통마진'을 제공하는데, 이 경우의 일정률을 '유통마진율'이라 한다. 통상 그 '일정률'은 보험약가를 상한으로 놓고 정해지며, 이를 거래 관계의 역학(力學)으로 볼 때 힘이 센 자가 약한 자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높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실제의 유통마진 금액과 그 비율은 당사자 이외는 아무도 잘 모른다. 극비의 영업정책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닝시즌(earning season)에 매출총이익(매출액-원가)이 공개되므로 그 때에서야 비로소 그 범위를 추정할 수 있다.

만약 경쟁이 없다면, 도매유통사는 제약사가 건네준 유통마진을 100% 다 취하고, 거기에다 비보험 의약품이나 의약품이 아닌 기타의 모든 제품 및 상품의 경우 마진을 더 얹어 팔아 '매출총이익'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경쟁이 극렬한 도매유통업계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꿈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가 아니겠는가. 풀링(Pulling)력 좋은 독점 품목을 갖고 있지 않고서야 말이다. 때문에, 도매유통사가 제약사로부터 받은 쿼터(quota)인 유통마진을 그대로 몽땅 취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마진율 하락의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실현된 유통마진을 파악해 봤다. 손익계산서상의 매출총이익은 실제로 결실된 '유통마진'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유통마진율 형성 논리에 맞춰 보면, 그것은 도매유통사의 매출총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원가' 즉 매출원가로 나누어야 한다. '유통마진율=매출총이익÷매출원가'가 되는 것이다.

이 공식을 적용해, 86곳 도매유통사들의 3개년(2017년~2019년) 유통마진율을 5개 그룹으로 나누어 산출했다. 순수 도매유통업계의 유통마진율에 대한 왜곡을 없애고 그 진면목을 알기 위해, 제약도매(2곳), 병원직영으로 알려진 도매(9곳), 약국 프랜차이즈 도매(3곳) 및 1~2개년 실적만 공개된 도매(2곳)들을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음 [표]와 같다.

위 [표]를 보면,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미스터리(mystery)를 발견할 수 있다.

2019년 매출액 2500억 원 이상 2조원 미만의 초대형 [A-1 그룹]의 실현된 유통마진율이 5.96%인데, 350억 원 이상 5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A-5 그룹]은 14.11% 라는 점이다.

상식에 아주 매우 어긋나는 일이라 생각된다. 분명 [A-1 그룹]은 [A-5 그룹]보다 제약사들로부터 받은 유통마진율은 더 높았거나 최소한 같았을 텐데도 말이다. 쿼터인 유통마진을 빼서 팔지 않았다면, 유통마진율이 무려 2.4배(14.11%÷5.96%)나 크게 차이 나는 점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표]에서 보듯, 매출액이 적을수록 유통마진율은 높았다. 이 현상을 뒤집어보면, 유통마진을 감소시키는, 즉 가격을 인하시키는 경쟁우위 전략으로 매출액을 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니 그럴까? 이것이 아니라면 그 큰 차이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도매유통업계가 제약업계로부터 받는 유통마진율 쿼터를 되도록 더 높게 받는 것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니 좋은 일이겠지만, 그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먼저 그 쿼터를 지키는 일 아닐까.

개별 제약사들이 어느 품목 하나라도 그 유통마진율을 줄인다고 하면 도매유통업계 전체가 똘똘 뭉쳐 방어를 함에도 불구하고 유통업계의 조마진율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그 원인이 무엇인지 필히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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