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헛장사의 진짜 원인…'카드수수료 폭증’
유통업계, 헛장사의 진짜 원인…'카드수수료 폭증’
  • 류충열 유통전문 기자
  • 승인 2020.05.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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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는 '기생충' 같은 존재

의약품 도매유통업계가 '카드수수료'에 허덕이고 있다. 카드수수료 문제는, 유통협회의 올해 5대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다.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히트뉴스가 공시된 도매유통업계의 재무제표(손익계산서 및 주석 등) 자료에 대한 시계열적 분석을 통해 그 실태를 추적했다.

국내에서 무료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금감원 DART'가 유일하다. 1999년부터 자료검색이 가능하지만, 카드수수료 문제에 대한 업계 상황을 대표하려면 분석대상 업체 수와 시장 점유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 하므로, 2019년 매출액이 500억 원 이상이면서 2004년부터 재무제표 자료가 공시되어 있는 유통회사들 39곳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다만, '쥴릭파마'는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수익인식 방식을 매출액 대신 제약사 대리인 자격인 '용역수입'만으로 공시했고, '지오영네트웍스'의 경우 2010년부터 자료가 공시돼,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출된 카드수수료는 손익회계 상 '지급수수료' 계정으로 집합·계상된다. 지급수수료 계정에는 카스수수료 이외에도 은행수수료, 수표발행수수료, 세무 및 법무 수수료, 변호사 수수료 및 각종 증명서 발급 수수료 그리고 특허권 사용료 및 기술 로열티(royalty) 등이 모두 포함되지만,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경우 카드수수료를 제외한 기타 모든 수수료 금액은 얼마 안 되거나 없는 것들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손익계산서 Ⅳ항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의 '지급수수료 혹은 수수료' 계정의 금액은 대부분 카드수수료로 간주했다. 분석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지난 15년(2004년~2019년) 동안, 39곳의 의약품 도매유통회사들의 매출액은 296.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9.7%씩 증가된 것으로 계산된다. 해마다 두 자리 수 언저리 증가율이므로 괄목할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매출총이익은 그보다 40.9% 낮은 256.0% 성장했다. 매년 8.6%씩 늘어난 결과다. 매출액총이익률(매출총이익÷매출액×100)이 2004년 6.5%에서 2019년 5.9%로 떨어진 것과 괘를 같이한다. 그 원인은, 제약회사들이 제공하는 유통마진율 자체가 낮아졌거나 유통업계의 경쟁 과다로 인한 약가 할인 등의 영향으로 매출원가가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영업이익증가율은 매출액 및 매출총이익 증가율(각각 296.9% 및 256.0%)보다 상당히 낮은 175.2%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100)도 2004년 1.8%에서 2019년 1.2%로 크게 낮아졌다. 도매유통업계에서 이 수치의 의미는 크다. 제약업계와는 달리 유통업계에서는, 매출액 대비 1% 내외의 낮은 비율의 수익과 비용에 천당(흑자)과 지옥(적자)이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위 도표를 보면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급수수료(카드수수료)의 돌출이다. 매출총이익에서 판관비(판매비와관리비)를 차감하면 영업이익이 된다. 이를 뒤집어보면, 매출총이익은 판관비 비목(費目)과 영업이익으로 배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성질로 볼 때, 판관비 비목에 대한 매출총이익 배분율은 낮을수록, 영업이익에 대한 배분율은 높을수록, 더 좋은 것임은 자명하다.

2004년에는, 지급수수료에 대한 '매출총이익 배분 비율(판관비 비목 및 영업이익의 매출총이익에 대한 구성 비율)'이 3.2%에 불과했다. 인건비에 대한 매출총이익 배분 비율 43.2%의 13.5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신경을 별로 안 써도 될 정도의 낮은 수준의 비용이었다.

그런데 2019년 오늘, 지급수수료는 그 배분 비율(22.7%)이 인건비(36.8%) 비율에 버금가는 2대 판관비 비목(費目)으로 우뚝 커져버렸다. 심지어 도매유통업계 본업의 물류기능 상징 비용인 운반비 비율(4.4%)과 '감가상각비(건물 및 물류시설 등의 투자회수비용) 및 지급임차료' 비율(5.0%) 보다도 13.3%나 더 높아졌다. 기타의 모든 판관비 합계 비율(10,1%)보다도 12.6%나 더 크다.

이와 관련된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견해들을 종합해 보면, 종전에는 판매대금 결제수단으로 신용카드가 거의 활용되지 않았지만, 10여 년 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해 지금은 만연돼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39곳 도매유통회사들의 지급수수료에 대한 매출총이익 배분 비율을 보면, 2004년 3.2%, 2009년 14.7%, 2014년 19.2% 그리고 2019년에는 22.7%로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랐다.  

때문에 당연히 지급수수료(카드수수료)는 유통업계의 영양분인 영업이익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찌 보면, 카드수수료는 도매유통업계에 있어 '기생충'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영업이익에 대한 매출총이익의 배분율이 2004년 27.1%에서 2019년 21.0%로 줄어든 원인을 지급수수료가 제공했다고 분석되는 이유다.

그런데 이 카드수수료(지급수수료)는 다른 비용들과는 달리 고질적인 특징이 있다. 도매유통업계가 관리할 수 없는, 즉 관리 불가능한 외적 요소라는 점이다. 관리가 가능한 내적 요소인, 인건비, 운반비, 감가상각비, 지급임차료, 대손상각비 그리고 기타 모든 판관비 등과 성격적으로 다르다. 또한 이미 관행이 됐으므로,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요양기관의 카드 결제를 거부할 도매유통회사는 하나도 없을 것으로 보이며 게다가 '카드'는 신용사회의 총아가 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에서 '카드수수료(지급수수료)'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액을 키울수록 카드수수료는 그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볼 때, 머지않아 인건비 비중도 추월할 것 같다. 유통업계의 골치 덩어리인 '반품' 문제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과제로 판단된다. 따라서 도매유통업계는 '카드수수료 인하' 과제에 매진 또 매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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