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약물, 2~3L 수차례 걸쳐 복용… 맛 역겨운 한계 뚜렷
한국콜마·건강약품, 복용량 줄이고 맛 개선한 '이지프렙' 개발
한국팜비오, 정제(알약) '오라팡정' 출시… "시장 선두" 목표

약물 복용에 불편함 없이 대장 내시경 준비에 도움을 주는 장 정결제(장 세척제)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 약물을 개선한 개량신약으로서 다양한 임상을 통한 근거도 갖췄다는 게 제품 보유 업체들의 설명. 200억원이 넘는 국내 대장내시경 장 정결제 시장이 재편될 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장 정결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장을 비워내는 제품이다. 기존에는 검사 전 많은 양의 약을 마셔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부담스러운 맛 때문에 검사를 앞두고 복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양도 많은 데다 특유의 맛으로 역겨움을 느끼게 되니 검사 자체를 기피하는 이도 있다.

(왼쪽부터) 한국콜마-건강약품의 로고, 지난해 5월 출시된 한국팜비오의 오라팡정

이와 관련, 한국콜마와 건강약품은 지난 6일 복용량을 줄이고 맛을 개선한 대장내시경용 장 정결제(장 세척제) '이지프렙'을 함께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지프렙1.38산(이지프렙)'은 검사 당일 새벽 4~5시간 전에 물을 포함, 총 1.38리터(L)만 한 번 마시도록 개발됐다. 총 2~3L를 검사 전날과 당일 새벽 여러 차례에 나눠 마셔야 했던 기존 약물 대비 복용량을 크게 줄였다. 선호도가 높은 레몬 맛을 구현했다.

이지프렙은 기존 제품 대비 총 복용량을 줄이고 맛을 개선한 점과 대조약 대비 부작용 발현율이 적은 점 등으로 인해 '개량신약'으로 품목허가 받았다. 건강약품이 허가권을 갖고 있다.

한국콜마에 따르면, 건강약품은 새로운 장 정결제 가능성을 확인하고, 주요 성분을 조합해 한국콜마에 개발을 의뢰했다. 따라서 콜마는 개발에 착수, 임상 3상을 거쳐 건강약품이 개량신약 허가를 받는데 도왔다. 이로써 개량신약 부문에서도 위탁개발생산(CDMO) 성과를 이뤄냈다.

건강약품은 1991년 국내 최초의 대장내시경 특화클리닉을 개설해 총 5만 여건의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강윤식 박사(기쁨병원장, 외과전문의)가 2015년 설립한 제약회사다. 건강약품도 장정결제 특허를 기반으로 6년여 간 '이지프렙 1.38산' 연구에 매진한 끝에 품목허가도 받는 성과를 이뤘다. 다음달 말 무렵, 출시해 대장내시경학회 등에 첫 선보일 예정이다.

강윤식 대표는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오랫동안 외과의사로서 경험을 계기로 필요성을 느껴 수년 간 연구끝에 허가까지 받게 됐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임상 대상자에게 재복용 의사를 물은 결과, 98.4%가 좋다고 응답한 바 있다. 기존 약물은 58%에 그쳤다. 대장내시경을 기피하는 환자가 줄어 검사 문턱을 낮추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콜마와 건강약품에 앞서 한국팜비오는 지난해 5월 알약(정제)으로 된 장 정결제 '오라팡 정'을 출시했다. 오라팡은 저용량 장 정결제인 '경구용 황산염 액제(OSS, Oral Sulfate Solution)'를 알약으로 만든 개량신약이다.

정제로 바꿔 맛으로 인한 복용 불편함을 개선했다. 또한, 장내 거품을 제거하는 시메치콘 성분도 있어 별도의 거품 제거제 복용이 필요하지 않다. 한국팜비오는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국내 8개 종합병원의 3상 임상을 수행했고, 이를 최근 2019 미국 소화기병 주간 국제학술대회(DDW)에 발표했다.

한국팜비오 관계자는 히트뉴스에 "오라팡 정의 마케팅은 다양한 임상을 통한 근거 중심의 마케팅활동"이라며 "현재 국내 대규모 상급종합병원이 고령자(노인), 변비환자, 대장수술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유효성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장내시경 시장 선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장내시경 하제 패러다임을 바꾼 약으로 기존 약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알약(정제)은 눈높이를 맞춘 제품"이라며 "국민들이 편안하게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 초기 대장암 발견에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오라팡 정은 검사 전날 이른 저녁(약 7시경)에 약 14정을 물(425ml)과 함께 복용한다. 이후 1시간 동안 약 1L의 물을 마신다. 검사 당일 오전엔 같은 방법을 취한다. 검사 2시간 전 또는 의사 지시 시간까지 약 복용과 추가로 물을 섭취해야 한다. 오라팡 정은 출시 6개월 여만에 40억원 가량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이처럼 두 회사는 "복용 편의성과 임상 근거를 강조하며 향후 영업·마케팅 활동을 적극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6억원에 달하는 대장내시경 장 정결제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 질 전망이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묘사한 그림
대장내시경 검사를 묘사한 그림

이는 대장내시경 학계와 검사 수검률에도 긍정적일 전망이다. 그간 장 정결제 복용 불편으로 검사를 피하고, 암은 검진하기 어려웠던 수순이 있었기 때문.

대장암은 대장 점막층에 생긴 악성종양으로 대부분 용종에서 비롯된다. 용종이 4~5년 자라면 대장암으로 발전한다. 양성 종양인 선종은 10여 년 정도 흐르면 악성으로서 생긴다. 초기에 발견해야 제거,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의 세계 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45명으로, 조사국 중 가장 높았다. 

건강검진을 충실히 받으면 대장암 발생률을 90% 가량 낮출 수 있다. 국립암센터는 50세부터 5~10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암센터가 밝힌 국가암검진 중 대장내시경 검사 수검률은 소폭 오르며 45.4% 가량 오르긴 했다. 허나, 여전히 안받은 비율이 높은 셈. 

대장암 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를 보면 '약 복용 등 검사과정이 힘들어서'라는 응답이 다른 암종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높게 나왔다. 당시 국립암센터는 "대장내시경 검사 과정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기존보다 불편감이 덜한 저용량 장정결제를 추가 중"이라고 했다.

강윤식 대표는 "대장내시경 과정에 장 정결제로 인한 어려움은 의사도, 국민도, 제약사도 알고 있었다. 복용 불편이 큰 문제 중 하나였다"며 "이를 해결할 약물을 만든 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겁나서 못 하는 국민이 없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