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석 교수 22일 온라인기자간담회서 밝혀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효과적인 약을 선제적으로 쓰는 것이 더 좋다. 환자가 나빠진 뒤에 벤클렉스타와 같은 좋은 약제를 쓰면,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제적으로 해당 약제를 쓰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엄기석 가톨릭의대 혈액내과 교수는 22일 열린 벤클렉스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벤클렉스타(베네토클락스)는 BCL-2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억제하는 기전의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다. 벤클렉스타는 BCL-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며 세포사멸 과정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65세 이상 고령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혈액 내 림프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질환이다. 서구에서는 가장 흔한 백혈병이지만 국내에서는 전체 백혈병의 약 0.4%~0.5%에 불과해 희귀 혈액암으로 분류된다. 급성 혈액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서히 진행되지만 여러 번의 치료에도 불응하거나 자주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후속 치료 단계에서 다양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현재 벤클렉스타는 최소 하나의 화학요법을 포함한 이전 치료를 받은 재발성/불응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환자의 2차 병용요법 치료제와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3차 이상 치료에서 단독요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또 이번달 1일부터 화학요법 및 B세포 수용체 경로 저해제에 재발 또는 불응인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3차 치료제로 보험급여를 인정받게 된다.
정리해 보면, 벤클렉스타는 2차 병용요법과 3차 이상 단독요법으로 처방받을 수 있지만, 급여는 제한적으로 3차 치료 환경에서만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엄 교수는 "예후가 좋지 않은 70세 이상의 고령의 환자 등은 새로운 치료제를 선제적으로 쓸 수 있는 의료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며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벤클렉스타 등 새로운 약제를 쓰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석 연세의대 혈액내과 교수 역시 "(만성백혈병) 기존 약제도 결국 완벽하게 치료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재발의 위험은 언제든 있다"며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약제를 다시 쓸 경우 무진행생존율(PFS)이 현저히 짧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새로운 치료제가 나와도 허가와 보험 급여가 돼야 하는 이유는 '재발' 이슈와 맞물려 있다"며 "3차 치료제만 제한적으로 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가 자비로 2차에서 리툭시맙과 병용으로 쓰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허가는 최소 하나의 화학요법을 포함한 이전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발성/불응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벤클렉스타 정과 리툭시맙의 병용요법과 표준 치료인 벤다무스틴과 리툭시맙 병용요법의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한 제 3상 임상시험(MURANO)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일차 평가지표 분석 결과, 벤클렉스타 정과 리툭시맙의 병용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이 유의미하게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83%(HR: 0.17; 95% CI: 0.11-0.25; p<0.001) 감소했고, 전체생존율이 표준 치료인 벤다무스틴과 리툭시맙 병용투여군(HR: 0.48; 95% CI: 0.25-0.90;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음)에 비해 더 높게 나왔다.
또한, 3상 임상시험(MURANO)의 추적 관찰연구(Post-Treatment Follow-up Study)에서는 질병의 진행 없이 2년 간 투약을 마친 130명의 벤클렉스타 정-리툭시맙 병용군 환자에 대한 투약 후 18개월, 24개월에서 무진행생존율 추정값은 각각 75.5% (95% CI 67.4, 83.7)와 68.0% (95% CI 57.6, 78.4)였다.
2차 평가지표는 병용요법 치료가 종료되는 시점(9개월)의 미세잔존질환(MRD)을 기준으로 측정됐다. 미세잔존질환은 말초 혈액이나 골수에 남아 있는 백혈병 세포 숫자로 10000개의 백혈구 중 1개 미만의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세포가 존재할 때 미세잔존질환-음성으로 평가한다.
추적관찰 연구결과, 벤클렉스타 정과 리툭시맙 병용요법으로 치료 받은 환자군은 62.4%가 미세잔존질환 음성에 도달했다. 반면 벤다무스틴과 리툭시맙 병용요법으로 치료 받은 환자군의 13.3%가 말초혈액에서 미세잔존질환 음성에 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