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상황을 맞고보니 낯설음과 익숙함, 이 두가지 이질적 장면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소위 의료선진국들의 무력한 모습은 낯설음을 넘어 당혹스럽다. 문제를 만났을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이들 나라를 바라보고 연구했는데, 그들이 이리 허둥댈지 미쳐 몰랐다. 그들의 노 마스크를 보며 우리가 과잉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심했다. 영국이나 스웨덴이 코로나19 사태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백신 외부효과 개념인 집단면역'을 빌려다가 대단한 것을 하는 양 포장할 때도 그들이 옳은 게 아닌지 또 의심했다. 그들은 늘 우리가 참고할 표준이라고 믿었던 때문이다. 한데 그들은 얼마되지 않아  우리나라 방역 체계로 되돌아왔다.   

익숙한 장면도 등장했다. 불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찬양한 말라리아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대외 수출을 인도가 금지했다고 5일자로 보도했다. 인도가 자국민에게 쓸 물량을 걱정한 탓이다. 위기 상황을 맞으면 국익은 이처럼 후퇴없이 부딪힌다. 우리도 경험했다. 2009년 신종플루가 확산되자 첫 번째 치료욥션이었던 타미플루를 확보하기 위해 유무영 당시 식약처 의약품안전정책 과장(나중 식약처 차장 퇴직)은 다급히 스위스에 위치한 제약사 로슈까지 찾아가 포장되지 않은 300만정을 들여와 국내서 포장, 공급했다. 유 과장은 로슈가 공급하지 않는다면 타미플루 특허를 침해해서라도 국내서 생산하겠다고 공세를 취했다. 정부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 '숨겨진 이야기'를 잊지 않아야 한다. 결국 녹십자 신종플루 백신이 나와 상황이 진정되며 녹십자는 국민기업으로 칭송받았고, 제약주권이란 말도 시대를 풍미했다.

다시 낯선 장면이다. 중국 우한지역 코로나바이러스 문제가 불거질 때 질병관리본부와 진단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진단시약을 개발했다. 의심자는 즉시 검진하고, 확진자는 격리 조치하는 방역체계 구축이 가능해진 출발점이다. 물론 의사 간호사 약사는 물론 국민의 참여와 지지 등 모든 것이 합쳐져 선을 이룸으로써 글로벌 새 표준은 완성됐다. 이제 대한민국에선 하루 14만명을 검사할 분량의 진단시약이 생산된다. 하루 1만명 가량 검진을 하니 대략 10만 명분의 여유가 생겼다. 진단시약을 공급해 달라는 국가는 무려 126개국에 이른다. 진단시약 개발과 생산은 바이오시대의 총아, 벤처기업들이 해냈다. 참 잘했다. 우리에게 언제 이런 적이 있었나 자부심을 갖게해준 벤처기업들에게 감사한다.

바이러스와 전쟁이 이것으로 끝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같다. 지금의 코로나19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또다른 바이러스 침공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불길하다. 어쩌면 좋은가. 전통 제약회사는 물론 바이오벤처들의 연구는 평온한 상황을 전제로 만성질환에 맞춰져 있는데 말이다. 백만명 훨씬 넘게 감염돼 수만 명이 죽어나가는 팬데믹 앞에서 '삶의 양적 질적 측면을 운운하는 질보정수명(QUALY, quality-adjudsted life)'을 잣대로 신약에 가치를 부여하는 제약기업들의 전략은 매우 이기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제약기업들의 전략은 결코 수정되지 않을 것이다. 팬데믹이 지나가면 깨끗하게 팬데믹을 잊고 또다시 돈벌이가 되는 연구 개발에 몰두할 것이다. 기업의 속성은 원래 그런 것이니 실망하고 탓할일 만은 아니다. 

그래서 바이러스 예방과 치료에 대한 정부의 비전과 역할이 지금과는 아주 다르고 새롭게 정립돼야하며 제약기업과 공고한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어떤 바이러스가 출현해도 진단시약이 지금처럼 빠르게 개발되고, 대량생산될 수 있도록 평소에도 관련 기업을 돌보는 역할을 해야한다. 치료제대책은 쉽지 않다. 지금 글로벌 곳곳서 하는 일은 대개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의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시도다. 개연성 높은 기존 약들을 써보고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방식이다. 앞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이러스가 자신들의 유전정보를 미리 보여준 뒤 나타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렇다면, 항 바이러스 신물질들을 발굴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으로 최소한 안전성은 확보해 놓는 것은 어떨까. 동시에 신규 바이러스를 적용해 효과를 알아볼 수 있도록 동물실험에 관한 준비도 있어야 한다. 바이러스가 활개를 치는데, 요즘처럼 'in vitro 시험 결과 우리 물질이 우수하다'는 식의 기업들의 발표 러시는 주식시장은 들썩이게 만들고, 사람들 애간장만 녹일 뿐이다.

미래는 분명하게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제대로 관리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며, 글로벌 리더십도 틀어쥐게 될 것이다. 팬데믹이 언제 나타날지 예측 불가능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을 예측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 팬데믹에 빠지면 그 피해는 우리가 지금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재앙이 되고 만다. 유별나게 자나깨나 경제타령만 하는 대한민국이라면 더 더욱 바이러스를 잘 다룰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한다. '미국 유럽 일본을 뒤따르는 것만이 안전한 길은 아니다'라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교훈을 얻은만큼 '대한민국의 바이러스 대책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창의성을 스스로 믿고 실행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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