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리더십으로 신약개발 역사 쓰는 유한양행
민주적 리더십으로 신약개발 역사 쓰는 유한양행
  • 류충열 유통전문기자
  • 승인 2020.03.2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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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산업계 리더에게 맡겨진 과제와 미래
유한양행 홈페이지 캡처
유한양행 홈페이지 캡처

유한양행은 한국을 대표하는 제약기업이다. 이미 50년 전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지배구조 혁신을 단행했고, 국내에서 아직까지 그 유례가 없다.

소유와 경영 분리는 이렇게 시작됐다. 1969년 어느 날, 창업주 '유일한' 회장은, 경영진과 간부들의 인사문제를 놓고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다들 부사장 유일선(창업주 아들, 미국 변호사)을 진급시키기 위한 소집일 것으로 짐작했다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유 회장의 첫 말은 "우리 유한양행은 앞으로 유씨 성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경영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부사장 유일선을 오늘 날짜로 부사장직에서 전격 해임한다, 그리고 공채 1기(1957년) 조권순 전무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한다, 한 가지 더 발표한다면 회사 간부들 중에 유씨 성을 가진 간부들도 모두 명예롭게 퇴사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지침은 유한양행의 불멸의 원칙이 됐으며, 지금도 이 사회 전체의 귀감이 되고 있다.

유 회장의 결단으로 유유산업(현 유유제약)의 창립인인 '고 유특한(유일한 회장의 친동생)' 사장(당시)은 유한양행과 결별하게 됐다.

너무 잘 알려진 스토리지만 유일한 회장은 1971년 작고하기 전, 있는 재산 모두를 사회에 환원했다. 1970년 개인 주식 8만3000여 주를 기탁해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을 발족시키고 이듬해 사후 유언장 공개를 통해 전 재산을 이 기금에 출연했다. 이 신탁기금은 1977년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재단법인 유한재단'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이 법인 소유주식 일부가 유한학원으로 분할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유한양행의 지배권은 개인이 아니라 유한재단에 있다. 현재(2019년9월30일 기준)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의 보통주 총 주식 중 15.56%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최근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지난 25년여 유한재단을 실질적으로 이끌 온 '연만희 고문'이 내부에서 올해를 끝으로 고문직(비등기임원)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유한재단 근무를 통해 유한양행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연만희 고문은 1930년생으로 올해 아흔이다. 여전히 건강하게 활동하지만 용퇴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연 고문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유한양행 회장 퇴임 후 고문직을 수행하며 회사의 버팀목으로 활동한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창업주 유일한 회장은 1961년 친히 특별면접을 하고 연 고문을 채용했다. 유 회장의 신임을 받아 입사 8년 만인 1969년 상무이사, 이 후 전무이사를 거쳐 1982년 계열사인 유한스미스클라인 사장에 올랐다.

연 고문이 유한양행을 떠난 1982년부터 유한의 실적이 크게 부진해지자 1988년 유한재단 유재라 이사장(유일한 회장의 딸)의 부름을 받아 유한양행에 복귀해 1992년까지 사장직을 수행하며 사세를 급반전시켰다. 이 공으로아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유한양행 회장직을 맡았다. 유한양행에서 창업주를 제외하고 회장직에 오른 인물은 연 고문이 유일하다.

연 고문은 1996년부터 유한양행 비등기 임원인 고문직과 유한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2001년까지 역임했다. 이후 유한양행 고문직과 유한재단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연 고문이 유한양행에서 60년을 머물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경영 능력, 창업자와 함께 10여 년 간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유한맨'이라는 카리스마 등등 범접할 수 없는 상징성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연 고문이 올해 말 퇴진하게 되고, 이정희 사장마저 2021년 연임 임기를 마칠 때도 ‘신약개발로 위대한 유한양행을 이루겠다’는 기조는 흔들림이 없을까?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는 장점이 훨씬 크고 많지만, 발탁된 전문 최고경영자가 성공 확률이 낮고, 개발 기간은 길며, 비용은 천문학적인 신약개발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불리한 점이기도 하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이정희 사장의 신약개발 의지와 유한재단의 굳건한 지지 아래 신약파이프라인 창고를 채우고, 이중 일부를 기술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제약업계 전반의 고른 평가다.

연만희 고문의 유한양행이 제1기라면, 연 고문이 빠진 앞으로는 유한 제2기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개별기업 사안이지만 제약바이오산업계 리더의 사안이기도 한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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