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학적 이유로 의약품의 급여 또는 판매를 정지하는 처분에 대한 소고

박성민 변호사·법학박사

국회는 2014. 7. 급여정지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국회 스스로 3년 반 만인 2018. 3. 이를 폐지하였다(그 구체적인 경위나 이유는 후술함). 그러나 이미 폐지된 구법 하에서 형성된 행정청의 실무 기준에 따라 급여정지 처분이 내려졌고 그에 대한 취소소송이 제기되었다. 그 1심 판결이 2020. 2. 13. 선고되었다.

박성민 변호사.
박성민 변호사.

필자는 법원에 그 판결문을 신청하여 제공받아 살펴보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미 언론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① 법치행정의 원칙이나 행정의 법률적합성 원칙상 급여정지 제도가 입법된 2014. 7. 이전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대하여는 급여정지 처분을 할 수 없는데도 2014. 7. 이전 리베이트 제공행위까지 함께 급여정지 처분을 한 위법, ② 급여정지 제도의 근거 법령상 비급여대상 약제를 포함하여 부당금액을 산정해야 하는데 일부를 누락하여 총 위반 약제 품목수를 잘못 산정한 위법, ③ 과징금 부과는 급여정지 처분에 갈음하여 하는 것이므로 품목허가를 자진취하하여 급여목록에서 삭제된 경우 급여정지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그 의약품에 대하여 과징금 부과를 한 위법을 인정하여 해당 처분을 모두 취소하여야 한다는 판단을 하였다. 1심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다면 모두 타당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 최초의 급여정지 처분 취소소송 판결이라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나아가 이 사건은 비의학적 이유로 의약품의 급여 또는 판매를 정지하는 처분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금 진지한 고민을 하도록 한다.

급여정지 제도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대상 의약품이 급여 의약품인 경우 그 급여를 일정기간 정지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제약회사에 대하여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국회는 2014. 7.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하여 급여정지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급여정지 제도를 시행해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급여정지 처분은 환자들에게 급여 의약품을 처방, 판매한 요양기관이 약값을 국민건강보험에 청구하였을 때 국민건강보험에서 요양급여비용을 일정 기간 동안 지급하지 않는 처분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서 급여정지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요양기관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환자들이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어 환자들이 그 의약품을 구입하려면 본인부담금으로 약값을 모두 내야한다. 그러면 결국 제약회사가 그 의약품을 판매하기 어려워진다. 급여정지 처분의 작용기전을 분석해보면 아래의 도식과 같이 리베이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요양기관 -> 환자들이 처분을 받은 후 -> 그 결과 제약회사가 제재를 받게 된다.

국회는 2018. 3. 급여정지 제도를 폐지하였다. 급여정지 제도 도입(2014. 7.)으로부터 3년 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폐지한 것이다. 그 폐지 과정을 보면 폐지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후 별다른 반대 의견 없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급여정지 처분은 위 도식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리베이트와 무관한 전국의 요양기관과 환자들에게도 함께 내려지는 처분으로, 경우에 따라, 비의학적 이유로 국민 건강을 불필요하게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최소한 환자들과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하고 의료비를 증가시키며 의약품 시장에서의 바람직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박성민 등,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의 원인과 정책적 해결 방안」, 보건경제와 정책연구 제25권 제2호, 2019 참조).

급여정지 처분 시 환자가 비의학적 이유로 의약품을 변경해야 하고 요양기관이 이러한 사정을 환자들에게 설명해주어야 하며 의약품 반품이나 재고관리에서도 행정비용과 노력이 소모되는데, 이러한 크고 작은 위험이나 불편함이 전국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이미 여러 번 공론화된 바 있다.

한편, 동일제제 가중평균가보다 약가가 낮은 약제가 급여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에는 건강보험 재정에 손해가 발생한다.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단순화 시킨 예를 들자면 이렇다. 동일제제인 A 의약품, B 의약품, C 의약품의 상한금액이 각 100원, 90원, 120원이고 판매수량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각 30%, 50%, 20%였고 매출액이 각 60억원, 90억원, 48억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3개 의약품 매출의 합이 198억원이고 동일제제 가중평균가는 99원이다. 그런데 만약 B 의약품이 급여정지 처분을 받아서 시장에서 퇴출되면 B 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이 0이 된다. 그리고 B 의약품의 점유하고 있던 시장을 A 의약품과 C 의약품이 기존의 시장점유율 비율대로 대체하게 되면 A 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은 60%가 되고 C 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은 40%가 될 것이다. 그러면 동일제제 가중평균가는 108원이 된다. 그리고 A 의약품의 매출액은 120억원이 되고 C 의약품의 매출액은 96억원이 된다. 그 합계는 216억원으로 급여정지 처분 전에 비하여 의약품비용이 9.1%(18억원) 증가하게 된다.

급여정지 처분이 야기할 수 있는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그리고 국회에서 반성적 고려에 따라 급여정지 제도를 폐지하는 입법을 한 이상, 소급입법 금지 등 입법 기술상의 이유로 과거의 리베이트 행위에 대하여 급여정지 처분을 하게 되더라도 구법에서도 허용하고 있는 과징금 갈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를 제재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급여정지 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처분을 하더라도 제약회사는 금적적으로 상당한 제재를 받는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제약회사가 지급한 과징금이 국고 또는 보험재정에 귀속되는 효과도 발생한다. 그런데도 비의학적 이유로, 리베이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환자들을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불편을 감수하도록 하며 심지어 어떤 경우(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동일제제 가중평균가보다 약가가 낮은 약제의 경우)에는 급여정지 처분으로 인하여 보험재정에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미 국회에서 폐지한 제도를 그 폐지 전에 폐지된 법 하에서 형성된 행정청의 실무 기준에 따라 운용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는 물론이고 해석론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급여정지 처분으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공익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그것을 통한 강력한 리베이트 억지(抑止) 효과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급여정지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위와 같은 입법적 이익을 강조할 정당성 및 근거가 완전히 또는 상당히 많이 상실되었다. 급여정지 처분을 하더라도 과징금 갈음 요건을 확대하여 운용하는 것이 급여정지 제도를 3년 반 만에 급히 폐지한 입법자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할 것이다.

의약품의 판매 업무 정지 처분의 경우에도 유사한 문제가 있다. 제약회사가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환자들이나 요양기관이 비의학적 이유로 위험이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 위험이나 불편이 크든 작든 그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그런 위험이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위법행위를 실효성 있게 제재하는 다른 방안이 있다면 그 방안을 택해야 할 것이다. 과징금 갈음이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만약 현행 제도 하에서의 과징금 갈음 시 그 금액이 위법행위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하여 과소하거나 비례성에 맞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보다 합리적이고 정치한 과징금 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할 일이다.

만약 앞으로도 이미 폐지된 구법의 급여정지 제도 하에서 만들어졌던 행정청의 실무 기준을 구법 폐지 후에도 그대로 적용하여 과징금 갈음 없이 급여정지 처분이 이루어지고 지속된다면, 필자는 법조인으로서 그 급여정지 처분으로 인하여 불필요하게 위험에 노출되고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환자들을 대리하여 그 처분의 근거법령에 대한 헌법소송이라도 제기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승소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설령 환자들이 패소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면밀히 검토하여 입법자와 법률의 집행자 그리고 환자들과 요양기관, 제약회사 나아가 국민들에게 비의학적 이유로 급여를 정지하는 처분이 내려질 때 충돌하고 교차하는 헌법적 가치와 그 형량에 관하여 지침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

요컨대, 우리나라 최초의 의약품 급여정지 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문을 살펴보며, 비의학적 이유로 의약품의 급여 또는 판매를 정지하는 처분은 본의 아니게 위법행위와 무관한 환자들과 요양기관에 제재를 가하게 되므로, 가급적 그 정지 처분 대신에 과징금 갈음을 확대하여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도모하면서도 환자들을 불필요한 위험에 빠뜨리거나 요양기관에 불필요한 불편을 야기하거나 행정비용을 소모하도록 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법해석 및 입법이 필요하다는 소고(小考)를 짧은 글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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