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항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하였거늘, 정부는 잘 알지 못하는 적에 대해 섣불리 승리를 자신하다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 우리가 이 병을 “우한폐렴”이 아니라 “코로나-19”라고 이름 붙였다는 것은, 비록 제한적인 정보이기는 하나 이 바이러스가 (1) 이미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라는 점, (2) 비말이나 ‘밀접 접촉’을 통해서 감염되고, 치사율이 높지는 않으나 전파속도가 몹시 빠르다는 점, (3) 호흡기 질환이 있는 고령의 환자군이 특히 취약하다는 등의 과학적 사실은 파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의료인들을 위해 정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의료인들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의약품의 지원과 의료기관에서의 질서유지에 행정력을 동원하는 것이 거의 전부일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경우, 대량의 의심환자들을 신속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리하는 업무는 일선 병·의원이 맡기에는 역부족일 뿐 아니라, 의료기관 내 감염 위험을 고려하면 맡겨서도 안 된다. (현재 1339 콜센터와 선별진료소에게 진단 업무를 맡기고, 치료시설과 인력을 갖춘 대형병원에는 중증환자 치료 업무를, 경증환자의 경우 시민 스스로가 “의료인”으로서 자가격리를 하는 프로세스는 진단과 치료를 물리적으로 구분한다는 점에서 일면 타당해 보인다.) 지난 4일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조하여, 코로나-19 진단 단계에서 사용될 진단 키트의 긴급사용을 승인(의료기기법 제46조의2, 시행령 제13조의2 제4항 제1호)한 것은 고무적이다. 코젠바이오텍, 씨젠, 랩지노믹스 등 기업들의 피땀 어린 개발 결과가 막힘없이 전방으로 전달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문제는 바이러스보다 빨리 퍼지는 ‘공포’다. 통제되지 않은 공포는 시민들의 판단력을 흐리고, 합리적인 예방수칙보다 거짓된 루머에 휘둘리게 하며,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어렵게 한다. 시민들의 공포를 악용하여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자들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역학조사관이 수집한 확진자 또는 의심환자 등에 대한 정보를 유출하는 자들이다. 이름, 나이, 성별, 직업, 종교, 사생활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누출될 위험이 있다면, 정보주체인 확진자 또는 의심환자가 개인정보처리자인 정부를 신뢰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고, 부정확·불충분한 정보는 바이러스의 정복을 더욱 요원하게 할 뿐이다. 정부는 확진자 또는 의심환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고 의료기관 등 제3자에 대해 제공하는 과정에서 그 목적이 “코로나-19의 치료 및 예방”에 한정됨을 충분히 설명하고(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2항, 제23조 제1항), 공무원 등 개인정보취급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해야 하며(법 제28조 제1항),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법 제59조 제2호)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법 제71조 제5호) 또는 공무상비밀누설에 따른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형법 제127조)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한편, 중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하여 임시적이라도 입국금지 처분을 발령할 필요가 있다. 법무부장관은 감염병환자 등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1호).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지난 달 말부터 코로나-19의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뿐 아니라 중국 모든 지역으로부터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하여 입국을 금지하라고 계속 권고해 왔다. 대한의사협회의 공식적인 의견보다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칠 염려”에 대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까.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전염병 발병 국가로부터의 입국을 임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입국금지 처분에 의하여 개별 외국인들이 제한당하는 사익(私益)이 입국금지 처분을 통해 얻어질 공익(公益)을 압도하지 않는 이상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침익적 행정처분에 따른 손해 중 금전으로 보상할 수 있는 손해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 볼 수 없다는 점(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대법원 2003. 4. 25. 자 2003무2 결정),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어 “공공복리상 중대한 위험”이 현존하는 점(법 제23조 제3항)을 고려하면, 입국금지 처분의 발령과 집행을 주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정부는 바이러스 진단 키트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했던 것과 같이, 방역 당국과 의료인들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 등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계속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역학조사를 위해 수집한 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하여, 국민이 역학조사관을 신뢰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이라도 전문가인 의료인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적극적인 입국금지 조치를 단행하여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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