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오름-티움-ABL-레고켐
신약개발 성공 경험 축적한 CEO·연구인력 보유

"이제부터 입소문 내요, Do you wanna Celeb Five" 개그우먼 다섯 명이 모여 결성한 아이돌 그룹 셀럽파이브의 '셀럽이 되고 싶어'라는 곡의 가사다. 누구냐고 묻진 말아달라. 설명이 꽤 괴롭다. 80년대 미국 싱어송라이터 앤지 골드의 Eat You Up이 원곡이니 참고하시길.

문법도 안 맞는 가사를 웅얼거리며 올해의 셀러브리티(Celebrity) 혹은 유망주로 불릴만한 바이오벤처를 심사숙소 끝에 엄선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와 ABL바이오·오름테라퓨틱·티움바이오 그리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다. 짝짝짝. 히트뉴스는 지난해 이들이 쌓아올린 공든 탑을 조명하며 앞으로의 활약상을 살짝 가늠해봤다. [편집자 주] 

"바이오벤처, 성공이 성공을 부른다"

바이오벤처 창업 붐은 신라젠·헬릭스미스 등 유망주들의 연이은 실패에도 아랑곳 않고 매순간 지속되고 있다. 실제 매년 300여곳의 바이오벤처가 유망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창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장기간 지속되는 연구개발과 잦은 실패로 폐업 직전까지 내몰린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7년까지 바이오벤처 2312곳이 설립된 가운데 1830곳만이 어렵사리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이따금씩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넘는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최근 자주 회자되는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를 연구개발하면서 기술수출 없이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추진해 지난해 11월 미국 FDA로부터 최종 시판허가 승인을 받았다. 

글로벌 제약사와 맞서기에는 자금력이 한참 부족한 국내 바이오벤처가 임상3상과 상업화 단계를 모두 이끌어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이유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이비엘바이오를 비롯해 대다수 바이오기업이 택한 전략은 기술이전과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었다.

그런데 기술수출에 앞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사람이다. '신약개발 성공 경험이 있느냐'는 단순한 질문만으로 바이오벤처 성공 가능성의 높낮이가 결정된다. 바이오 투자 마스터로 불리는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도 이런 점에 주목해 이들 기업에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서울대약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유한양행 연구소에 입사해 5년 반 연구개발을 경험했고, 2001년 투자업계에 입문했다.

황만수 상무는 "티움바이오 김훈택 대표는 SK케미칼 혁신 연구소장을 역임하면서 2008년 호주 다국적사에 혈우병 치료제를 기술이전했다. 이 약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다. SK케미칼에서 신약개발 성공 경험을 가진 연구인력을 보유하므로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회사"라고 했다.

그는 또 "만일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면, 단연 김용주 대표가 이끄는 레고켐을 선택하겠다. 완제품을 팔 수 없는 바이오벤처를 투자할 때 제약산업 경력을 가진 CEO가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레고켐을 통해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실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또한 김용주 대표과 함께 LG생명과학에서 신약개발 열정을 키우며 벤처기업을 창업한 바 있다.

이에 히트뉴스는 신약개발 성공 경험이 풍부한 CEO·연구개발 인력을 필두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ALB바이오, 오름테라퓨틱, 티움바이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2020년 주목할만한 바이오벤처 '셀럽'(Celeb)으로 선정했다.

NRDO로 상장 문턱까지 '기술이전으로 돌파'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대표 이정규)는 연구(Research)는 하지 않고 개발(Development)에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 Development Only) 기반의 바이오벤처다. 지난해 7월18일 베링거인겔하임에 특발성 폐섬유증(IPF)을 포함하는 섬유화 간질성 폐질환 치료를 위한 오토택신 저해제 계열 신약 후보물질 'BBT-877'을 11억4500만 유로(약 1조4755억원)에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계약을 통해 브릿지바이오는 계약금·단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으로 4500만 유로를 수령하게 된다. 또 임상개발과 허가·판매 마일스톤으로 최대 11억 유로를 수령하며, 향후 상업화 달성에 따라 최대 두 자릿수의 로열티(경상기술료)를 받게 된다.

IPF 치료제 BBT-877은 지난해 단일용량상승시험(SAD)과 다중용량상승시험(MAD)으로 구성된 임상1상을 무사 완료했다. 회사에 따르면, 1상 데이터 분석 결과, 약물동태학(PK)·약력학(PD)·안전성 모두 고무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브릿지바이오는 "장기 투약을 고려한 추가 독성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 시험은 올해 1분기 내 종료될 예정이며, 이를 토대로 올해 중반 경에 다국가 2상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궤양성대장염 치료를 위한 펠리노-1 저해제 계열 BBT-401(임상2상)과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BBT-176(전임상) 등 핵심 파이프라인 최적화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 대상 기술이전을 재현하고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지난해 12월20일에는 성장성 특례를 통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미 준비된 바이오벤처' ABL바이오

ABL바이오(대표 이상훈)는 2014년 한화케미칼이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을 접자, 바이오사업부를 총괄한 이상훈 대표와 5년간 바이오 연구를 진행한 17명의 핵심인력을 주축으로 설립된 이중항체 개발전문 바이오벤처다. 독자적 이중항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면역항암제·퇴행성뇌질환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 대형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데 집중한다. 

이중항체는 하나의 항제가 두 개의 항원을 동시 인식하게끔 개량한 것으로, 최근 신약개발에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한 개의 항원을 인식하는 단일항체와는 달리 두 개의 항원에 작용해 효능이 우수하면서 부작용이 적은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다. 이중항체 기술을 적용한 면역항암제는 몸을 보호하는 면역세포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암세포를 공격한다.

앞서 2018년 ABL바이오는 총 5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먼저 1월에는 동아에스티와 면역항암 기전의 이중항체 신약 2개(혈액암·고형암) 파이프라인에 대한 공동개발·라이선스 인 계약, 7월에는 미국 트리거테라퓨틱스에 이중항체 기술을 활용한 암세포 신생혈관 억제물질 'ABL001'을 5억5000만 달러(6000억원)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8월에는 디티앤씨 자회사인 임상전문기관 디티앤사노메딕스(Dt&SanoMedics)와 다발성 골수종 항암 이중항체신약 1종에 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9월에는 유한양행에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104'(대장암·두경부암)와 'ABL105'(유방암·위암)를 592억원 규모(마일스톤 590억원·수취금 2억원)로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1월에는 트리거테라퓨틱스와 이중항체 신약물질 'ABL001'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5억9000만 달러(6500억원) 규모로 한 번 더 체결했다.

ABL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표: 홈페이지)
ABL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표: 홈페이지)

혁신 항체 플랫폼 기술 '오로맵'으로 탄탄대로 걷는 오름

오름테라퓨틱(대표 이승주)은 LG생명과학 연구원·사노피 아시아연구소장을 역임한 이승주 대표와 원천기술인 '세포침투 간섭항체'를 개발한 김용성 아주대 공대 교수가 2016년 공동창업한 대전 소재 항체신약 바이오벤처다. 

오름테라퓨틱은 혁신적 항체 플랫폼 기술 '오로맵'(Oromab)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항암·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세포 특이성을 가진 오로맵은 살아있는 항체를 세포 내 전달해 암을 유발하는 라스(RAS) 등 치료 표적 단백질을 공략하게 한다.

이 기업은 앞선 벤처들과는 달리 기술이전을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고, 시간을 들여 최적의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시리즈B 펀딩에서 345억원을 유치해 총 43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4~5년 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지난해 초 보스턴 연구소를 개설하고, 최고과학책임자(CSO)를 임명했으며, 최근 보스턴 켄달 스퀘어(Kendall Square) 인큐베이터에 입주 기업으로 선발되기도 했다"며 "대전 연구소 핵심 연구인력 확충과 학계와의 공동연구에도 본격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약개발 성공 경험 기반, 파이프라인 지속 확장"

티움바이오(대표 김훈택)는 2016년 SK케미칼 혁신신약R&D센터가 스핀오프해서 설립된 바이오벤처다. 김훈택 대표는 SK케미칼에서 스핀오프했다가 다시 합병된 인투젠에서 신약 연구를 했고, 합병 후 SK케미칼에서 혁신신약 R&D센터장으로 일하며 혈우병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을 성사시킨 경험이 있다. 

현재 면역항암제·폐섬유증, 혈우병, 2형 당뇨병, 혈우병 치료제 등 다수 파이프라인 연구개발과 자궁내막증·자궁근종 치료제의 유럽 임상2a상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2017년 미국 바이오기업 애그녹스와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후보 물질 'NCE401' 기술이전을 위한 예비계약을 체결했고, 이듬해 12월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Chiesi)와 7400만 달러(860억원) 규모의 'NCE401'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2월에는 대원제약에 자궁내막증·자궁근종 신약후보 물질 'NCE403'의 국내 개발·상업화 권리를 4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IPF로 개발 중인 TU2218은 올해 전임상을 완료하고 미국·유럽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TU2218은 TGF-β(티지에프 베터) 억제 면역항암제로도 개발되는데, 올해 글로벌 1상 진입·기술이전을 계획 중이다. TU2670은 유럽 2a상을 준비 중이며, 2021년 기술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티움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표: 홈페이지)
티움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표: 홈페이지)

차별화된 ADC 플랫폼 기술로 글로벌 기술이전↑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대표 김용주)는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항생제·항암제·항응혈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기업이다. 2006년 설립해 2013년 5월 상장했다. 국내 신약개발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용주 대표는 과거 LG생명과학 신약연구소장을 역임하면서 국내 최초 미국 FDA 승인 항생제 신약인 '팩티브'를 개발한 바 있으며, 항생제·항응혈제·간염 치료제 등 다수 글로벌 기술이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신약 파이프라인(표: 홈페이지)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신약 파이프라인(표: 홈페이지)

레고켐의 신약 개발은 의약 합성기술인 레고케미스트리(LegoChemistry)와 이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ADC 기술 콘주올(ConjuALL)로 진행되고 있다. 레고케미스트리는 약물 유사성을 가진 구조(Scaffold)를 활용한 신약발굴 플랫폼 기술로, 현재 약 20여종의 고유 스캐폴드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후보물질 발굴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ADC는 항체와 약물(Payload)의 장점을 링커(linker)로 연결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즉 항체 표적화 능력과 약물 세포 독성을 이용한, 항체 의약품과 합성 의약품의 콜라보레이션에 의한 융합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레고켐의 콘주올 기술은 고유 링커와 콘쥬게이션(Conjugation) 노하우를 활용해 1세대 ADC 기술의 한계점을 극복한 레고케미스트리 기반 플랫폼 기술이다. 지난해 3월 레고켐은 다케다의 100% 자회사인 미국 밀레니엄 파마수티컬에 4억 달러(4500억원) 규모의 콘주올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술이전은 7건이며, 물질 이전계약(MTA)과 공동연구는 10건을 상회한다. 단일화합물 기준 역대 최대 규모(1조5000억원)의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브릿지바이오와는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후보 물질 'BBT-877'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2017년에 300억원 규모로 체결했었다.

표: 레고켐 IR자료
표: 레고켐 IR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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