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발전 5년 로드맵, 국내제약 신약개발 생각하며 수립
초기임상 인프라 강화와 안전관리 체계는 불가분 관계

|식약처 김정미 임상제도과장|

지난 8월 식약처가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내놨다. 발전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환자안전 ▷경쟁력 ▷치료기회 등이다. 환자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임상시험의 산업적 경쟁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임상유치가 활발해지면 결국 환자의 치료기회는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2002년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제도) 도입을 기점으로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던 국내 임상시험 산업은 2012년 이후 정체됐다. 2018년 임상승인 건수는 679건, 세계시장 점유율 3.39%에 순위는 7위다. 매년 고만고만한 수준을 맴돈다.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다국가 임상은 상당부분 중국에 넘어갔고 인도는 신흥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주도로 2017년부터 임상시험 ▷심사절차 간소화 ▷실시기관 확대 등과 같은 개혁정책을 추진해 왔다. 덕분에 중국의 작년 세계시장 점유율은 4.66%를 기록했고 한국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업계는 임상시험 정책의 ‘어게인 2002’를 원한다. 또 한 번의 정책적 드라이브가 주춤하는 국내 임상시험 산업에 가속도를 붙이는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이다. 식약처의 5년 프로젝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식약처 김정미 임상제도과장.
식약처 김정미 임상제도과장.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식약처 임상제도과 김정미 과장이 지난 3일 출입기자단과 간담을 가졌다. 임상시험 환경에 대한 그의 현실인식은 업계의 눈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3상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을 초기임상 인프라 강화에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언제까지 1상 하겠다고 해외에 나가도록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다국가 임상시험 수요가 2012년 이후 제자리를 맴도는 상황에서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어요.

“맞아요. 다국가 임상은 매년 200건 선에서 왔다갔다하는 수준이에요. 이런 정체상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는 최종 목표를 두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종 목표는 국내제약사가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것 아닐까 해요. 국내제약사가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임상 승인받고 진행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종합계획을 짰어요. 우리 임상시험 기관들은 다국가 후기임상 경험이 많아요. FDA, EMA 등에서 모두 검토를 받지만 지금까지 하자가 있다 이런 지적은 없었어요.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뜻인데 이 실력을 초기단계(1상)로 옮겨가야 할 시점입니다.”

-다국가 초기 임상시험을 유치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가요?

“신약개발하려면 1상을 해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언제까지 1상 가지고 해외로 나갈 순 없잖아요? 신물질 신약의 초기임상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루어져요. 인프라나 인식수준으로 볼 때, 아직은 아시아권에 대거 유입될 환경은 아닙니다.

18년도에 승인된 1상 임상 211건 중 다국가 초기 임상은 24%인 50건 밖에 없어요. 항암 분야는 초기임상도 제법 들어오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다국가 1상 유치로 스탠스를 옮기는 것은 임상시장 측면에서의 의미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약개발 경쟁력을 우리가 확보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초기임상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뭔가요?

“종합계획의 첫 번째가 ‘안전관리 체계 확립’이에요. 안전관리를 지금보다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초기임상까지 가기 어렵다고 우리는 생각해요. 후기임상과 달리 안전성 이슈와 부작용 리스크가 크니까요. 식약처가 가진 초기임상 리뷰 역량도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래서 임상, 비임상, 품질, 임상약리, 임상통계 등을 통합 심사하는 ‘초기임상시험 혁신심사팀’을 만들었어요. 심사인력 부족이 문제이긴 하지만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모집을 얼마나 빨리하느냐가 신약개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잖아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임상시험 정보의 소통이나 환자정보(빅데이터) 활용 문제도 논의해볼 문제인 것 같아요.

“의약품안전나라(nedrug.mfds.go.kr)에서 임상시험 정보를 외국과 비슷한 수준에서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정확히는 정보제공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죠. 암이나 희귀질환자들에게는 임상참여가 큰 기회가 될 수 있고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회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임상시험 광고의 효율성을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리된 생각은 없어요. 지하철에 붙은 임상모집 광고를 보면, 솔직히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임상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해소하는게 먼저 아닐까 싶어요.

데이터화된 환자정보를 활용하는 문제는 신약개발 속도 측면에서 유효한 일이에요. 환자 모으고 임상 시작하는데 걸린 시간 만큼, 돈인 거잖아요. 의료 정보들을 데이터화해서 환자 임상 참여기회를 높이는 것이 어떠냐는 고민은 많이 진행됐는데, 우리나라는 조금 예외인 것 같아요. 국내 신약개발이 좀 더 활성화된 이후면 모를까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임상시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임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식약처가 정책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요. 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런 측면들이 알게 모르게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임상을 주제로 소통하는데 필요하는 예산을 별도로 책정했어요. 내년엔 이런 면에서 활동을 많이 할 생각입니다. 외국의 경우 임상을 자원봉사 비슷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치료기회도 얻는다는 개념으로 임상참여를 생각해요. 우리와는 많이 달라요. 임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임상시험의 필요성, 산업적 측면을 강조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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