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이넥스 김영 대표
GCP 등 임상환경 성장했고 가격경쟁에서도 밀려
해외임상 수주 한계, 국내업체 개발환경 조성해야

“한국으로 오던 글로벌 업체들의 임상시험 의뢰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임상시험 환경도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급성장했던 임상시험 산업이 성장세를 멈췄다. 가격 경쟁력과 폭넓은 환자군, 제도적 지원 등을 앞세운 중국으로 글로벌 업체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인도도 잠재적 경쟁국가라고 한다.

사이넥스 김영 대표는 히트뉴스 주최로 최근 열린 제5회 헬스케어정책포럼에서 융복합제품 임상시험 수행전략을 주제발표 했다. 국내 임상시험 환경에 대한 비판적 의견은 당시 참석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 대사관에서 보건산업 담당 상무관으로 일하던 김 대표는 2002년 헬스케어 전문 컨설팅기업 사이넥스를 창업했다.

4일 서울 역삼동 사이넥스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정부 정책의 중요성과 함께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전환을 유독 강조했다. 또 임상시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임팩트 있는 돌파구로 제시했다.

김영 사이넥스 대표. (사진=회사제공)
김영 사이넥스 대표. (사진=회사제공)

-임상시험 ‘산업’에 대한 대표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왔어요. 그런데 임상과 산업이란 단어를 연결하면 우리 정서로는 반감이 드는게 사실이에요. 국가가 임상시험의 산업적 발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정서적 반감은 아이러니 아닐까요.

“임상시험, ‘산업’ 맞아요. 문제는 우리 사회에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리스펙트(respect)가 부족하다는 거에요. 신약 하나가 나오려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야하는지 관심이 없어요. 게임회사는 재미에, 건설회사는 주거에 기여하고 돈을 버는 거잖아요? 헬스케어회사는 인간의 생명, 건강에 기여하고 돈을 버는 기업으로 봐주면 되는데, 색안경을 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딱 산업적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니까...

“헬스케어가 가지는 공공재적 성격이 물론 있지요. 하지만 헬스케어 기업들이 노력한 밸류를 인정하는 것에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인색한 것은 문제라고 봐요.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만, 밸류에 걸맞는 적절한 가치를 보상하는 것을 너무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헬스케어에서 번 돈은 대부분 헬스케어에 재투자되잖아요.”

-본론으로 돌아가 볼게요. 한국의 임상시험 산업이 주춤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식약처 발표를 봐도 2012년이 정점입니다. 세계시장 순위는 7~8위, 점유율은 3% 초중반선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아요.

“주춤한게 맞아요. 글로벌 신약임상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분도 있지만, 정확히는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 사이트에 주던 임상을 줄였다는게 더 정확해요. 글로벌 CRO인 아이큐비어나 코벤스 같은 업체들이 한국에 보내던 임상이 조금씩 줄어든게 사실이니까요. 한국에 오던 임상이 중국으로 많이 가는데, 앞으로는 인도로도 많이 갈거 같아요.”

-한국에 오던 임상이 중국으로 가는 이유가 뭔가요?

“임상시험 측면에서 한국의 의료환경은 매력적이에요. 대형병원에는 환자들이 넘치고 글로벌 임상에 대한 의사들의 욕구도 높아요. GCP(임상시험 관리기준)도 만족할 수준이고요. 임상비용까지 일본이나 호주보다 낮았으니 당연히 한국에 임상을 의뢰하는게 유리했지요. 그런데 이런 장점들이 고스란히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고 보면 됩니다. 임상비용까지 우리의 70~80% 수준이에요. 임상시험, 정확히는 임상시험실시산업 측면에서 중국의 강세는 20~3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임상시험의 산업적 경쟁력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식약처가 생각하는 수준, 한국의 의약품 시장 규모 만큼만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회사들의 아시아 임상 거점에는 한국이 당연히 포함되겠지만 상승곡선을 그리기는 쉽지 않아요. 희귀질환이나 환자 맞춤형 약물로 신약개발 방향이 옮겨간다는 점에서 임상유입 건수는 앞으로 더 줄어들 수 밖에 없어요. 이미 그렇게 되고 있고요.”

-식약처가 8월에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까지 내놓은 것을 보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임상시험 산업을 강하게 밀겠다는 것 아닌가요?

“정부가 어느 쪽에서 기대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로벌 회사들이 가져오는 임상은 한계가 있어요. 결국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의 임상이 많아질 수 있도록 정책적 그라운드를 마련해주는게 필요합니다. 의약품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신약개발 협업이 기술수출이라는 방식으로 이미 시작됐잖아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3상 일부가 한국에서 이루어져요.

의약품 만큼은 아니지만 의료기기 분야의 포텐셜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의료기기 임상에서 한국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이트에요. 심장중재술, 뇌혈관중재술, 미용의료, 척추 같이 한국이 리드하는 분야에서 글로벌 임상을 유치하면 경쟁력이 충분해요.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의료기기 업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4차산업, 융복합, 첨단재생의료 같은 헬스케어 키워드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선진국들과 비슷한 출발선에 있기 때문에, 국내 개발기업들이 임상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환경만 제대로 조성해 준다면 빠른 시간 안에 결실을 거둘 거라고 확신합니다.”

-결국 정책이네요.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정책이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있느냐가 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 임상시험 산업이 발전한 것도, 지금 정체된 것도 정책의 영향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거에요. 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도정비도 중요하지만, 임상시험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변화를 이끌어내는 캠페인에 식약처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뜻인가요?

“좀 과격한 표현이지만 임상에 대한 철학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매혈처럼 인식될 수도 있어요. 임상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어떤 사회적 가치가 있는지 제대로 알렸으면 해요. 질병의 고통을 겪는 환자들이 신약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기부하는, 공적 기여활동이라는 인식이 조금 더 강화될 필요가 있어요. 이윤추구를 위한 마케팅 활동이라는 창으로 임상을 바라보면 합리적인 제도변화가 어려워요. 특정 치료효과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의약품이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거쳐야하는 과정이 임상시험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면 정부도 훨씬 더 유연하게 정책적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책이 중요하고 정책변화를 위해서는 인식전환이 필요한데, 이런 활동에 정부가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주장이네요.

“미국에는 임상시험만 하는 의원이 있는데, 이 의원은 5만명 정도되는 지역주민의 건강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어요. 주말에는 커뮤니티 파티를 열어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익을 설명하고 참여자를 모집해요. 이런게 우리 사회에서 가능할까요.

스탠트를 개발 중인 업체가 있다고 가정해봐요. 스탠트 시술이 필요한 환자가 이 업체의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현재는 개발업체가 통상 진료비를 포함한 시술 비용 전액을 지불해요. 스탠트를 일부러 하는 환자는 없잖아요. 꼭 필요한 환자들일텐데 임상에 참여하면 통상 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못받아요. 그래서 임상비용이 올라가는 거에요.

임상에 대한 공적인식이 없는거지요. 개발업체 좋은 일에 왜 건강보험을 지급하느냐는 거에요. 그런데 정부 R&D자금을 지원받는 스탠트 개발업체들도 있어요. 공적기금을 주고 개발중인 기술이 건강보험에서는 사적이익으로만 취급된다면 모순 아닐까요.

그래서 임상에 대한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하는 거에요. 이게 가능해진다면 우리 임상시험 산업에 강력한 임팩트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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