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우 대한신장학회 파브리연구회장

with 알베르토 오티즈 교수, 권영주 교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조기치료다. 파브리병 역시 마찬가지다. 단백뇨 소량으로 파브리병 뿐만 아니라 만성신부전증으로 진행되는 것까지 막을 수 있다”

양철우 대한신장학회 파브리 연구회 회장(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파브리병 조기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히트뉴스는 양 교수와 함께 권영주 대한신장학회 부회장(고려대 구로병원 신장내과 교수), 알베르토 오티즈 스페인 마드리드 히메레스디아즈재단 보건연구소 교수를 만나 파브리병의 진단과 치료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왼쪽부터) 권영주 교수, 양철우 교수, 알베르토 오티즈 교수 

파브리병, 의료진조차 정확한 진단 어려워

파브리병은 효소 ‘α-갈락토시다제 A(alpha-galactosidase A)’가 부족해 발병되는 희귀질환이다.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면, 사구체 여과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30~50대에 말기신부전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국내에 현재까지 보고된 환자 수는 약 200명이다.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 의료진은 파브리병을 진료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

양 교수는 “각 병원의 의사마다 의료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 한 명이 파브리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과별로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파브리 연구회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파브리병 진료 가이드라인이 없다. 유럽과 미국에 마련된 파브리병 가이드라인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양 회장이 지적한 대로 현재 우리나라는 아직 파브리병 진료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유럽에는 2006년부터 파브리병 진료 가이드라인이 마련됐고, 현재 주요 학술지를 통해 '피어 리뷰(peer-review)'가 진행되고 있다.

오티즈 교수는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효소대체요법(ERT) 신장, 심장 등 증상이 발현되는 장기를 치료하는 보조 요법(adjuvant therapy) ▲장기(organ)를 모니터링하며 평가하는 방법 등이다. 이를 통해 ERT 치료 시점과 방향을 보다 명확히 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파브리병은 태아 시기부터 시작하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각 장기의 손상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조기 ERT 치료를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티즈 교수는 가이드라인에서 주목해야 할 내용으로 ‘파브리병의 다양한 유형 분류’를 꼽았다. 파브리병은 ▲전형적인 유형(classical type) ▲비전형적 유형(non-classical type)으로 나뉜다.

그는 “전형적인 유형의 파브리병을 가진 남성 환자는 어릴 때부터 증상이 발현돼 치료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환자가 병이 진행되면 장기가 손상되고, 심하면 사망까지 이어진다. 이 경우 조기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전형적 환자는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에 따라 치료 기준이 달라진다. 과거에는 단백뇨 보고 시점이 치료 기준이었지만 현재 단백뇨 이전인 미세알부민뇨가 나타나는 시기부터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항체 효과 극복할 만큼 용량 주입 필요

파브리병은 결핍된 효소를 넣어주는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으로 치료할 수 있다. 즉, 단백질로 이루어진 효소를 몸 속에 주입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치료법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은 외부 물질이 들어오면, 면역반응을 통해 ‘항체’라는 물질을 생성한다. 몸 속에 항체가 과도하게 발생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티즈 교수는 “파브리병 치료제는 아갈시다제 베타와 알파 두 제제의 교차 반응을 이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항체 효과를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용량으로 주입한다. 다만, 여성은 (ERT 치료 시에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즉, 항체가 발생해 치료를 방해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정 용량의 효소를 더 주입하면 된다는 것.

국내 단백뇨 조직검사 더 조기에 이뤄져야

권 교수는 “국내 신장내과에서는 단백뇨가 500mg 이상이면 조직검사를 진행한다. 특정상황에는 1,000mg 이상일 때 조직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정상 수치(150mg)를 감안할 때, 조직검사 기준이 높다. 심지어 현재 단백뇨가 보이기 전 미세알부민뇨, 그 전에는 족세포가 소변에 나타나는 것을 감안해 파브리병을 진단하라는 권고까지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즉, 단백뇨 기준수치를 낮춰 조직검사 시기를 앞당기자는 것이다.

양 교수 역시 “단백뇨 소량으로 파브리병 뿐만 아니라, 파브리병이 악화돼 발생하는 만성신부전증도 막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보험 체계에서 초기 확진 환자에게 보험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소량의 단백뇨가 검출돼 파브리병을 확진해도 보험 적용이 어려워 치료를 미루는 환자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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