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접근성 보호-제재처분 실효성에도 부합

정부와 국회가 리베이트(불법적인 경제적 이익 제공) 약제에 급여정지나 약가인하 등의 처분 근거를 법률에 마련한 건 불법행위를 엄히 다스려 관련 행위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거나 근절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한마디로 제재장치인 것이다.

특히 급여정지는 사실상 급여퇴출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돼 왔다.

이 때문에 제약바이오협회는 급여정지 대신 약가인하로 처분방식을 변경한 새 법률을 소급 적용하도록 한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의 개정법률을 지지하면서 "급여정지 처분 시 의료기관에서 해당 약제에 대한 처방코드가 제외돼 사실상 시장퇴출 효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은 입법재량으로 인정되는 시혜적 소급입법으로 합당하다"고 했다.

그런데 박종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윤 의원 개정안에 대한 심사참고자료에서 "약가인하 처분이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명백히 수혜적인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박 수석전문위원은 "약가인하 처분을 소급 적용해 해당 약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보호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 리베이트 약제에 대한 급여정지를 2018년 2월 소관 상임위에서 약가인하로 개정한 것도 환자 접근성 보호 목적이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박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9월28일 시행된 개정 건강보험법이 급여정지 대신 약가인하로 제재방식을 변경한 건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 보호를 위한 것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개정법률을 소급 적용하는 윤 의원 법률안도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약가인하 변경이 이해당사자(제약사) 모두에게 이롭지는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약가인하는 항구적인 처분인 반면 급여정지 처분은 1년 이내로 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제약사들 중에서는 급여정지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검토의견인 것이다.

그러면서 박 수석전문위원은 복지부 자료를 인용해 급여정지 처분이 과징금으로 갈음된 글리벡 등 32개 약제에 당시 산출된 12% 약가인하를 적용했다면 약가인하 처분일로부터 약 2년 6개월 후에 비용손실이 과징금으로 인한 비용손실과 동등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과징금은 559억원이었다.

이처럼 급여정지에 대한 제약바이오협회와 박 수석전문위원 간 해석은 좀 다른 측면이 있다. 제약단체는 사실상의 퇴출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박 수석전문위원은 급여정지가 1년 이내여서 상황에 따라서는 급여정지보다 항구적인 성격의 약가인하가 제약사에 더 큰 영향(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6개월간(2017.8.24~2018.2.23)급여정지 처분을 받았던 노바티스의 치매치료제 엑셀론을 보자. 이 약제는 제네릭을 포함한 대체가능한 약제가 많이 있어서 급여정지를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진료현장에서 처방변화는 명백했다. 유비스트 원외처방 실적으로 보면, 엑셀론은 2017년 상반기 48억6556만원어치가 처방됐다가 2018년 상반기에는 4억7674만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다가 2019년 상반기에는 14억6906억원으로 다시 반등하고 있다.

엑셀론 사례를 보면, 급여정지가 시장퇴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급여정지 이전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지 알 수는 없지만 불과 1년만에 반등세가 뚜렷해지는 양상도 보인다.

이에 반해 박 수석전문위원이 언급한 것처럼 약가인하는 2년 6개월만에 과징금 액수에 맞먹는 매출감소를 가져온다. 해당 제약사의 영업력이나 약제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엑셀론 사례만 보면 중장기적으로 항구적인 성격의 약가인하가 급여정지보다 더 강력한 제재수단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다시 주목할 건 리베이트와 관련한 법령상의 조치는 환자 의약품 접근성 보호와 강력한 제재(이를 통한 불법행위 근절)라는 두 가지 목적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약가인하는 의약품 접근성 보호 측면이나 강력한 제재라는 실효적 측면에서 두 가지 목적에 더 부합하는 제재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윤 의원의 개정안처럼 개정법률을 소급 적용하는 건 그동안 법령에 반영돼온 리베이트 제재처분의 연혁과 취지를 감안할 때 주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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