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실 가톨릭약대 교수 제안에 엄승인 제약협 상무 반론

[종합] 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
이의경 처장 기조연설...의약품 사후관리 중요성 강조

 

"제약사의 의약품 유사명칭 사용을 법적으로 제재하자."

임성실 가톨릭대 약대 교수는 15일 서울대 약대 신풍홀에서 열린 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 '의약품 관련 환자 안전성 개선방향' 세션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의약품 사용과오의 주원인으로 지적되는 '유사 상품명' 개선을 위해 임 교수가 제시한 개선 방안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엄승인 제약바이오협회 정책실 상무는 "임 교수 발표 내용만 보면, 제약산업은 다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약사법 등 관련 법규·서식이 존재한다. 모든 제약사가 인지하고 지키고 있다"고 했다.

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는 "임 교수 발제는 제약사가 법규를 준수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우려가 아닌, 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려에 대해 말한 것 같다"고 했다. 임 교수도 "법적제재는 제약사를 없애려는 게 아닌, 제약사에 도움을 주고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가 15일 서울대 약대 신풍홀에서 개최됐다
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가 15일 서울대 약대 신풍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본 세션에 앞서 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2대 회장을 지낸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기조연설이 진행됐다. 이 처장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장난기 어린 미소가 가득했다. "오늘 방문한 이유는 사실 여러분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처장으로 임용되자마자 '인~'으로 시작하는 사태가 많이 터졌다. 인보사 경제성평가로 곤혹도 치렀다. 인보사가 끝날만하니 인공유방이 등장했다. 우리 식약처는 '인포비아'라고, '인'으로 시작하는 제품은 허가명을 주지말자는 우스갯소리도 하고 있다"는 농담도 건냈다. 

이의경 처장
이의경 처장

'4차 산업혁명 시대, 환자안전 중심의 의약품 안전관리 정책방향' 주제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이 처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례를 언급하며, 의약품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환자 안전·접근성·안전 생태계·글로벌 등 4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의약품 안전관리 정책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처장은 "식약처에는 정책 분석 기관이 부재해 수많은 제도를 제대로 분석한 게 하나도 없다. 엄청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공개되지 않았고 연구목적으로 사용된 적도 없다. 연구자가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만드는 그룹이 식약처에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고 했다.

RWD 활용 계획도 언급했다. "식약처 연구개발비가 작년에는 85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000억까지 올라갔다. 대부분은 임상시험에 사용된다. 이를 RWD·RWE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식약처에 존재하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정책에 활용할지 구상 중이며, 이를 1월 정도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세션은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수경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임성실 가톨릭대 약대 교수가 의약품 관련 환자 안전성 개선방향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김수경 위원(오른쪽), 임성실 교수
김수경 위원(오른쪽), 임성실 교수

김수경 선임연구위원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사건과 올해 9월 강서구 산부인과에서 발생한 낙태수술 실수를 사례로 제시하며 "환자안전에 가장 중요한 건 오류 내지는 과오(Error)다. 오류·과오는 노력만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외 환자안전·의약품 현황과 환자안전 우선순위를 살피며, 전문인력·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성실 교수는 유사명칭으로 인한 의약품 사용과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월 20일부터 약 한달간 지역약사 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6%는 의약품 조제·투약 시 유사명칭에 의한 혼동을 경험했으며 52.2%는 조제·투약 과정 중 혼돈으로 의약품 사용 과오를 실제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67.0%는 '혼동을 유발할 수 있는 의약품 명칭·포장을 제약사에 변경하게 하는 정부 시정명령'을 꼽았다. 

패널토론에는 임성실 교수를 비롯해 조윤숙 서울대병원 약제부장, 옥민수 울산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실 상무, 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가 참여했다.

조윤숙 서울대병원 약제부장
조윤숙 서울대병원 약제부장

조윤숙 서울대병원 약제부장은 병원의 경우 여러 확인절차가 정립돼 유사명칭의 의약품으로 인한 오류는 극히 드물지만, 환자·의료진이 소통 가능한 약품명 사용 원칙 적용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병원 약사들은 조제 전 처방이 적절한지 프로토콜에 맞춰 확인하고 투약하며, 복약지도·계도활동·임상업무·연구·교육 등 수많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제는 더블체크하며 오류·예방 내용은 전부 기록한다. 각 조제파트 리더들은 매달 점심 때 모여 사례를 공유하고 개선안을 낸다. 이후 각자 자기 파트로 돌아가서 내용을 공유하는데, 이 과정을 10년 이상 해왔다. 이 덕분인지 유사 약품명으로 조제·투약오류가 발생한 사례는 딱히 없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미국 FDA(식품의약국)·ISMP(안전투약연구소)에서 권장하는 Tallman Letter(대소문자 구별표기)도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메디케이션 에러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약사와 의사·간호사가 환자 약력을 검토·협의하고, 의료기관 상황에 맞게 지정하는 것"이라며 "퇴원·외래환자는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복약지도를 진행해야 한다. 이는 병원뿐 아니라 개국약국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옥민수 울산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예방·파악·대응이라는 포괄적 접근법을 제시하면서도 예방보다 현황 파악이 더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예방을 위해서는 얼마나 발생하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단언컨대 예방은 안 해도 된다. 파악만 정기적으로 해도 좋아질 것"이라며 "어떤 영역에서도 환자안전사고가 얼마나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옥민수 교수(오른쪽), 윤명 사무총장
옥민수 교수(오른쪽), 윤명 사무총장

리포팅 시스템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약사가 스스로 주의·노력하기보다는 시스템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일차의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실태를 파악하고, 사건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환자 참여가 최근 강조되고 있다. 약이 바뀌는 걸 막기 위해서는 환자를 상대로 교육해야 한다. 환자는 평소 먹는 약이 달라졌는지 늘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학회 학술대회 주제가 의약품에만 한정된 점을 지적하며, 큰 그림에서 환자 안전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환자안전 주제라면 환자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 의약품은 환자안전 중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환자안전을 의약품 분야에만 한정해 살피는 것보다 전방위적인 개념을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유사 상품명과 관련해서는 "상품명은 상표권이다. 상표권은 하나의 권리여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상품명은 가이드라인이나 법으로 규제하기도 어렵다. 이 부분은 환자들이 제약사 상대로 요구해야만 깨질 수 있다"며 "이 문제를 법으로 가져가기보다는 의사·약사·환자 모두 공감하는 가이드라인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엄승인 제약바이오협회 정책실 상무
엄승인 제약바이오협회 정책실 상무

엄승인 제약바이오협회 정책실 상무는 임성실 교수의 '제약사의 의약품 유사명칭 사용을 법적으로 제재하자'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환자·소비자 정보 전달을 위한 의약품 표시사항 및 관련 법규, 약사법, 의약품 등 안전에 관한 규칙, 의약품의 품목허가 신고 심사규정, 일반의약품 표준서식 및 관련 규정, 의약품 품목허가·신고 시 제품명 부여 사례집 등을 열거하며, 이미 법적 테두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제약사명과 성분명을 함께 표기하면 대형제약사·오리지널 의약품 쏠림현상이 발생한다. 제네릭은 동등한 효능과 저렴한 가격을 기본으로 하며, 보건의료 안보도 지켜준다. 유사명칭 제재보다는 투약오류 이중체크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약사는 성분명을 해당 의약품에 모두 명시하지 않으면 약사법에 의거해 행정처분을 받는다. 만일 유사명칭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약국에서 처방 시 상품명이 짧아졌는지를 확인해달라. 상품명이 생략되지 않았다면, 해당 사고는 예방 가능했는지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임성실 교수는 "법적제재는 제약사를 없애려는 게 아닌, 제약사에 도움을 주고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는 "제약사에서 현재 준수해야 할 규제가 상당히 많다. 임성실 교수 발제는 제약사가 법·규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우려가 아닌, 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려를 말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1999년 의약품 유사명칭으로 인한 메디케이션 에러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제형·함량·라벨 개선하고, 의약품 정보를 수집해 권고 대책을 마련했다. 2004년 후생노동성은 유사명칭 검색 시스템을 개발했다. 제약사가 신규 허가를 받을 때는 이 시스템에서 제품명을 검색해본다. 유사명칭이 나오면 유사제품 개수가 기준 이상일 경우 제품명을 변경한다"고 했다.

이어 "이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시스템적 측면에서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나아가 2005년부터는 신규 제네릭 제품명을 브랜드명이 아닌 '일반명 +제형+함량+회사' 형식으로 의무화했다. 재산권 침해보다도 환자 안전을 더 우선시한 것이다. 제약사들은 자발적으로 제품명을 변경했다. 라벨·설명서도 다 교체했다. 이런 노력 결과, 일본 환자안전은 우리보다도 크게 앞서가고 있다"며 "정부·제약사뿐 아니라 병원·약사 등 보건의료인력 전반이 환자안전을 위해 다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