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경 처장, 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학술대회서 기조연설
"파도가 치고 비가 내리는데도 목표보며 정진"

이의경 식약처장
이의경 식약처장

"처장으로 임용되자마자 인보사·인공유방 등 '인'으로 시작하는 사태가 많이 터졌다. 식약처는 '인 포비아'가 생긴 거 같다. '인'으로 시작하는 제품은 허가명을 주지말자는 우스갯소리도 하고 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15일 서울대 약대 신풍홀에서 열린 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이 처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환자안전 중심의 의약품 안전관리 정책방향' 주제로 기조연설했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례를 언급하며, 의약품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처장은 환자 안전·접근성·안전 생태계·글로벌 등 4가지 키워드를 기반으로 의약품 안전관리 정책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처장은 "기존에는 제품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였다. 허가한 의약품에 문제가 생기면 허가를 취소·변경하는 식으로 끝났는데, 이제는 부작용 관리와 피해구제를 철저히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장기추적관리시스템도 가동한다. 환자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보사가 그렇다. 발암 우려에 대한 걱정이 많아 3000여명의 환자를 등록시키고 있다. 80~90% 정도 등록이 완료됐는데, 이들을 종합병원 규모의 20개 병원에 배정해 매년 검사를 통해 15년간 장기추적하려고 한다"고 했다. 

노인의 경우 3분의1은 암으로 사망한다. 이 처장은 인보사 투여 환자에게 암이 발생하면 인보사로 인한 것인지 그 인과성을 파악하는 게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유방 보형물은 림프종이라는 암이 특정화돼 있어서 그것만 추적하면 된다. 그런데 인보사는 어떤 암이 어디에 생길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참 어렵다. 그나마 다행인건 유전자치료제의 경우 STR 검사를 통해 인과성을 명확히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의 의약품 안전관리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는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와 투여하지 않은 환자 간 암발생률 차이를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긴 호흡'의 정책도 강조했다. 이 처장은 "식약처에는 정책 분석 기관이 부재해 수많은 제도를 제대로 분석한 게 하나도 없다. 식약처에는 엄청난 데이터베이스가 있는데,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연구목적으로 사용된 적도 없다. 연구자가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만드는 그룹이 식약처에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한다"며 "식약처 연구개발비가 작년에는 85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000억까지 올라갔다. 대부분은 임상시험에 사용된다. 이를 RWD·RWE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에 존재하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정책에 활용할지 구상 중이며 이를 1월 정도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 처장은 "교수에서 식약처장이 되면서 달라진 점은 우선 옷이다. 무채색의 바지정장을 입고 다닌다. 또, 심야형인데 아침형으로 변했다. 무엇보다도 예전에는 이상적인 꿈을 쫓았는데, 이제는 내가 제안하는 게 현실에서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을지를 먼저 생각한다. 또, 이런 제도를 도입할 때 이해관계자 중 과연 누가 위너가 되고 루저가 될 지도 생각한다"며 "처장은 파도가 치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목표를 보며 정진하는 자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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