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PR회사 탐방] 이보형 마콜 대표

비 온 뒤, 더 푸르른 가을 하늘과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휴일을 하루 앞둔 홀가분한 마음으로 찾아간 곳은 여의도 IFC몰 16층 마콜 사무실.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소통(communication)과 관련된 서비스를 원스탑으로 제공한다는 마콜.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국회. 마콜에서 국회를 내려다보며, 사뭇 묘한 느낌이 들었다. 매일 아침 7시 반 사무실의 모든 커튼을 올리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이보형 사장. 그는 어떤 생각으로 마콜에서 아침을 맞이할까? 헬스케어 PR회사가 아니라 전 산업 군에 걸쳐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로 이보형 마콜 대표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PA 선도적으로 뛰어들어 한국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만들기까지

-마콜은 어떤 회사인가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업무와 뗄 수 없어요. 크게 3가지로 나눠 설명 드리자면, ▲마케팅&세일즈 ▲인사부를 중심으로 한 기업 내부 ▲정책, 규제와 연관된 비시장 분야 등에 걸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원스탑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콜은 헬스케어 파트가 익숙한데요.

“물론 우리 인력의 절반 정도가 헬스케어 파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식품, IT, 금융 등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특히 최근 헬스케어와 IT가 통합되는 분위기여서 지난 몇 년동안 IT 분야로 확장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규제 환경이 녹록치 않습니다. 마콜이 할 수 있는 역할은요?

“각 이해 당사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죠. 일단 지금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 하는 것 자체가 문제로 보입니다. 각자의 입장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일단 각 이해 당사자가 한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져야겠죠. 아직 IT 분야는 아이디어만 있고, (헬스케어 측면에서) 이를 검증하는 절차에 대한 합의점이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헬스케어 전문가와 어떤 공통분모를 찾을지 우리 역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헬스케어 분야에서 마콜의 활약이 커 보입니다. 글로벌 제약사 홍보팀에도 마콜 출신 홍보팀이 많이 포진돼 있고요.

“직원들 덕분이죠. (업무를 성실하게 해 나갈 인력이 많다는) 신뢰가 지속적으로 축적돼 있습니다. 우리도 직원 관리에 큰 힘을 쏟습니다. 처음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단순한 인턴 개념이 아니라 RA(Research Assistant) 과정을 거쳐 자료 수집부터 글쓰기 역량까지 꼼꼼히 체크합니다. 실제로 경력직 직원과 마콜에서 RA 과정을 차근차근 밟은 직원들을 비교하면 업무 역량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일년에 1000시간 이상의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역량을 키우는데 힘쓰고 있죠.”

-회사 사내연구소 MARS LAB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있어 한국 상황에 맞는 정형화된 모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MARS LAB이 설립된 2005년만 하더라도 단순히 PR 회사의 역량이 기사를 낼 수 있는지로 판단되는 시기였죠.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PR이 새로운 학문으로 등장하면서, 광고홍보학과도 늘어났죠.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언론정보학이라는 말이 생기면서 커뮤니케이션 분야가 활성화 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모델이 한국에 모두 통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전통 등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요. 우리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요소 100여가지를 다양한 논문을 통해 산출해 한국식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만들었죠.”

-한국만이 가지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무엇이 있나요?

“보건복지부와 신종플루 관련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를 할 때가 있었어요. 위기관리 가이드라인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하는 게 기본 원칙입니다. 당시 복지부도 이런 기본 원칙에 따라 신종플루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습니다. 이 상황을 계기로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예측 가능하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마콜은 정부와 협업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PA 영역도 2000년대 초반에 시작했고요.

“2002년 한국에 표적항암제가 처음으로 들어왔고, 표적항암제를 가진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당시 정부도 표적항암제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 했고, 심지어 학계에 계시는 분들에게도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항암제를 복용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이해되지 못 했죠. 항암제와 삶의 질(quality of life)의 개념을 논의하는 것도 어렵던 때 였습니다. 표적항암제 개념을 한국 사회에 들여오며 처음으로 PA 업무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또 비만이 질병인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도 했고요.”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최근 달라진 PA 환경은요?

“최근 들어 국민, 소비자의 목소리가 전문가만큼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국민 참여위원회의 역할이 확대됐습니다. 이런 변화에 따라 기존에 소외돼 왔던 의견이 중요시 되는 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전문가 집단 역시 개방된 태도를 보이고 있죠.”

-시민단체, 환자단체 등 여러 의견을 조율하는게 쉽지는 않을텐데요.

“기본적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시민단체와 정부는 전국민이 건강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앉습니다. 또 의료 환경에서 소외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제약회사와 환자단체가 공통 분모를 갖습니다. 우리 역할은 각 이해관계자의 공통분모를 찾아 주는 것이죠.”

지리학을 전공하고 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되기까지

-지리학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분야로 들어오게 되셨나요?

“학부를 졸업하고 한화생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어요. 당시는 세상을 바꾸자는 포부를 갖고 직장 일을 시작했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죠.(웃음) 퇴사를 하고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공부해 보니, 흥미가 생겼고 마콜이 설립될 때 합류하게 됐습니다.

2002년 말은 위기관리 전문가가 부상하던 시기였어요. 홍콩에선 회사 대표 옆에 변호사와 함께 위기관리 전문가가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위기관리 분야에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곳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0년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환경이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정부에서 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요.

“바이오도 IT 산업이 그랬듯 20여년간 축적된 연구 결실이 맺어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IT와 달리 바이오 분야는 호흡이 길지만, 이런 시간을 인내한 회사가 큰 성과를 낼 것이라 봅니다. 물론 아직은 신약개발 초기 단계까지 와 있는 수준이지만요.”

-바이오벤처와도 일을 하고 계시나요?

“바이오벤처는 특히 위험성이 커 10곳을 미팅하면 2곳 정도 함께 일하게 됩니다. 우리 쪽에서 거절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자본이 몰리는 분위기에 휩쓸려 과장된 결과물을 이야기하는 회사와는 신뢰를 갖고 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최근 소통채널이 다변화되고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데요. 규제가 큰 산업에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걱정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과거에 비해 언론의 게이트 키핑 역할도 줄었거든요. 최근 유시민의 유튜브 채널 하나가 언론이라고 표현될 정도이니깐요. 사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 마치 사실인 양 퍼져나갈 때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최근엔 위기 관리에서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많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예측 가능성과 불확실한 상황을 클라이언트에게 최대한 잘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앞으로 포부와 계획은요.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분야가 하나의 업(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마콜이 일조하길 바랍니다. 또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선망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경영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 맥킨지를 꿈꾸듯이요.”

*이보형 대표이사는 누구?

공공부문 및 기업의 리스크 진단과 대응전략 개발, 이슈 및 위기관리 컨설팅, 퍼블릭 어페어즈 전문가로서 지난 18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문성을 쌓아왔다. 특히 사회적 갈등관리는 물론, 공중보건 영역에서 신종플루(H1N1) 국내 확산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 대한 컨설팅 등 다양한 정책수행 과정에서 성과를 냈다.

또 연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등 교육기관, 다수의 기업, 기관에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면서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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