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대표, 기술이전부터 바이오벤처 조언까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와 베링거인겔하임. 두 회사의 기술이전 계약을 생생하게 녹여낸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었다.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인터뷰 이틀 전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가 혁신신약살롱 판교(살롱)에서 생생하게 기술이전 계약의 히스토리를 풀어냈다. 흥미롭게 발표를 들으며, 기사를 쓰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걱정이 앞섰다. 모레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할지.

방향을 바꿨다. 기술이전 계약을 질문하되, 이 대표의 뒤를 잇는 바이오벤처 업계 후배는 그에게 무엇을 궁금해 할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동안 LG화학이라는 대기업의 경험, 바이오 벤처 창업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쌓은 그만의 노하우를 듣고 싶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BBT-877 도입 당시 시장성이 높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대신 특발성폐섬유증(IPF)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중증질환 약물을 개발하자는 게 우리회사 기조입니다. NASH는 당장 생명에 위협을 주는 질병은 아니죠. 반면 IPF는 약물이 2개 정도 있지만, 근본 치료제는 아닙니다. IPF는 시간이 경과되면 거의 암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부가적으로 NASH 치료제는 아직 출시된 약물이 없어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지만, 생명에 직접적으로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연간 3만달러 정도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반면 IPF는 중증질환으로 분류돼 연간 10만달러 정도로 약값이 형성될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IPF 적응증을 택하게 됐습니다.”

-IPF를 선택한 것처럼, 글로벌 신약 트렌드를 읽는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바이오 센추리(BIO CENTURY) 등 관련 전문지를 지속적으로 봅니다. 피어스바이오텍과 같은 단신 기사도 좋지만, 일정 구독료를 내고 깊이 있는 분석기사를 통해 신약개발 트렌드를 읽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석기사를 지속적으로 정독하는 것이 해외 출장 몇 번 가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BBT-877을 도입할 당시 기술이전 가능성을 어떻게 파악했나?

“당시 오토택신 저해제를 개발하고 있는 경쟁사는 갈라파고스 밖에 없었어요. 시험관 수준(in vitro) 시험 결과에서는 경쟁사와 비교해 좋은 결과를 보유하고 있었죠. 물론 갈라파고스 쪽에 2b상을 생략해 3~4년 정도 차이가 생겼지만, 글로벌제약사는 IPF 질환에 대해 병용 전략을 취하기 때문에 계열별로 약물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상황도 포착해, 적어도 2~3번째로 글로벌제약사와 거래가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 김용주 박사와 인연을 소개하셨다. 실제로 기술이전 계약을 하는 데 네트워킹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김용주 박사님은 제가 대학교 3학년 세미나 때 처음 뵀어요. LG생명과학에 입사하니, 그분은 신약개발 총괄을 담당하고 계셨죠. 당시 너무 갭이 큰 상사였는데, 제가 LG생명과학을 나와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을 거쳐 바이오벤처 일을 하면서 인연이 깊어졌어요. 김 박사님도 LG 화학을 나와 바이오벤처 업계로 들어오셨는데, 제가 벤처업계에서는 선배인 셈이죠.(웃음)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 항체약물복합체(ADC)와 관련해 자문을 해드렸는데, 그때 인연이 깊어졌어요.”

-후배들에게 네트워킹을 맺는 방식에 대해 조언해 준다면.

“사실 네트워킹은 한 순간에 쌓이는 것은 아니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페이스북에 계속 업계 소식을 올리는 이유도 이런 네트워킹이 부족한 업계 분들을 위해 하는 작업입니다. 실제로 학계에만 계시던 분은 산업계 트렌드를 포착하지 못 하시는 경우가 많으니깐요.

네트워킹은 넓게 하되, 다양하게 맺는 것이 좋아요. 혁신신약살롱이 가장 좋은 사례인데, 국내에 이런 모임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이 네트워킹을 적극적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산업계 주요 콘퍼런스에서 관계를 맺는 것도 좋고요.

-흔히 콘퍼런스 하면 JP모건, 바이오 USA 등을 생각하게 된다. 이 외에 참가하면 좋은 콘퍼런스가 있나?

“사실 JP모건은 1:1 미팅은 어려워요. 바이오 쇼케이스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이외에 차이나 헬스케어를 통해 중국시장 트렌드를 익히기 위해 갈 수도 있어요. 또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과 관련된 전문 학회도 참여합니다. 그 외에 바이오 유럽도 참여합니다.”

-BBT-877 기술거래 계약 당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제가 총괄하고, 내부에서 정윤선 디렉터와 임종진 디렉터가 실사(Due diligence)를 담당했어요. 외부 전문가로는 RM 글로벌과 함께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와 접촉하고 협의와 협상을 진행했고요. 또 투자계약상 주요 투자조건(텀싯)을 본 뒤 계약서를 협상하는 일은 폴리 호애그(Foley Hoag)에게 맡겼습니다. 그밖에 파트서로부터 과학적 질문에 대한 대응은 저희 전담팀이 달라 붙어서 하고 있고요. 다양한 외부 전문가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부 전문가 활용과 관련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게 있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분들께 외부 전문가를 연결시켜 드려도 잘 활용하지 못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탓이겠죠. 일단 두 가지는 명확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외부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그들을 끝까지 신뢰하라는 것. 그리고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정확히 무엇을 얻고 싶은지 내부적으로 명확하게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간혹 외부 전문가를 고용하면서, 그들의 전문성을 믿지 못 하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방향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또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공동연구를 하고 싶은지, 재무적인 안전성을 택할 것인지, 아시아 판권 등을 가져올 지 등 세부적인 내용도 미리 협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외부 전문가와 미팅에 나설 경우 상대에 자신의 부족한 면을 노출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 외부 전문가 인력풀이 많은 편인가? 추천해 줄 만한 곳이 있나?

“외국계 회사 중 한국인이 있는 곳을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RM 글로벌에도 문병찬 변호사가 한국을 자주 오갔고, 영국계 회사 중 파마벤처스에도 한국 분이 계십니다. 아무래도 내부에 한국인이 있는 회사가 소통하기엔 편한 측면이 있습니다.”

-글로벌제약사가 바라보는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어떤가?

“한국은 혁신(innovation), 중국은 시장(market) 측면에서 보는 것 같아요. 임상 데이터 질적인 측면에선 아직 한국이 중국도 높이 평가받고 있어요. 혁신신약 개수도 더 많고요. 그러나 중국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 향후 5년 내에 후보물질 발굴(discovery) 단계에서는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올 것 같아요. 한국도 앞으로 글로벌제약사와 다양한 협업을 통해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죠.”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일본은 기초기술을 가져오는 형태, 중국은 현재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향후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중국에서는 한국의 신약개발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업계 분들에게 기술이전 계약과 관련해 조언해 준다면?

“신약개발 동향을 파악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어요. 언제, 어떻게 기술이전 계약을 맺을지 정할 때 중요하거든요. 파트너사로 생각하는 글로벌제약사가 어떤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지도 항상 지켜봐야 하고요.

또 미국, 유럽 파트너사와 관계 맺는 기술도 습득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리 일로 만났다고 해도, 만나자마자 일 얘기부터 할 순 없거든요. 가벼운 이야기(small talk), 아이스브레이킹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도 비즈니스 매너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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