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환자·산업 살리는 속도전에 '병목' 없애는 초당적 협치 기대

정부가 세포·유전자치료 실용화를 당기기 위한 과감한 제도 개편을 선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주재한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중대·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를 전향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일단 된다'는 마인드로 바꿔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문은 침체된 첨단재생의료 생태계를 '속도' 중심으로 재편해 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글로벌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관계부처는 후속조치에 올인하고 있다. 첨단재생의료 관련기관 관계자는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와 국정감사 후속조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며 "긴박하고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각 정당과 위원회가 다각적인 입법 지원에 나선 점도 고무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허용하는 세포유전자치료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첨생법을 시행한 지 만 5년이 지났지만 제정 당시 '인체세포 등'의 정의에서 '유전물질 및 핵산물질을 제외한 결과, 미국·유럽에서 허가된 치료제를 국내에서는 임상연구조차 할 수 없는 맹점을 보완하는 취지다.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허성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첨단재생의료 기술 개발과 적용의 지역 편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을 냈다. 작년 2월 첨단재생의료 치료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저변이 확대되지만, 현재까지 승인된 첨단재생의료 연구계획 45건 중 비수도권 의료기관 몫의 승인 건수는 5건에 불과해 접근성 격차를 크다는 문제 의식에 따른 조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은 국가유전자세포치료센터를 설립해 임상시험부터 제조품질관리, 첨단재생의료 치료 전반을 지원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 치료 수준 향상과 산업 육성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환자 안전'과 '산업 육성'의 딜레마를 일선에서 조율해 온 보건복지위원회도 보완 입법에 나섰다.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세포유전자치료 규제 장벽에 따른 해외 원정치료를 막고 국내 개발과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제조 기반을 확대하는 법안을 냈다.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임상연구 국비 지원'를 골자로 발의한 첨생법 개정안은 앞서 본회의를 통과해 연구 저변 확대의 물꼬를 텄다. 

첨단재생의료는 희귀난치질환 치료를 위한 '희망의 기술'이지만 '통곡의 벽’으로 불릴 만큼 지난한 기다림을 견뎌왔다. 2020년 첨생법이 시행돼 제도 기반을 마련했으나 이후 국내 개발 품목의 허가 결실은 전무했다. 2025년 2월에야 환자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첨단재생의료 치료 제도'가 시행됐지만, 임상연구 단계인 첨단재생의료를 치료 단계로 진전시켰다는 선언적 의미일 뿐 실제 환자 적용까지 갈 길이 멀다.

각국 규제기관과 학계에 따르면, 같은 시기 미국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30여 종을 허가하며 전담조직(Office of Therapeutic Products, OTP)을 중심으로 심사체계를 고도화했고, 2025년 CAR-T 치료제의 REMS(위험관리계획) 요건을 전면 해제해 접근성을 높였다. 유럽은 ATMP(첨단치료의약품) 27건을 승인하면서 이들 제품의 평균 승인 기간을 40% 이상 단축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개편도 '형식'이 아닌 '실체'로 다가오길 환자들은 바라고 있다. 정책이 현장에 닿지 않고 투자가 경색된 폐쇄고리 속에서 '침묵의 시간'을 견뎌온 산업계의 열망도 크다. 

이런 가운데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입법 및 정책과제를 전방위로 짚어보는 토론의 장이 마련돼 주목된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영배·이수진·이개호 의원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와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이 공동 주최한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 범부처 관계기관과 환자 및 치료 현장 전문가들은 이날 연구·임상·허가 전 주기 규제 병목을 짚고 해법을 찾는다. 정부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면서 국회 안팎에서도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이다.

첨단재생의료는 이번 규제 개혁의 흐름 속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협회 이주혁 대표는 "법과 제도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환자 생명과 치료가 미뤄졌지만 변화를 기대한다"며 "첨생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치료 범위가 확대되고 세포처리시설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의 바이오특화 사업과 과기부의 유전자세포 선도화 전략사업은 단순한 연구사업이 아니라, 환자 치료 접근권과 국가 바이오 경쟁력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핵심 정책"이라며 "국회 예산 심사와 입법, 정책 추진 과정에서 관련 사업이 전향적으로 반영되도록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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