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뜯어보니 궁금해 |

K-IFRS 전환과 재무착시
상환전환우선주·전환우선주, K-IFRS에선 부채로 분류

재무제표는 기업의 경영상황을 보여주는 약속된 거울이다. 하지만 그 거울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각종 굴절들이 담긴다. <재무제표, 뜯어보니 궁금해!>는 공인회계사와 함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던져진 물음표에 해답을 찾아보는 코너다.

[끝까지 히트 15호]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전환에서 비롯되는 착시 현상은 IPO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우선주(RPS) 등이 회계기준에 따라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되면서 자본잠식 상태로 표기되는 것이다.

기업이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국제 기준에 맞춘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2011년부터 모든 상장사와 상장예정 기업은 K-IFRS를 적용하도록 법에서 강제하고 있다.

비상장기업은 일반적으로 K-GAAP(일반기업회계기준)을 쓰지만, 상장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상장 전부터 K-IFRS에 따라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재무제표를 국제 기준에 맞춰서 더 정교하게 작성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회계기준 변경만으로도 기업의 재무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신약 개발 중심인 바이오기업처럼 당장 매출이 없고 연구개발(R&D) 비용만 발생하는 회사에서는 이 차이가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자금이 필요하다.

이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벤처캐피탈(VC)과 같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다. 이때 투자자들은 안전장치를 위해서 전환상환우선주와 같이 특별한 조건이 있는 형태로 투자를 진행하게 된다. K-GAAP에서는 이러한 특수한 주식도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실질을 중시하는 K-IFRS에서는 조건에 따라 주식이 부채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 결과 회사의 재무구조가 크게 바뀌게 되고, 투자자에게 마치 자본잠식 기업으로 보이는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CASE 1  

미래가치 기대하는 바이오텍

지투지바이오, 알지노믹스

지투지바이오는 신약 연구와 임상시험에 필요한 돈을 확보하기 위해서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왔다. 뚜렷한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배당 등에서 우선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조건이 붙은 것이다. 주식이지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상환권), 보통주로도 바꿀 수 있는(전환권) 권리가 부여된 주식이다. 이는 회사의 불확실성을 보완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투자 형태다.

2024년 말 기준 지투지바이오는 RCPS 약 423억 원, CB 약 164억 원을 포함해 총 590억 원을 유치하며, 상장에 필요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했다.

하지만 상장을 위해 K-IFRS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위 투자금은 대부분 자본이 아닌 부채, 즉 '빚'으로 기록됐다. 전환사채는 일부 조정을 제외하면 애초부터 부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주식 형태인 상환전환우선주는 자본이 아닌 부채로 처리되었는데, 이는 해당 우선주에 투자자 보호 장치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상환권이 투자자에게 있을 경우 회사는 원금을 상환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리픽싱(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격을 낮추는 장치) 조항까지 존재하면서, K-IFRS에서는 K-GAAP과 달리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고 금융부채로 분류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지투지바이오의 2024년 말 재무제표에는 자본총계 –1195억원, 즉 마이너스로 기록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표시됐다. 자본잠식이란 장부상 자본이 부채보다 적어 마치 '깡통회사'처럼 보이는 상황을 뜻한다. 실제로는 지속적인 투자 유치에 힘입어 연구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회사가 위기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투지바이오는 2025년 8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했다. 기술력과 성장성이 높게 평가된 덕분이었다. 다만 자본잠식으로 기록된 재무제표는 심사 과정에서 분명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지투지바이오는 상장 직전인 2025년 1분기에 RCPS와 CB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로써 부채 98억 원, 자본 124억 원으로 전환되며 자기자본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하반기 상장을 앞둔 알지노믹스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연구 중심 바이오텍으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부족해 외부 투자에 의존했다. 이 과정에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와 전환우선주(보통주 전환에 우선적인 권한이 부여된 주식)는 K-IFRS에 따라 금융부채로 분류됐고, 자본총액이 급격히 줄어들어 보였다.

회사는 2021년 K-GAAP에서 K-IFRS로 전환하면서 자본총액은 기존 95억원에서 –393억원으로 바뀌었다.

2025년 반기 기준으로 상환전환우선주 약 579억원, 전환우선주 203억원이 부채로 기록되며 부채총계는 2096억원, 자본총계는 –1828억원으로 나타났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러나 이는 회사가 실제로 부실하다는 의미라기보다, 투자자 보호장치가 붙은 우선주의 특성 때문에 발생한 회계상의 효과였다.

알지노믹스는 상장 심사를 앞두고 구조를 적극 정리했다. 지난 7월 24일, 발행된 상환전환우선주와 전환우선주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 완료하면서 부채로 인식되던 금액이 모두 자본으로 이동했다. 이로써 자본총계가 플러스로 회복되고 부채비율도 안정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며 상장을 위한 재무적 걸림돌을 제거했다.

무엇보다 알지노믹스는 연구개발 성과와 지난 5월 일라이릴리와 체결한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으로 성장성을 입증하면서, 자본잠식 문제 해소와 함께 투자자 신뢰도 확보했다.

 

 CASE 2 

탄탄한 매출의 전통제약

마더스제약, 명인제약, 삼익제약

반면, 과거부터 꾸준히 매출을 발생시켜 온 제약사들은 K-IFRS 전환 시 충격이 크지 않았다. 외부에서 추가 자금 조달이 거의 필요 없었고, 상환전환우선주 발행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명인제약은 2017년초를 전환일로 하여 K-IFRS를 적용한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당시 K-GAAP 기준으로 부채 399억원, 자본 1909억원이 K-IFRS 전환 후 부채 564억원, 자본 2177억원으로 조정됐다. 부채비율에 일부 변동은 있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마더스제약은 2023년초를 전환일 K-IFRS로 적용했다. 당시 K-GAAP 기준 부채 677억원, 자본 262억원에서 K-IFRS로 전환 후 부채 719억원, 자본 311억원이 됐다. 마찬가지로 부채비율에 일부 변동은 있지만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삼익제약도 2023년 초를 전환일로 K-IFRS를 적용한 재무제표를 작성했는데, 전환시점인 당시 K-GAAP 재무제표의 부채 92억원, 자본 460억원이, K-IFRS로 전환 후 부채 106억원, 자본 457억원으로 조정됐다. 변동폭은 미미했다.

이렇게 과거부터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온 제약사들은 외부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았고, 설사 조달하더라도 상환전환우선주를 활용할 이유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K-IFRS 전환 시에도 K-GAAP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회계 전환에서 '착시', 기업본질을 정확히 확인해야

바이오텍은 독자적 기술력을 토대로 오랜 시간 연구개발을 이어가기 때문에 매출 발생까지 장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매출 발생 시점까지 외부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투자에는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다양한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이 내용에 따라 K-IFRS 적용 시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실 모든 상환전환우선주나 이와 유사한 우선주들이 부채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K-IFRS는 세세한 규정보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상황에 맞게 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상환권이 투자자에게 있으면 발행기업이 상환 의무를 부담하므로 부채로 분류된다. 전환권도 행사 가격이나 수량을 조정하는 조항이 있으면 상환 의무가 있다고 봐 부채로 인식한다. 지투지바이오와 알지노믹스가 이에 해당했다.

상장 심사에서도 재무구조는 중요한 요소다. 상장 이후에도 자본잠식이나 자기자본 미달이 발생하면 관리종목이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어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현재 코스닥시장 기준으로 최근 사업연도 말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거나 자기자본이 10억 원 미만이면 상장폐지 조건에 해당한다.

자기자본은 자본총계를 말하며, 자본잠식률은 회사가 보유한 자본금 가운데 얼마나 잠식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자본금-자본총계)를 자본금으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다. 예를 들어 자본금이 100억원이고 자본총계가 40억원이면, 자본잠식률은 60%가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상장 직전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 및 유사 투자 형태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은 상장 요건 충족뿐 아니라, 상장 이후 보유한 보통주로 쉽게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 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의미도 있다.

외부에서 회사를 투자 대상으로 볼 때 재무구조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하지만 적용하는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특히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K-IFRS 적용이 필수이므로, 단순히 재무제표의 형태만 보고 판단할 경우 이러한 착시 현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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