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제품과 기술규제 함께 발전하는 생태계 조성”

[끝까지 HIT 3호] 바이오헬스산업이 과학기술 발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과 평가기술 혁신이 요구된다. 규제과학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모멘텀인 것이다.

잠깐, 여기서 규제과학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 규제과학이란, 정부 규제가 필요한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 성능 등의 평가부터 허가·사용까지 규제적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모든 도구, 기준 및 평가 방법 등을 개발하는 과학을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규제과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치료백신을 신속하게 허가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미리 개발해놨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선진국에서 첨단기술이 접목된 혁신제품들이 만들어지는 것도 규제과학 측면에서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내개발 코로나19 백신을 허가하고,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의료기기 허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행보도 발 빠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R&D)을 수행하고, 사업의 총괄 기획·운영·관리 등 체계적인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조직인 재단법인 ‘한국규제과학센터’가 지난 4월 공식 출범했다. 
 

규제과학센터 출범 의의와 역할

센터는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 바이오헬스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전문적인 조사, 연구, 인재양성, 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 국내외 바이오헬스 규제과학 관련 지원 산업 등을 수행함으로써 바이오헬스 산업 기반 조성과 규제과학 연구개발 촉진 등 보건산업 발전 및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2021년 7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주최로 열린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 착수보고회
2021년 7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주최로 열린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 착수보고회

이를 위해 센터는 △인재양성 △정책지원 △R&D 지원 △국내외 네트워크 확대 등 4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재양성 파트에서는 식품, 의료기기, 의료기기 전반에 걸친 규제과학 전문 인력양성을 기획·총괄 관리하고 규제과학 인재양성대학의 석·박사급 인력 양성을 지원하여 산업체에 공급한다.

규제과학 관련 식약처가 지정한 전략적 중점분야 연구수행 및 정책수립을 지원하며, 신기술 제품평가에 대한 규제과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 질 수 있도록 지원, 제품 개발 초기단계에서 기술과 규제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확대 제공한다.

국내 네트워크에서는 이미 산학ㆍ연ㆍ관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 기획운영위원회를 구축해 사업 자문 및 교육과정 수립, 지원하고 있다. 작년 7월 기획운영위원회 킥오프 미팅을 가졌고 2학기 인재양성대학 단기 교육프로그램 자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는 규제과학 혁신포럼 운영개선 회의, 기업체 인턴십 수요조사 등을 진행했다. 

 

한 발 앞서 규제과학에 다가선 미국·유럽·일본

주요 선진국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규제과학의 중요성을 인지 및 대응하고 있다. 
규제과학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2006년, 미국에서부터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정의하는 규제과학은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 및 성능 등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 기준 및 접근 방법 등을 개발하는 과학이다. 

FDA는 2010년 ORSI(Office of Regulatory Science and Innovation) 조직에서 
CERSI(Centers of Excellence in Regulatory Science and Innovation)운영을 통해 학계와 혁신적 연구, 교육, 과학적 교류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메릴랜드대, 스탠포드대 등 유수의 대학들이 지정됐다. 이어 FDA는 작년, 규제과학 공중보건 위기대응, 데이터 활용 극대화 등 규제과학 핵심분야를 설정했다.

유럽 EMA의 규제과학은 의약품의 품질, 안전성 및 효능 평가에 적용되고 의약품 전주기의 규제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며, 규제 기준 및 도구의 개발에 기여하는 기초ㆍ응용 의생명과학 및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과학분야라고 정의된다. EMA는 2025년까지 규제과학 발전 전략을 세웠다. 

특히 영국은 CIRS(Centre for Innovation in Regulatory Science)를 설립하고, 규제과학을 통한 규제, 환급정책을 개발 중이며, 산업, 규제기관 및 의료 관계자들을 위한 국제 포럼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PMDA(Pharmaceuticals and Medical Devices Agency) 내 규제과학센터를 설립했다. 첨단 과학기술 응용, 정보 전달, 인재 육성, 의약품 개발·평가 지침 등을 수립하고 있다.

박정태 규제과학센터장은 “우리나라도 지난해 6월 식약처를 중심으로 규제과학 발전전략을 정했다. 이 같은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규제과학에 대한 투자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과학 전문가가 필요하다”...150억 투자해 600명 배출

규제과학에 대한 투자 중 하나가 규제과학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향후 5년간 150억원을 투입한 규제과학 인재양성 사업을 추진했다. 600명의 규제과학 전문가를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을 통해 선정된 경희대, 성균관대, 아주대, 고려대(세종), 중앙대 등 5개 대학은 가을학기부터 대학원 과정을 개설, 운영 중이다. ①경희대와 성균관대가 의약품 유효성평가 ②아주대가 의약품 안전성평가 ③고려대(세종)가 식품 기능성평가 ④중앙대가 식품 안전성평가(신소재식품 등) ⑤고려대가 식품 기능성 평가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1년여 짧은 기간이지만 ‘국내 약물감시 데이터베이스(KAERS)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약물이상반응(ADR) 사례들의 임상역학을 특성화’, ‘국내에서 양약과 한약의 병용처방실태를 파악하고, 병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다빈도 병용조합 등 잠재적인 양약-한약 간 상호작용 탐색 연구’, ‘국내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원을 이용하여 항고혈압약에 대한 약물이행도 측정의 민감도 비교 연구’ 등 규제과학 분야 평가기술 연구개발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중앙대가 식품 안전성 평가 분야, 동국대가 첨단·융복합 의료기기 안전성·유효성 평가 분야와 식품·의료제품 규제정책연구 분야 인재양성 대학으로 추가 선정됐다. 규제과학센터는 이들 교육기관에서 양성된 규제과학 핵심 인재들을 필요한 업계에 맞춤형으로 매칭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❶ 규제과학 인재 양성 사업 기획·운영·관리 등 총괄관리 조정 추진 ❷ 규제과학 연구 정책 수립지원 ❸ 한국규제과학센터 발전방안 마련 및 추진 ❹ 규제과학 전문 교원 양성 및 관리 ❺ 규제과학 교육과정 개발 지원 ❻ 국내외 전문가 세미나, 정기적규제과학 포럼 등 운영 ❼ 산업체 인턴십 지원 및 단기 교육프로그램 운영 ❽ 연구성과 확산 및 양성인력 산업체 매칭 지원 ❾ 산·학·관 협의체 운영 등 네트워크 구축 ❿ 규제과학 분야 산·학 연계사업 계획수립 운영 등이 규제과학센터가 구체적으로 맡은 역할이다.
 

규제과학 개념 정립·입법 지원·기업 매칭 등 장·단기 과제

규제과학센터 전신인 규제과학연구지원센터부터 지금까지 대학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개발, 지원하는 것은 물론 규제과학 연구와 정책수립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올해 하반기 힘 주어 추진할 사업은 규제과학 인식 확산이다. 산업계 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규제과학 개념을 정립하고,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규제과학의 역할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불합리한 규제는 개선하고 새로운 분야에서 필요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규제의 필요성과 품질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해외규제기관 네트워크도 확대한다. USSF-Stanford CERSI-센터간 업무협약도 예정돼 있다. 또한 규제과학을 공부한 인력을 관련 기업 또는 기관에 연결하는 인턴십을 지원하고, 규제과학 진흥법 제정을 위한 입법 지원도 진행한다. 오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센터는 인재양성 대학을 졸업한 졸업생과 규제과학 관련 기업 또는 기관을 매칭하는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며, 규제 정합성 검토 및 규제과학 진흥에 기여할 방침이다.

센터는 규제과학 역량 강화 첨병
선진국 벤치마킹하고 MOU 추진

히터뷰 | 박정태 규제과학센터장

규제과학센터 전신인 규제과학연구지원센터부터 지금까지 대학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개발, 지원하는 것은 물론 규제과학 연구와 정책수립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규제과학 인식 확산과 해외규제기관 네트워크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박정태 규제과학센터장과 단박인터뷰를 진행했다. 
 

규제과학센터의 주력 과제는 무엇이고,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박정태
박정태 규제과학 센터장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에서 스핀오프해 독립 재단법인으로 출범했어요. 협회가 가진 행정시스템 등 기업문화를 전수받아 지금의 독립 재단법인이 됐습니다. 이제 도약할 일만 남았어요. 저희 센터는 재단법인의 전신인 규제과학연구지원센터의 기본 업무를 담당합니다. 

우선, 규제과학 인재양성 대학에 대한 기획·평가·관리를 통한 규제과학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정부(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규제과학 정책수립을 지원하고 있어요. 규제과학 혁신포럼 등 정기적 규제과학 세미나도 개최하고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업무가 없지만, 국내외 규제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신경쓰고 있어요. 우리보다 앞선 규제기관의 좋은 점은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하려는 목적이죠. 그런 의미에서 미국, 호주 규제기관과의 MOU를 계획하고 있어요." 
 

해외 규제기관과의 네트워크 강화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주세요.

"오는 9월에 열리는 글로벌바이오콘퍼런스2022에 미국, 호주, 유럽, 일본의 규제기관 규제과학 담당자를 초청해 규제과학 포럼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향후 MOU 계획에 따라 미국(미정), 호주 방문(10월 말)을 계획하고 있어요. △규제과학 인재양성대학 재학생 교환학생 추진 △상호 기관 방문 통한 유대관계 강화 △규제과학 최신 정책 등 동향 상호 교환 등을 논의할 계획이에요."
 

작년 2학기부터 규제과학 인재양성 대학이 운영되고 있어요. 올해 1학기까지, 딱 1년 됐군요. 

"작년 시작한 대학들은 5개 대학들로, 경희대 35명, 성균관대 55명, 아주대 38명, 고려대 34명, 중앙대 30명으로 모두 100% 계획대로 신입생이 등록됐습니다. 각 대학 특성에 맞게 모두 잘 운영되고 있어요. 올해 동국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 각각 추가로 학과를 설치하고 신입생을 모집 중입니다. ‘국내 약물감시 데이터베이스(KAERS)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약물이상반응(ADR)사례들의 임상역학을 특성화’ 등 연구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인재양성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기업들도 규제과학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기업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과학기술과 관련된 모든 정부의 장관, 처장들이 바이오헬스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핵심에 규제과학이 있으며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조치라고 확신하게 된 것 같아요. 

우리보다 한발 앞선 미국과 우리나라 전략을 비교하면 유사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철학이 깔려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규제기관의 심사역량 강화, 규제과학 역량 강화 뿐만 아니라 기업의 규제과학 역량을 동시에 세심하게 디자인해서 추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전략이 ‘국가 R&D 파트너십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국가 R&D 규제 정합성 검토이고, 또 하나가 ‘민간 분야 규제과학 생태계 조성’의 일환인 규제과학 인재양성 사업입니다. 우리 정부는 기업이 최신의, 첨단의 의료제품을 개발할 역량을 빨리 갖추기를 바라고 있어요. 기업은 우리 정부의 배려를 잘 읽고 인재양성대학 졸업생들을 취업시켜 기업의 규제역량을 강화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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