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제약간 데이터 공유기반 마련

홍숙 기자

“인공지능을 좀 더 정교하게 학습하려면, 제약사가 적극적으로 신약개발 관련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협업하고 있는 제약사는 기밀이고, 우리만의 구체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공개하긴 어렵습니다”

지난 15일 열린에 연자로 나선 각국 신약개발 AI 개발사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얼핏 역설적으로 들린다. 결국 자신들이 가진 정보에 대해선 함구하고, 제약사 데이터는 공개하라는 의미로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 이날 컨퍼런스 한 참석자는 “진짜로 궁금한 내용은 말도 안 해주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 놓았다”라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AI 개발사가 구체적인 인공지능 알고리즘 체계를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출판한 논문에도 신약개발 주기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정도일 뿐이다. 구체적인 알고리즘 체계는 논문에도 없다.

그렇다면 이번 AI Pharma Korea Conference는 원론적인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내용만 늘어놓은 행사에 불과했을까? 행사를 끝까지 지켜본 본 기자는 또 다른 측면도 보았다. 이번 행사는 컨퍼런스 발표 세션보다 국내 제약사와 AI 개발사들의 1:1 비즈니스 파트너링이 핵심으로 보였다. 파트너링 행사를 통해, AI 개발사는 양질의 제약사 데이터를 받아 인공지능의 성능을 더 높일 수 있고, 제약사는 성능이 높아진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개발 주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 AI 개발사와 국내 제약사가 이런 내용을 비즈니스 파트너링을 통해 공유했다면, 이 행사는 그 자체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년에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하 인공지능신약개발센터의 방향성은 뚜렷하다. 제약사와 AI 개발사 간의 활발한 데이터 공유가 일어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AI를 통해 신약개발 주기가 앞당길 수 있다는 근거를 국내 제약사에게 알리는 것. 방향성대로 센터가 움직일 수 있다면, 인공지능신약개발센터는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증명될 것이다.

AI Pharma Korea Conference 행사장.
AI Pharma Korea Conference 행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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