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아에스티는 왜, 제약협회를 탈퇴했나

어라, 이건 뭐지?하는 뉴스가 지난 주말 알려졌다. 한국 제약산업 발전사에서 결코 그 이름을 외면할 수 없는 동아에스티가 최근 제약산업 대표 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탈퇴한 것이다. 관점에 따라서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는 이 뉴스가 산업 관계자들로부터 관심을 모은 것은 탈퇴라는 행위에서 '강신호 동아제약그룹 명예회장의 산업에 대한 속죄의 의미'가 읽혀지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 신약이 거의 없는 등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던 한국 제약산업을 관통한 리베이트 광풍에서 동아에스티는 비켜서지 못했다. 동아에스티 일부 경영진은 2017년 업무상 횡령, 배임, 리베이트 혐의로 기소된 후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징역형 등 실형이 확정됐다. "강신호 회장은 산업과 협회에 누를 끼쳤는데, 회사를 재정비 해 반듯한 모습으로 다시 서는 것만이 산업계 일원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이라고 주변에 이야기 했다고 한다.        

강 회장은 부채감을 느꼈을 것이다. 1932년 12월1일 동아제약을 창립해 동아쏘시오홀딩스(지주사) 동아에스티(전문의약품 사업), 동아제약(일반의약품 사업)으로 분화한 '동아제약 그룹'은 제약바이오협회 리더였다. 강중희 창립자(작고)는 1967년부터 1976년까지 제약협회 8대 회장이었으며, 강신호 회장은 1987년부터 1991년까지 12대 회장을 역임했다. 그런가 하면 연구소장 출신의 김원배 회장(당시 동아제약)은 협회 12대 이사장이었다.

동아제약그룹 전경
동아제약그룹 전경

협회라는 조직체를 넘어 산업계에서도 '동아제약그룹'은 명실공히 리더였다. 무엇이든 '동아'가 먼저하고 나면 나머지 기업들이 뒤따르는 일은 50년 이상 이어졌다. 1980년대 초반 우수의약품제조기준(GMP)이 도입될 때 동아가 시설투자를 하고나서야 기업들이 뒤를 따랐고, 신약 연구개발(R&D) 투자도 마찬가지 였다.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는 물론 위염치료제 스티렌 등등 동아는 한국 제약산업 R&D의 아궁이에 불을 지펴왔다.

줄곧 동아는 리더였지만 '반 리베이트라는 새 질서'의 구축 과정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리베이트를 통한 의약품 판매촉진이 범람할 때 공격적 대응이었든, 수세적 대응이었든 동아는 단호하지 못했다. 늦었지만 동아제약그룹은 작년 창립 86주년을 맞아 창업정신 제약보국을 되새기며 정도경영을 선포했다. 사후약방문이었지만 "예산 승인이 제일 잘 나는 프로젝트는 CP 등 정도경영 관련 기획"이라는 말이 나돌정도로 새로운 기업문화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다.

그렇다해도 제약협회 회원사 탈퇴라는 행위나 진행중인 노력을 성급하게 '옹호'하고 싶지 않다. 최고경영진부터 직원까지 '정도경영 DNA'가 몸속에 심어질 때까지 쉼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매정하게 말할 수 밖에 없다. 리더의 신뢰와 명예는 통렬한 자성과 고통어린 노력의 시간들이 축적된 이후 다시 얻어지는 것이니까 말이다. 동아의 뼈를 깎는 노력은 한국 제약산업 발전사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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